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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 잠정중단 선언...개성공단 앞날 안갯속

北, 개성공단 잠정중단 선언...개성공단 앞날 안갯속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13-04-08 19:50:08l수정 2013-04-08 20:40:34

 

북한이 개성공단 출경 차단조치를 취한지 엿새째인 8일,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북측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오후 김양건 노동당 비서 명의의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과 군부 호전광들이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면서 개성공업지구를 동족대결과 북침전쟁도발의 열점으로 만들어보려 하는 조건에서 공업지구 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져지게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비서는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며 “우리 종업원 철수와 공업지구 사업 잠정중단을 비롯해 중대조치와 관련한 실무적 사업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맡아 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北, 출경금지 이어 잠정중단=이날 김양건 비서는 담화에서 그동안 북측이 개성공단 관련 조치를 취하며 거론했던 문제들을 다시 언급했다.
 

8일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 귀환하는 차량들.

8일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 귀환하는 차량들.ⓒ이승빈 기자



김 비서는 개성공단이 북한의 ‘달러박스’여서 북한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남측 일부 언론의 보도를 들어 “우리는 경제적으로 얻는 것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남측”이라며 “특히 군사적으로 우리가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내어준 것은 참으로 막대한 양보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남측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남조선의 대결광신자들은 돈줄이니, 억류니, 인질이니 하면서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는 참을 수 없는 악담을 계속 줴치고 있으며 지어 국방부 장관 김관진은 인질구출작전을 떠들며 개성공업지구에 미군특수부대를 끌어들일 흉심까지 드러냈다”며 “이것은 개성공업지구를 북침전쟁도발의 발원지로 만들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 비서는 담화 발표 전인 오전 9~11시 이금철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과 박철수 부총국장 등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개성공단을 전격 방문, 시설과 입주기업들을 둘러보고 대책협의를 진행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7일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차단했으며, 30일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담화를 내고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어 지난 3일 개성공단 출경차단조치를 취했으며, 다음날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 괴뢰패당과 보수언론이 못된 입질을 계속하면 개성공업지구에서 우리(북) 근로자들을 전부 철수시키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운명 안갯속=북한이 개성공단 사업 잠정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개성공단 업체들의 가동은 당장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기업들은 지난 3일 북측의 출경 차단조치 이후 인력 교대와 원부자재 및 식자재 반입 금지로 인해 조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개성공단 사업이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 차질을 빚은 적은 있지만, 사업 자체가 잠정 중단된 것은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아직 개성공단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을지, 폐쇄 수순을 밟게 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북측은 존폐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향후 상황은 남측 당국의 태도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 당국이 아니라 대남사업을 담당하는 김양건 당비서 명의로 담화가 나온 것이나 남측의 철수가 아니라 북측 근로자의 철수를 결정한 부분은 다소간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측이 남측 당국의 태도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상황을 타개할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부의 입장은 북측이 개성공단 관련 조치를 먼저 철회하고 공단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 “대화를 통해 실효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자존심을 굽혀서라도 대화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국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비정상적 파행 상황을 일으켰는데 우리가 대화를 요청할 경우 얼마나 진실하고 성실한 태도로 임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전날 “대화를 두려워하지 않지만 급하다고 해, 위기라고 해 섣부른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며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북한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류길재 통일부 장관.ⓒ양지웅 기자



◆정치권, 상황 타개 위한 정부 역할 주문=정치권에서는 개성공단 문제를 비롯, 현 상황을 풀기 위해 정부가 대북특사 파견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며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민주당의 대북특사 파견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주시길 바란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길정우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런 긴장국면에서는 대화로 풀어야 된다는 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그 돌파구로 특사라는 형식을 취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현 정세가 “누적적인 위기의 결과”이며 위기가 복합적이고 장기화되다 보니 상승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등 갖고 있는 카드를 다 쓴다는 얘기인데 개성공단은 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 문제가 그 자체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정치군사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불똥이 튄 것이라며 이에 근거해 정치군사적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에서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부회장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8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에서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부회장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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