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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박근혜 정부’

 

 
 
[집중 분석] 북한 입장에서 한반도 긴장 조성 사태 풀어 보기
 
김원식 | 2013-04-27 15:04:34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양 국가 간의 대화는 서로 간의 체제 인정까지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상대방을 인정하는 기본이 깔려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상호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남북한 간의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역설적으로 과거 박정희 독재 정권은 일반 국민이 선술집에서 술에 취해 북한에 대해 약간 좋게 표현하는 말실수만 하더라도 여차 없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했다. 그러나 그 당시 간첩 잡는 조직인 중앙정보부의 수장은 박정희의 특명을 받고 북한으로 들어가 당시 김일성 주석에게 예의를 갖춘 웃지 못할 과거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이러한 예의 갖춤으로 7.4 남북공동성명이라는 것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를 떠올리며 지금 한국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관한 태도를 지켜보면서, 과연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기본적인 이해라도 하고 있는지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 단적인 예가 한반도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더욱 강하게 나오자 한국 정부는 대화 제의 문제를 놓고도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성공단 문제에 관해서도 북한에 대해 시한을 명시하면서까지 실무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으나, 북한이 이를 거부하자, 개성공단 체류 인원에 대해 철수를 시작한다는 조치로 맞서고 있다. 이에 북한은 오히려 자기들이 중대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왜,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남북문제에 관해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한반도 긴장 사태에 관해 북한의 입장에서 서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는 것은 일부 보수론자들이 이야기하는 이른바 ‘종북 태도’를 취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은 최근의 한반도 긴장 사태와 관련하여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통한 대북 압박과 자신들의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 문제를 주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지구 상에서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인 북한은 이제 자신들을 보호해 줄 유일한 무기가 핵무기라는 것을 절감했다며,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도 맞짱을 뜨겠다며 전면전 불사를 외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한반도 긴장의 본질이다. 하지만 국제 정치는 현실이다. 이는 역으로 북한이 그만큼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일 미군까지 동원된 한·미 군사연합훈련, 그러나 실무회담에 나오라고?

다시 한번 북한 입장에 서보자. 한국이 실무 회담을 제의하고 북한의 반응을 보겠다고 기다린 26일에도 외신들은 한국 포항에서 실시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일환인 ‘독수리훈련’이 진행되었다고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연합뉴스>를 포함한 한국의 언론은 “이번 훈련이 한미연합사 주도로 해군, 해병대 전력들이 상륙작전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한국 해군·해병대·육군·공군 등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온 미 해병대·해군 등 두 나라 병력 3천500여 명이 참가했다”고만 단순히 보도했다.

하지만 <교도통신>은 더욱 심층적인 보도를 내어 놓았다. 통신은 “이번 훈련에는 일본 미군 기지에서 이륙한 수직이착륙 수송기인 MV22, 오스프리 3기가 훈련에 참가했다”며 “상륙 훈련은 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례 야외 기동 훈련인 ‘독수리 연습’의 일환으로 오스프리가 참가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한군이 (이번 훈련을) 공개한 것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부대도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나타내 북조선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북조선이 3월 상순부터 위협을 가해 온 것에 대해 미·한은 3월 말까지 B2 전략폭력기를 독수리 연습에 투입한 것을 공개하는 등 군사적인 압력을 가해 왔으나, 긴장감이 격화되면서 4월 상순부터는 훈련 공개를 잇달아 중지한 바 있다. 그러나 22일부터 다시 훈련을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하자면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26일도 한국 정부는 실무회담이라도 개최하자고 했지만, 북한은 3, 4월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이러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어차피 이달 말까지 예정되어 있는 한·미 군사 합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을 전개하고 있으면서도 하루라는 시한을 정해 실무회담에 나오라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더욱 상호 간의 불신을 초래하고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남한 정부의 신뢰성이 없다"라는 말이 왜 나오고 있는 것인지 곰곰이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절대 폐쇄 못 할 것” 큰소리친 종편들, 폐쇄하자 또 북한 비난에만 몰두…

이른바 북한의 최고존엄 모독 문제를 둘러싸고 현실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태도도 확실한 주관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더욱 이러한 정부의 좌충우돌을 부추기는 일부 보수 언론과 종합 편성(종편) 방송의 ‘막가파’식 언론 보도 행위는 한반도 긴장을 해결점이 없는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다.

 

ⓒ TV조선 캡쳐

 

개성공단이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이기 때문에 북한은 절대 폐쇄 조치를 못 할 것이라고 북한을 자극한 종편들은 막상 북한이 실제로 잠정 폐쇄 조치를 강행하자,이제는 눈 덩어리처럼 불어나는 한국 기업의 피해 상황과 북한에 남은 주재원의 안전을 지적하며 북한은 인도주의적 처신도 하지 않는다고 다시 북한을 비판하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북한은 미우나 고우나 우리와는 체제가 다른 나라이다. 북한은 나름대로 김일성-김정일 유일사상을 무기로 반세기를 넘게 버티고 있는 나라이다. 이 나라는 자신들의 최고존엄인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체제를 자신들의 목숨과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가 볼 때는 이해가 되지 않고 받아드리기도 어려운 사실이지만, 엄연히 북한 땅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러한 최고존엄에 대해 자꾸 건드리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는 태도들이 과연 넓게 봐서 북한 체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들의 체제 강화에 명분을 주고 있지나 않을까? 이러한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막가파식’ 선정적인 보도에만 충실하고 있는 한국의 종편을 비롯한 일부 보수 언론들이야말로 북한 정권의 체제 강화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위기가 가중되는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거의 한 달 넘게 북한이 과연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에 외신들마저도 온통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등, 어떻게 보면 북한이 의도를 했던 안 했던 북한 관련 뉴스가 연일 외신에 보도됨으로써 북한은 한반도 문제를 전 세계인들에게 이슈화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이 과정에서 잊혀 갔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 훈련 등이 자신들에 대한 억압과 침략 전쟁 의도가 있다며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어느새 한반도 긴장의 현실은 이 점에 맞추어지지 않고 북한이 과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 실험할 것인지로 바뀌고 말았다.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장거리 미사일을 실험 발사하겠다고 한 적도 없는 데,세상의 관심은 오직 미사일의 실험 발사에만 몰리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체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온통 세계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웃지 못할 현상을 초래했다.

이는 또한,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25일)이 지나는 시간까지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지 않자, 한반도의 긴장 조성이 완화되었다며 곧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하고 있는 현재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남들이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오히려 한·미연합 독수리 훈련이 끝나고 훈련에 참가한 미군들이 다 물러난 다음인 5월 초가 되어서야 그나마 한반도 상황 변화에 대한 새로운 입장 정리가 가능할지도 모르나, 한국 정부는 이 과정에서 다시 실무회담에 나오라고 북한을 압박하고 개성공단의 남은 인원을 철수하겠다고 통보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북한 지도부는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최대 위기는 바로 최고의 기회이다. 박근혜 정부, ‘통 큰 정치’ 펼쳐라.

이렇듯, 최근 한반도 상황은 북한이 의도했던, 한·미가 의도했던,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역설적으로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보다 ‘통 큰 정치’를 펼쳐야 한다. 남북한의 긴장을 해소하고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되려면 얼마든지 북한에 명분을 주어야 한다. 북한은 개성 공단 문제로 자존심을 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 발언도 아니니 얼마든지 ‘외화벌이 창구’ 등의 언론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 된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개성공단 인질 사태 대비 군사작전 운운도 국회의원의 질문에 따른 답변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본질이 아니라고 유감을 표시하면 된다.

이것이 남북한 긴장 관계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일부 보수 세력과 종편 언론들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이들은 상황에 따라서는 혹은 미국 등 강자 앞에서는 무조건 약해지는, 다시 말해 국가 이익 우선이라는 기본적인 개념도 없는 세력이다. 어찌 보면 이들은 무조건적인 ‘종북 세력’보다도 더 가치가 없는 철저한 ‘종강 세력(강자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세력)’일 뿐이다.

북한은 남북 대화가 단절된 이명박 정권 이후 이제는 한국을 상대하지 않고 미국과 맞짱을 뜨겠다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에 명분을 주는 것이야말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상호 간에 신뢰프로세스 구축의 첫 출발점이 될 수도 있으며, 더 장기적으로는 북한을 포용할 수 있는 한국의 대북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 대해, 북한 체제에 대해 다시 깨닫고 현실을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북한은 좋든 밉든 유일사상으로 뭉쳐 있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체제이며 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더 작게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에게 공약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첫 삽을 뜨기 위해서라도 그들(북한)에게 명분을 주어야 한다.

이미 11년 전인 2002년 5월에 북한을 방문하여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단독 면담한 바 있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어떤 사회인지를 눈으로 직접 보고 돌아왔을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 본다면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가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축, 이것이 공허한 말의 공약이 아니라면, 박근혜 정부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북한을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할 수 있다. 한반도 상황의 위기 고조는 북한 김정은 제1비서에게도, 한국의 박근혜 정부에도 똑같은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정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을 위해 모든 명분을 양보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통 큰 정치’를 펼친다면, 남북문제의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이러한 날이 오기를 다시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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