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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홍보용 법안발의, 시간과 혈세 ‘평펑

 

 
 
[분석] 의원발의 ‘비효율성’ 심각, 가결비율 고작 13.6%
 
육근성 | 2013-04-09 09:03: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최근 들어 법률안 발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회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입법 체계가

개선되고 지원이 강화된 데다가 국회 의석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또 세분화 되고 다양화된 사회의 요구에 반응하려다 보니 법률안 발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발의 법률안 21.4배 늘어

 

 

뿐만 아니다. 의원들의 나쁜 관행도 큰 폭의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의정활동의 치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충분한 검토와 조사 없이 의원발의를 남발하고 있다. 그 정도가 심각하다. 국회 예산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낭비요소’로 자리잡았다.

 

 

6월 항쟁 직후 구성된 제13대 국회(1988~1992)와 최근의 제18대 국회(2008~2012)를 비교해 보면 전체 법률안 발의수는 13.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은 4.6배가 늘어난 반면 의원발의는 21.4배나 크게 늘어 폭증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의원발의의 증가는 국회 입법기능이 향상되면서 수반되는 긍정적 현상 중 하나일 수 있다. 국민의 복리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구현할 목적으로 활발한 입법활동을 펼친 결과가 의원발의의 증가로 나타났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활발한 입법활동의 결과일까?

 

 

우리 국회의원들은 어떨까. 의원발의의 폭증현상을 ‘활발한 입법활동’의 결과라고 인정해 줄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법안 가결비율이 크게 추락한 대신 폐기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13대 국회와 18대 국회를 비교해 보자. 의원발의는 20배 이상 폭증했지만 이중 가결된 건수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9.8배 증가에 그쳤다. 이러니 가결비율도 낮아질 수밖에. 18대 국회 동안 의원발의된 법률안의 13.6%만 가결됐다. 노무현 정권 때인 16대 국회까지 가결비율은 30% 선을 유지하다가 이명박 정권들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엄청난 양의 법안이 이런저런 이유로 폐기됐다는 얘기다. 가장 비효율적인 국회라는 오명 그대로다.

 

 

 

 

반면 폐기율은 급상승해 왔다. 의원발의의 경우 13대 국회에서 171건이었던 것이 18대 국회에서는 6822건을 기록한다. 무려 40배나 증가하며 전체 법안발의건수 증가폭(21.4배)을 크게 상회했다. 이러면서 폐기율이 크게 높아졌다. 제안건수 13919건(18대 국회) 가운데 7720건이 폐기(55.8%를) 됐다.

 

 

의원발의 ‘비효율성’ 심각, 가결비율 고작 13.6%

 

 

비효율성이 심각하다. 정부제출 법률안의 가결비율(18대 국회)은 40.8%인 반면, 의원발의의 경우 크게 낮아 13.6%에 그치는 실정이다. 폐기율 또한 의원발의가 정부제출 법률안 경우(23.5%/18대 국회)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정부가 제출하는 법률안에 비해 의원발의 법률안의 전문성이나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 10건 가운데 한 두건만 입법화되는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국회의원의 활동은 다음 선거의 당선(reelection)으로 귀결된다. 지지기반이 탄탄한 중진의원들이야 다소 여유가 있겠지만, 언론에 노출될 기회가 적은 초선의원이나 비례대표 의원들은 법안이라도 열심히 발의하는 게 자신을 홍보하는 데 유리하다. 또 정부에 직접 정책반영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차단된 야당의원들의 입법 발의가 잦은 편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입법안 발의를 의원의 의정활동 평가지표로 삼고 있다는 것도 의원발의가 남발되는 요인 중 하나다. 시민사회의 의정활동 감시가 양이 아닌 질 위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홍보와 치적과시 목적으로 남발돼

 

 

의원발의가 지나치게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도 입법 부실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입법의 취지와 입법 이후의 사회적 파급력, 법적 안정성과 지속성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그 당시상황논리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앞세우는 식의 법안발의가 횡행하기 때문이다.

 

 

입법 과정은 복잡한 절차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에 따르는 비용부담도 상당할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알릴 있는 홍보수단과 재선을 위한 치적으로 삼기위해 의원발의가 남발된다면,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홍보성 의원발의’가 국회의 살림살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을 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국회사무처 예산이 최근 급증했다. 2007년 3543억원이었다가 2012년 5254억원으로 늘어 무려 48.3%나 증가했다. 사무처 자체 인원 확과 의원 보좌진 등 확대가 주된 원인이다. 국회 전체예산도 크게 늘어나 16대 국회와 비교할 때 10년 사이 260%나 몸집을 불렸다.

 

 

무분별한 ‘의원발의’, 국회 예산 급증 원인 중 하나

 

 

국가3부 가운데 입법부의 예산 증가율이 가장 높다. 2007년과 2012년을 비교할 때 행정부와 사법부는 각각 36.4%, 25.9% 증가율을 보였으나, 입법부는 이들보다 훨씬 높은 49.4%를 기록했다. 인건비 증가폭도 큰 차이를 보였다. 행정부의 인건비가 18.3% 증가하는 동안 국회는 34.9%나 늘었다.

 

 

 

 

인력도 비대해졌다. 1948년 제헌국회 당시 198명이었던 사무처 인력이 2010년 1764명으로 9배 증가했다. 의원 보좌진의 증가폭 또한 대단하다. 3~4대 국회 당시 의원 1명당 보좌진 1명이었던 것이 2011년에는 최대 9명까지 둘 수 있게 됐다. 국회의원 1인당 4급 보좌관 2명, 5급 2명, 6~9급 비서 각 1명씩 총 7명에다가 인턴 2명까지 채용이 가능하다.

 

 

사무처 직원수보다 의원 보좌진수가 훨씬 많다. 사무처, 의원보좌진,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국회도서관 인력을 합치면 3859명(2010)에 달한다. 노무현 정권 때 보다 700명 정도 늘어난 수치다. 17만명의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 1명에게 과다한 보좌인력이 지원되는 셈이다. 이 인력이 연간 수천건의 ‘폐기 법률안’을 만드는 데 동원되고 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의원 1인당 9만명의 시민을 대표하지만 단 한 명의 보좌진도 제공되지 않는다.

 

 

 

 

국민혈세 ‘펑펑’, 국회 다이어트 플랜 필요

 

 

12220건(18대 국회)의 의원발의 법안 가운데 가결된 건 고작 1683건(13.6%)인 대신 폐지된 건 무려 6822건(55.8%). 이게 우리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 현주소다. 그러면서도 사무처 인력을 증강하고 보좌진수를 대폭 늘려왔다. 지난 5년 사이 예산이 2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렇게 펑펑 써도 되는 건가.

 

 

의원발의에 따르는 입법 비용도 결국 국민 혈세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남발해서는 안 된다. 다음 선거를 겨냥한 자기 홍보와 치적 과시용으로 ‘의원발의’가 악용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이 가능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비대한 국회를 그냥 둬서는 안 된다. 시급히 ‘다이어트 플랜’을 가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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