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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독가스 공격' , 현지 주민은 모르는 얘기?

미 연합군 시리아 공습 명분 조작됐나
2018.04.19 09:32:00
 

 

 

 

7년이 넘게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지난 7일 반군 장악지역인 두마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7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이 참사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벌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국제법적으로나 인도주의에서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 맹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으로 시리아에 미사일 공습을 예고했다. 이어 미국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새벽 4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북동쪽에 있는 바르자의 과학연구센터와 중서부 홈스에 있는 화학무기 저장시설 등 세 곳에 미사일 105발을 발사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단독으로 샤리아트에 있는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퍼부었는데, 이번에는 그 두 배가 넘는 규모로 미사일 공습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가리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 괴물의 범죄 행위”라고 시리아 공습의 명분을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시리아 공습은 세계 어디서든 화학무기 사용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경고”라고 말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은 프랑스가 설정한 한계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 연합군의 공습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와 이란의 반발을 초래했다. 러시아는 미 연합군 공습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맞섰다. 독립적인 기구에 의해 현장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시리아 정부에 의해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단정하면서 일방적으로 무력을 사용했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으나 거짓으로 드러난 '대량무기살상(WHD) 프로그램 조작 의혹'과 비슷한 '조작 사건'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조작 의혹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영국과 미국 언론들의 보도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중동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특종보도를 많이 해온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는 현장에서 만난 한 의사의 진술을 전했다.  

이 의사는 러시아 정부가 '조작됐다"고 주장해온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에 대해 "완전히 진짜"라면서도 "영상에서 보여지는 상황은 사람들이 가스 중독이 아니라 저산소증을 겪고 있는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진술은 미국과 함께 '응징 공습'에 나선 영국과 프랑스 정부의 판단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다음은 로버트 피스크의 기사(☞원문보기)를 중심으로 한 관련 기사들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화학무기 공격의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 치료받는 장면으로 시리아민방위가 제공한 사진. ⓒAP=연합


"가스가 아니가 산소 부족 증세"

 


영국의 <인디펜던트> 중동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의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피스크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을 받았다는 두마 현장을 찾아갔다. 

보도에 따르면, 피스크가 그곳에서 만난 58세의 시리아인 의사 아심 라하이바니는 어린이 등 주민들이 가스에 질식된 듯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에 대해 조작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보인 증세는 "가스가 아니라 산소 부족 탓"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폐기물로 가득찬 터널과 지하에 은신해 있었는데, 당일밤 바람과 집중 폭격으로 먼지 폭풍이 몰아쳤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300미터 정도 떨어진 자신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어서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모든 의사들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군의) 엄청난 폭격이 있었고, 밤에는 항상 비행기가 상공을 날아다녔지만, 그날밤에는 바람이 불면서 거대한 먼지구릅이 지하실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저산소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병원으로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입구에서 한 시리아민방위 요원(이들은 하얀 헬멧을 쓰고 구조활동을 한다. 편집자)이 "가스"라고 소리쳤고, 패닉이 시작됐다"면서 "사람들은 서로 물을 뿌려주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은 진짜"라면서도 "영상에서 보여지는 상황은 사람들이 가스 중독이 아니라 저산소증을 겪고 있는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진술은 미국, 영국,프랑스 정부의 판단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프랑스는 화학무기가 사용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고, 미국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 소변과 혈액검사로 증명됐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조차 현장 요원들이 독가스에 노출된 증세를 보인 50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고 밝혔다. 

 

▲ 공습으로 폐허가 된 두마 일대. ⓒAP=연합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아는 주민들 못만났다"

 


이때문에 피스크의 보도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는 의사가 꾸며낸 얘기에 불과하다"거나, "피스크는 아사드 정권의 대변인"이라고 일축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반면 피스크는 소속 요원이 "가스"라고 외쳤던 시리아민방위가 영국 정부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고 의심했다. 이 조직의 자금 일부를 영국 외교부에서 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피스크 기자는 20명이 넘는 주민들을 만났지만 이 지역의 반군 자이시 엘이슬람(Jaish el-Islam, '이슬람군'이라는 의미)이 주장하기도 했던 '가스 공격'을 사실로 믿은 적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피스크의 보도는 하루 전 미국의 극우 성향 케이블뉴스 <원 아메리카 네트워크(OAN)>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피어슨 샤프의 현장 보도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샤프 기자는 이 방송에서 "화학무기 공격을 받았다는 현장에서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 등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아왔다는 수십 명의 주민들을 만났는데,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현장 부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화학무기 공격이 있었다는 당일, 평상시와 다른 것을 보거나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중동전문 저널리스트 조너선 쿡도 피스크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는 미국, 영국, 프랑스 정부의 주장은 지난 2002년 그들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주장한 것처럼 근거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피스크의 보도는 두마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매우 믿을만한 전혀 다른 설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현장 조사가 가능했고, 조사 결과가 발표될 수 있었다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작 화학무기금지기구(OPWC) 조사단은 18일에나 현장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조사가 이미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미 증거 조작과 은폐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다. 
 

스티븐 킨저 브라운대 왓슨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2일 <보스톤글로브> 기고문에서 미 연합군의 시리아 공습 배경에 대해 "이들은 시리아의 평화적 해법을 수용하는 것을 완강하게 반대한다"면서 "미국의 시각에서 시리아의 평화는 공포의 시나리오이기 ‹š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시리아의 평화를 러시아, 이란, 그리고 아사드 정권 등 미국의 적이 승리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사람들이 희생되어도 이런 시나리오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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