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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으로 죽은 생명들을 위해...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금강 현장 미사
18.05.12 19:48l최종 업데이트 18.05.12 19:4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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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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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건 베드로 신부가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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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현장에서 특별한 미사가 봉헌됐다.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간 생명들을 위로하고 강의 아픈 현실을 바로알기 위한 자리다. 죽어간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듯 하늘에서는 장대비가 내렸다.
12일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세종보 잔디광장에서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주최로 미사가 열렸다. 미사는 김대건 베드로 신부를 비롯한 신도들과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가 참석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이날 미사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지난 10년간 금강을 기록하고 있는 기자가 안내를 맡았다.
김대건 베드로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생태환경위원으로 활동을 하면서도 현장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큰 울림이 됐다. 4대강 사업은 예초부터 시작되지 않았어야 할 사업이다. 지나간 일이라 되돌릴 수 없지만, 하루빨리 자연 본연의 모습대로 복원하기 위해서 콘크리트를 걷어내야 한다. 오늘 참석한 분들이 돌아가서 강의 현실을 주변에 알렸으면 한다. 그리고 다시 찾을 때는 혼자가 아닌 다른 분들을 모시고 강을 찾기 바란다."
10년 금강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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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참석자들에게 세종보 입구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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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라는 발표가 나왔다. MB 정부는 강변 둔치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농약과 비료를 뿌려서 강물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매도했다.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를 예방할 수 있으며,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달콤한 환상을 제시했다. 수많은 국민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의 파괴가 불 보듯 뻔한 결과라면서 반대했다.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쫓겨났다. 쥐꼬리만 한 보상금을 손에 쥔 사람들은 대토농지를 구하지 못하고 도시로 사라졌다. 평생을 농사만 짓던 사람들은 공사장 노동자, 박스를 줍는 도시빈민으로 전락했다.
반대 여론에도 이명박 정부는 수백 년간 물속에 잠들어 있던 모래들을 파내어 검사도 없이 뭍으로 올렸다. 대형트럭들은 줄지어 모래를 실어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 모래 산을 쌓았다. 비산먼지가 발생하고 비닐하우스는 흙먼지에 덮였다. 햇빛이 줄어든 농작물은 시름시름 앓으면서 죽어갔다. 마당에 빨래를 널었던 사람들은 피부병에 걸리고 악취에 시달려야 했다.
4대강 준공과 함께 대형 사고가 터졌다. 2012년 10월 백제보 상류 왕진교 인근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이다. 당시 기자가 현장에서 10일간 한 마리 두 마리 헤아린 숫자만 60만 마리가 넘는다. 단군 이래 최악의 사고였다. 매일같이 1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돼 물고기 수거에 나섰다. 깨끗하게 수거를 끝내고 돌아서면 다음 날 하얗게 떠올랐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물고기, 야생동물에 찢긴 사체, 죽어서 썩어가는 사체, 젓갈 국물로 변해가는 강물,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정부는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축소하고 은폐했다. 물고기 떼죽음에 대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선 긋기에만 치중했다. 언론은 침묵했고, 학자들은 입을 닫았다. 4대강 동조자들은 화를 냈다. 물고기 몇 마리 죽은 게 무슨 대수냐고 비아냥거렸다.
금강에 녹조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녹색 페인트를 깔아 놓은 듯 수면을 뒤덮었다. 녹조라떼·녹조잔디구장·녹조카펫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간간이 생명을 이어가던 물고기는 또다시 집단으로 죽어갔다. 호주의 국영방송이 녹조 취재를 오면서 국격은 무너져 내렸다. 강물로 농사짓는 농민들의 한숨은 이어졌고 한탄했다. 기준치 이하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정부는 국민을 속였다.
죽어가는 생명들 뒤로 나타난 '낯선 생명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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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 교각보호공 밑에 큰빗이끼벌레가 촘촘히 자리를 잡고 있다(2017년 6월 19일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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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빠진 세종보 상류 펄밭을 손으로 파헤치자 최악의 수질오염 지표종인 붉은깔따구가 무더기로 발견되었다(2017년 11월 13일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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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생명체가 발견됐다. 담수호에서 서식하며 2~3급수에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진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다. 세종보부터 공주보·백제보를 넘어서 물속을 뒤덮었다. 작은 축구공 크기부터 3m50cm가 넘는 세계최대 크기가 금강에서 발견됐다. 정부 돈에 눈먼 학자들은 큰빗이끼벌레는 녹조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수질이 정화된다고 또다시 국민을 속였다.
금강의 수질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갇힌 강물이 썩기 시작했다. 바다로 흘러가지 못한 부유물은 보에 유속이 느려진 틈을 타고 바닥에 쌓였다. 강바닥에 쌓인 펄들이 썩으면서 물속 용존산소를 고갈시켰다. 켜켜이 썩은 펄들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메탄가스를 내뿜었다. 바닥은 화산 분화구로 변해갔다.
2016년부터는 2~3급수에 산다고 알려진 '큰빗이끼벌레'도 다 사라졌다. 어둡고 캄캄한 수면 아래에서 잠자던 잊혀진 생명체가 고개를 들었다. 환경부가 수 생태 최악의 4급수 오염 지표종으로 지정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다. 한두 마리 눈에 띄던 마릿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파헤쳐도 수십 마리가 따라 올라올 지경까지 치달았다.
4대강 사업은 단순히 환경파괴만을 말할 수 없다. 강과 더불어 살아가던 사람들. 강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평생을 일구던 농토는 사라지고 지역공동체는 파괴됐다.
기자는 지난 10년간 4대강 현장에서 보고 만지며 느꼈던 이야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수문개방 지시에도 4대강 관피아들의 저항 때문에 수문이 열리지 못한다는 내용까지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탄식과 한숨 등 눈물을 글썽이며 강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오늘도 왜가리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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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보 수력발전소 입구에 왜가리 한 마리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죽어있다(동물 사체 사진이므로 모자이크처리 했음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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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일행들을 인솔해 한국수자원공사 세종보 선착장으로 향했다. 입구엔 붉은 글씨의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판이 보였다. 수문개방으로 세종보가 살아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는 다르게 강은 여전히 상처를 기록하고 있다. 보 건설과 함께 강물이 갇히면서 쌓인 펄층이 깊어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판이다.
수력발전소 아래쪽으로 이동하자 죽은 새 한 마리가 발견됐다. 커다란 물고기를 입에 물고서 죽은 왜가리였다. 4대강 보가 생기면서 강물이 썩고 물고기가 죽었으며, 물고기를 먹은 새들과 야생동물이 죽어간다는 것 외에는 무슨 이유로 왜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참석자는 "방송에서는 수문개방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하던데 막상 현장은 다른 모습이다. 여전히 물고기가 죽고, 새들이 죽어가고 있다. 모래가 쌓여야 할 강바닥엔 씻겨 내리지 못한 펄층이 쌓여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장덕봉씨는 "우리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방관 할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아서 강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더 빨리 강이 회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양준혁 활동가는 "아무리 잘못된 일이라 할지라도 혼자서는 바꾸기 힘들다. 관심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오늘 찾아주신 여러분의 입소문을 타고 더 많은 분들이 강을 찾아 현실을 알아갔으면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달에 한번정도라도 금강으로 소풍을 가자"라고 제안했다.
한편, 세종보는 지난 2009년 5월 착공한 세종보는 21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했다. 총 길이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2.8~4m의 저수량 425㎥의 '전도식 가동보'다. 지난 2012년 6월 20일 준공했고, 정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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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본 세종보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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