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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 미국의 대폭후퇴, 조선의 압승예감

[개벽예감 332]심층분석 - 미국의 대폭후퇴, 조선의 압승예감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9/01/28 [08:4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한반도 군비통제상황과 조미비공개접촉에 관한 특별보고

2.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새로운 비핵화 방안

3. 트럼프 대통령을 집단적으로 면담한 조선대표단

4. 워싱턴에서 진행된 김혁철-비건 실무급회담

5.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

6. 트럼프의 대폭후퇴로 조미협상의 견해차이가 해소되다

 

 

1. 한반도 군비통제상황과 조미비공개접촉에 관한 특별보고 

 

2018년 12월 2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미국인 중년남성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이었다. 하루 전 서울에 도착한 그는 숙소로 정한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그날 아침 판문점을 향해 출발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그의 판문점 행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비공개방문이었다. 당시 그는 12월 21일에 예정된 한미실무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갔는데, 회의에 참석하기 전날 판문점부터 찾았던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전에도 서울을 네 차례 방문했었고, 방문할 때마다 2박3일 일정을 서울에서 보내곤 했는데, 2018년 12월 19일 서울에 도착하였을 때는 방문일정을 3박4일로 잡았다. 이것은 그가 방문일정 중에 시간이 남아서 즉흥적으로 판문점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서울로 출발하기에 앞서 판문점 비공개방문을 미리 준비하였음을 말해준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그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동안 판문점에 머물렀다고 한다. 판문점에서 3시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판문점 방문시점이 사연을 말해준다. 그가 판문점에 나타나기 8일 전인 2018년 12월 12일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철거현장들에 대한 상호검증을 완료하였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군비통제를 시작한 중대한 변화다. 한반도 군사상황에 중대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미국이 그처럼 중대한 변화를 멀리서 구경이나 하고 있었을 리 만무하다. 미국은 정전체제를 뒤흔드는 변화의 첫 걸음을 내딛은 군비통제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파악하고 싶었다. 그래서 비건 특별대표가 판문점에 나타났던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인 방문이 아니라 특별한 시찰이었다. 

 

비건 특별대표의 직속상관은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이지만, 그의 판문점 시찰은 국무장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비건 특별대표에게 판문점을 방문하여 군비통제상황을 현장에서 시찰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에 관한 보고를 이미 받았지만, 서면보고만 가지고서는 만족할 수 없어서 비건 특별대표에게 현장시찰임무를 주어 그를 판문점에 보냈던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12월 19일 서울에 도착하여 3박4일 머물렀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실무단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을 상대로 즉석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비건의 서울방문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는 한미실무단 회의 전날 판문점을 비공개로 시찰하였는데, 그것은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을 현장에서 시찰하고 그 결과를 자신에게 보고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또한 그는 서울방문기간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이미 결정해놓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할 기회를 찾고 있다는 중대한 정보도 흘려주었다. 또한 그는 서울방문기간 중에 주한미국군 주둔지원비 증액문제가 '북핵문제'와 직결되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주한미국군 주둔지원비를 미국이 요구하는 만큼 증액하지 않으면 철군하겠다는 뜻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한국 국방부를 통해 한반도 군비통제추진과정에 은밀히 개입하여 그 속사정을 알고 있는 마이클 미니핸 주한미국군사령부 참모장과 버크 해밀턴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이 비건 특별대표의 판문점 시찰에 동행하여 군비통제상황을 자세히, 그리고 아주 실감나게 해설해준 것으로 생각된다. 비건 특별대표가 무려 3시간 동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머물렀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는 판문점에서 군비통제상황을 시찰하고, 서울에 돌아가 한미실무단 회의를 진행한 다음 2018년 12월 22일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2018년 12월 24일 백악관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미국인들이 들뜬 분위기 속에서 성탄절 전야를 맞이하고 있었던 그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두 사람이 들어섰다. 그 중 한 사람은 나흘 전 판문점 시찰을 마치고 워싱턴에 돌아간 비건 특별대표였고, 다른 한 사람은 지나 해스펄 중앙정보국 국장이었다. 그 두 사람은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여기에 실린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곁에 서 있는 비건 특별대표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읽고 있고, 그 옆에 서 있는 해스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보고서를 두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 촬영된 것이다. 미국 국무부 관리들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에 들어가 직접 보고하는 사람은 팜페오 국무장관인데, 그날은 매우 이례적으로 비건 특별대표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12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문건을 읽고 있는 장면이다. 그 문건은 비건 특별대표가 판문점을 시찰하고 작성한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에 관한 특별보고서다. 비건 특별대표 옆에 서 있는 여성은 지나 해스펄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이다. 사진 속의 해스펄 국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하려는 특별보고서를 두 손으로 들고 서 있다. 해스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 특별보고서는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 초까지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가 조선측과 비공개접촉을 진행할 결과를 종합분석한 특별보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그것이 한반도 평화협정체결문제 및 주한미국군철수문제와 직결되는 선행조건으로 되기 때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특별대표와 해스펄 국장으로부터 각각 특별한 보고를 받았다. 비건 특별대표가 제출한 보고서는 그가 판문점 시찰을 통해 파악한,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에 관한 특별보고서였고, 해스펄 국장이 제출한 보고서는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가 조선측과 여러 차례 비공개접촉을 진행한 결과를 종합분석한 특별보고서였다. <동아일보> 2019년 1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던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 초까지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는 판문점 등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와 몇 차례 비공개접촉을 하였다고 한다. 

 

위에 서술된 몇 가지 정보를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군비통제상황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지속되던 기간에도 비공개접촉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간접적인 의사소통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특별대표와 해스펄 국장으로부터 각각 특별보고를 받고 자신의 트위터에 세 문장으로 된 메시지를 남겼다. 

 

“성탄절 전야에 우리 사람들로부터 북조선에 관한 설명을 들었음.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음. 김 위원장과 만날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음!” 

 

사건의 전후맥락을 파악한 사람들은 위의 인용문에 담긴 뜻을 다음과 같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성탄절 전야에 한반도 군비통제상황과 조미비공개접촉에 관한 특별보고를 받았다. 한반도에서 군비통제가 시작되어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있으며, 조미비공개접촉으로 조미협상 교착상태를 넘어설 길이 열렸으므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할 좋은 여건이 마련되었다!” 

 

 

2.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새로운 비핵화 방안

 

2018년 12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아르헨띠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전용기를 타고 가던 중에 그는 자신을 수행한 취재진을 상대로 즉석회견을 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내즉석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월이나 2월쯤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회담개최지로 세 도시를 선정, 검토하고 있다고 하였고, 앞으로 어느 시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얼핏 읽어보면, 이건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기내즉석회견에서 위와 같이 말했던 2018년 12월 1일 당시까지만 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관해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한 <아사히신붕> 2018년 12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2019년 초에 개최하는 문제를 타진하고 있었지만, 조선은 응답을 주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성급하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의 개최시기 및 개최지에 대해 언급하였고, 앞으로 때가 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워싱턴에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까지 밝혔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에서 해담을 찾을 수 있다. 외교소식통의 제보를 인용한 <중앙선데이> 2018년 12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12월 21일 한미실무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었던 비건 특별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 로드맵(추진경로도라는 우리말로 써야 하는 외국어)을 완성했으며, 북한에 설명할 기회를 찾고 있지만 아직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로드맵에는 북한의 단계적인 비핵화조치와 연동된 미국의 상응조치가 담겨 있으며, 여기엔 대북제재이슈(문제라는 우리말로 써야 하는 외국어)도 담겨있다.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등을 망라하는 완전한 신고서를 제출하라고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미국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위의 인용문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읽을 수 있다. 

 

(1) 비건 특별대표가 위와 같이 발언하였던 2018년 12월 21일 당시, 백악관은 한반도 비핵화 경로도를 준비해놓았다는 사실이다. 그 경로도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과 미국이 각각 실행해야 할 과업들, 단계적으로 실행해가는 순서들, 해당과업들을 언제 시작해서 언제까지 완료하는지를 표시한 추진일정표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으로 보인다. 경로도를 완성했다고 밝힌 비건 특별대표의 말에 나오는 ‘완성’이라는 말이 바로 그런 사정을 반영한 표현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하고 결정한 한반도 비핵화 경로도는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이 전면적으로 반영된 방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발언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의 지시와 결정에 따라 대조선협상전략이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2) 조선의 핵신고를 받아내려던 비현실적인 요구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협상전략에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조선에게 핵신고를 요구하는 것은 협상을 무한정 교착상태에 빠뜨릴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폭 후퇴하여 그 요구를 철회했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발언할 수 있었던 것은, 조미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핵신고서 요구를 스스로 철회하여 협상의 걸림돌이 제거되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3) 비건 특별대표가 위와 같은 발언을 꺼내놓았던 2018년 12월 21일 당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조선에게 설명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정을 좀 더 명확하게 서술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할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려고 하였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해 내심 안타까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1월 2일 새해 들어 처음 소집된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어 보이면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관해 3분 동안 설명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마련해놓고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식을 통일전선부-중앙정보국 비밀연락선을 통해 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2월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친서가 바로 그 친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헤아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환영하면서,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조선대표단을 곧 워싱턴에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 속사정을 알게 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12월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환영하면서,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조선대표단을 곧 워싱턴에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응답을 학수고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위와 같은 내용의 친서를 받았으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그는 2019년 1월 2일 새해 들어 처음으로 소집된 백악관 각료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나타났다. 미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면서 3분 동안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관해 언급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019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북조선과 매우 좋은 대화를 하고 있다. 나는 그 이상 자세한 것을 말하지 않겠지만, 매우 특별한 대화라는 점만 말하겠다.” 매우 특별한 대화라는 것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 초까지 판문점 등에서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가 조선측과 여러 차례 비공개접촉을 진행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게 되었다는 뜻이다.  

 

 

3. 트럼프 대통령을 집단적으로 면담한 조선대표단

 

2019년 1월 17일 저녁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대표단이 워싱턴에 도착하였다. 조선에서는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 대표단이라는 공식명칭을 쓰는데, 이 글에서는 편의상 조선대표단이라고 부른다. 

 

이튿날 조선대표단이 머무는 호텔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 사이에 회담이 진행되었다. 당시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김영철-팜페오 고위급회담에 유별나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한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한 것이었다. 조선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한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1) <워싱턴포스트> 2019년 1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에 도착하기 직전 중동지역을 순방하고 있었던 팜페오 국무장관은 순방일정을 줄이고 급히 워싱턴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시점을 임박해서야 알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조선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시점이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되었기 때문에, 중동에 나가있던 팜페오 국무장관은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한 목적이 김영철-팜페오 고위급회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있었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영철-팜페오 고위급회담은 2019년 1월 18일 오전 11시에 시작되어 45분 만에 끝났다고 한다. 그처럼 짧은 회담시간은 그 회담이 의례적인 회담이었음을 말해준다. 

 

조선대표단이 숙소로 정한 호텔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만나 의례적인 회담을 마친 김영철 부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선 시각은 12시 15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대표단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 자리에는 팜페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가 동석하였다. 조선대표단의 2019년 1월 18일 백악관 방문과 조선대표단의 2018년 6월 1일 백악관 방문을 비교하면, 몇 가지 다른 점들이 보인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2019년 1월 18일 조선대표단을 이끌고 백악관에 들어간 김영철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전했다. 아래쪽 사진은 조선대표단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는 장면이다. 그것은 단독 면담이 아니라 집단적인 면담이었다. 면담에는 팜페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도 동석하였다. 사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문건들을 자신의 책상 위에 잔뜩 펼쳐놓고 조선대표단에게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할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이 중대한 문제를 설명하느라고, 그는 30분 동안 예정되었던 면담시간을 2시간 가까이 연장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2018년 6월 1일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였는데, 2019년 1월 18일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였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자신의 친서를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전하였다. 최근 두 정상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2018년 6월 1일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통역관을 대동하고 백악관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을 단독 면담하였고, 대표단 성원들인 김성혜 통일전선부 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은 밖에서 기다렸었는데, 2019년 1월 18일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통역관을 대동하고 대표단 성원들인 김성혜 통일전선부 책략실장, 김혁철 참사, 박철 참사와 함께 백악관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을 집단적으로 면담하였다. (공식직책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대표단 성원 두 사람에 대해서는 편의상 참사라고 부른다.) 

 

당시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대표단을 면담하는 시간은 1월 18일 오후 12시 15분부터 45분까지 30분으로 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대표단을 30분 동안 면담한 뒤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면담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이례적으로 므누신 재무장관과의 면담시간을 1시간 30분 정도 뒤로 미루고, 장장 2시간 가까이 조선대표단과 면담하였다. 이런 이례적인 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대표단과의 면담을 얼마나 고대하였고, 중시했는지를 말해준다. 

 

면담장면을 촬영한 사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서들을 집무책상 위에 펼쳐놓고 손짓을 해가면서 조선대표단에게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만 봐도, 그 면담이 외교관례에 따라 덕담이나 주고받는 자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기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할 중대한 기회를 기다려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기에게 대표단을 보낼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 자기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그들에게 진지하게 설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관련문서를 보아가면서, 그리고 다른 면담일정을 한참 뒤로 미루면서 조선대표단에게 자기의 한반도 비핵화 방안을 설명하였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명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4. 워싱턴에서 진행된 김혁철-비건 실무급회담

 

2019년 1월 22일 팜페오 국무장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세계경제연단 화상연설 직후 질의응답시간에 조선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에 관해 언급하면서 비건 특별대표가 조선에서 새로 지명된 회담상대와 만났으며, 그 만남에서 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 미국 국무부는 비건 특별대표와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조선반도사무특별대표가 1월 23일 워싱턴에서 진행한 미중실무급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난 1월 18일 워싱턴에서 조미실무급회담도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조선대표단이 워싱턴에 머물고 있었던 지난 1월 18일 조선에서 새로 지명된 회담상대와 비건 특별대표 사이에 실무급회담이 진행되었음을 말한 것이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에서 새로 지명된, 비건 특별대표의 회담상대는 김혁철 참사라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지난 1월 18일 조선대표단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숙소호텔로 돌아가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마련한 오찬을 마친 뒤에, 김혁철-비건 실무급회담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혁철 참사는 이전에 스위스 제네바 주재 조선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국제핵감축문제를 담당했다고 한다. 제네바에는 조선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65개 나라들이 가입한 유엔군축회의(Conference on Disarmament)가 있는데, 핵보유국들과 비핵국가들이 그 국제기구에서 핵군비통제 및 핵감축문제를 논의한다. 김혁철 참사가 제네바 주재 조선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국제핵감축문제를 담당하였다면, 그는 핵군비통제 및 핵감축문제에 정통한 외교관이다. 

 

여기서 개념정리가 요구된다. 핵감축(nuclear disarmament)은 핵무기를 감축하는 것이고, 핵군비통제(nuclear arms control)는 핵무기를 폐기 또는 감축하지 않으면서,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핵군비통제와 핵동결은 동의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하는 핵동결 완료를 선언하고, 핵군비통제문제에 정통한 외교관을 비건 특별대표의 회담상대로 임명한 것은 앞으로 조미협상에서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2019년 1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워싱턴을 방문하고 평양으로 돌아간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조선대표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결과를 청취하였는데, 그 자리에 김혁철 참사가 동석하였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9년 1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돌아온 조선대표단 단장인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김영철 부위원장의 보고를 듣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에서 대폭 후퇴하였다는 사실을 김영철 부위원장의 보고를 통해 확인하였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처럼 환한 미소로 친서를 전달받은 것이다. 아래쪽 사진은 2019년 1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대표단 성원들로부터 트럼프 대통령 면담결과를 청취하는 장면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옆에 앉은 사람은 조선대표단 성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김혁철 참사와 박철 참사다. 국제핵감축문제에 정통한 김혁철 참사는 비건 특별대표의 회담상대로 지명된 노련한 외교관이고, 영어에 능통한 박철 참사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소속 간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여기서 또 다른 개념정리가 요구된다.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은 조선이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완전히 중단한 것에 상응하여 미국도 조선을 겨냥한 핵무기의 연습, 위협,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다. 핵동결에도 상호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조선과 미국이 상호핵동결을 합의하고 이를 완전히 실행한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박철 참사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소속된 간부인데, 그 위원회 위원장은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다. 박철 참사는 영어에 능통하다. 영어에 능통한 그가 이번에 조선대표단 성원으로 망라된 데는 사연이 있다. 2018년 6월 1일 김영철 부위원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단독 면담하였는데, 성격이 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시간을 거의 주지 않고 말을 길게 이어가는 바람에, 김영철 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길게 이어진 발언내용을 통역을 통해 파악하느라고 어려움을 느꼈다. 그런 사정을 간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조선대표단을 백악관에 파견하면서 영어에 능통한 박철 참사를 대표단 성원으로 임명하였고, 통역을 통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묘한 어감차이나 심리상태까지 세심하게 관찰, 파악하라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워싱턴을 방문하고 평양으로 돌아간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고, 조선대표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결과를 청취하였는데, 그 자리에 박철 참사도 동석하였다.   

 

그런데 조선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일정은 김영철-팜페오 고위급회담과 트럼프 대통령 면담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1월 18일 저녁, 본 비숍 중앙정보국 부국장과 존 플레밍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 신임 총책임자가 조선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 나타났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대표단이 중앙정보국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비공개회담을 진행하였음을 말해준다. 얼마 전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을 때, 조선과 미국은 비밀연락선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면서 비공개접촉을 추진한 바 있었다. 조미협상과정에서 뜻밖에 일어날 수 있는, 예측하기 힘든 돌발상황에 대비하여 조선과 미국은 비밀연락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5.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

 

2019년 1월 18일 저녁, 조선대표단의 워싱턴 방문일정이 거의 끝나가던 때, 미국 국무부가 뜻밖의 내용을 외부에 공지하였다. 비건 특별대표가 이튿날부터 2019년 1월 22일까지 사흘 동안 스웨리예(스웨덴)를 방문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것은 비건 특별대표가 스웨리예 수도 스톡홀름에서 진행되는 국제회의에 참석한다는 뜻이었다. 스톡홀름 국제회의는 2018년 11월 초에 조미고위급회담이 무산되자 스웨리예 외교부와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것이다. 그래서 반관반민 국제회의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비건 특별대표가 워싱턴에서 김혁철 참사와 실무급회담을 마치자마자 급히 스톡홀름 국제회의에 참석한 까닭은, 그 회의에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이 참석하였기 때문이다. 최선희 부상이 스톡홀름에 도착한 때는 1월 17일 오후였고, 비건 특별대표가 스톡홀름에 도착한 때는 1월 19일 오후였는데, 그 사이에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월 18일 밤늦게 스톡홀름에 도착하였다. 스톡홀름 국제회의는 1월 19일 오후 6시에 시작되어 1월 21일 오전 10시에 끝났다. 스톡홀름 국제회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원래 스톡홀름 국제회의는 1월 19일부터 22일까지 3박4일 동안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는데, 하루 일찍 끝났다. 이런 정황은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가 실무급회담에서 장시간 논쟁을 벌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실제로 회담분위기는 좋았다. 

 

(2)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 2019년 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스톡홀름 국제회의에서 지역안보체제문제를 논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할애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그 회의에서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가 동북아시아안보문제에 관해 긴 시간 동안 논의하였음을 말해준다, 왜 갑자기 동북아시아안보문제가 제기되었을까? <사진 6> 

 

▲ <사진 6> 위의 사진은 최선희 조선외무성 부상이 2019년 1월 21일 스톡홀름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비건 특별대표와 여러 차례 진행한 실무급회담을 모두 끝마치고 스톡흘름 주재 조선대사관에 도착하여 승용차에서 내리는 장면이다.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는 스톡홀름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별도로 실무급회담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 회담들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수립방안과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되었는데, 참으로 놀랍게도, 쌍방의 견해차이가 사실상 해소되었다. 한때 견해충돌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조미협상의 내부사정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진전된 근본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에 제기하였던 종전의 비현실적인 요구들을 완전히 철회하면서 대폭 후퇴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머지않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수립문제와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극적으로 합의하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 역사적인 합의에 따라, 올해 3월부터 내년 10월까지 놀라운 격변들이 연속 일어나게 된다. 미국의 대폭후퇴가 조선의 압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동북아시아안보문제는 조선과 미국이 상호핵동결을 이행하는 비핵화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조선이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완전히 중단한 것에 상응하여 미국도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서 조선을 겨냥하는 핵무기의 연습, 위협, 사용을 완전히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선을 겨냥한 핵무기의 연습, 위협,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전진배치한 핵무기체계를 동원하는 대조선전쟁연습을 완전히, 영구히 중단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로 조선을 위협하지 않고, 그 어떤 경우에도 조선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조선과 미국이 역내 관련국들과 함께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을 공고하게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동북아시아안보체제를 세워야 한다. 새로운 동북아시아안보체제는 ‘안보’라는 간판을 내걸고 전쟁을 추구하는 낡은 군사동맹체제가 아니라, 전쟁위험을 해소하는 지역평화체제로 되어야 한다. 그런 동북아시아평화체제가 한반도 평화지대 구축을 중핵으로 하여 세워질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제2차 조미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한반도에 구축될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는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을 공고하게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동북아시아평화체제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지대를 구축하는 데서 결정적인 요인은 주한미국군 철수이며, 동북아시아평화체제를 세우는 데서 결정적인 요인도 역시 주한미국군 철수다. 주한미국군이 철수되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지대도 구축될 수 없고, 동북아시아평화체제도 세워질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조선은 오래 전부터 주한미국군 철수를 중핵으로 하는 새로운 동북아시아평화체제 구축방안을 연구해왔다. 10여 년 전 조선측 대표단 성원으로 6자회담에 참가하여 지역안보문제에 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최선희 부상은 그 문제에 정통한 노련한 외교관이다. 그에 비해, 비건 특별대표는 청년시절에 부쉬 행정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밑에 들어가 실무자로 일하면서 미국-로씨야 관계에 관한 실무를 잠시 맡아보다가, 포드자동차회사에 들어가 오랜 기간 일했던 경력밖에 없으므로, 동북아시아평화체제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는 애송이 외교관이다. 노련한 외교관과 애송이 외교관이 동북아시아안보문제를 놓고 회담을 하였으니, 그 회담을 누가 주도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6. 트럼프의 대폭후퇴로 조미협상의 견해차이가 해소되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대표단에게 설명한 한반도 비핵화 방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을까? <요미우리신붕> 2019년 1월 27일 보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2019년 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스톡홀름 국제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과 최선희-비건-이도훈 실무급회담이 각각 병행되었는데, 그 회담에 참석하였던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말을 인용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 <요미우리신붕> 보도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중대한 사실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1) 비건 특별대표는 최선희 부상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계획의 폐기, 핵시설들의 폐기 및 검증을 요구하였다. 

(필자의 해설 -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하라는 종전의 비현실적인 요구에서 대폭 후퇴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계획’을 폐기하라는 현실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 이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하는 핵동결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은 핵무기를 폐기하고 검증을 받으라는 종전의 비현실적인 요구에서 대폭 후퇴하여 핵시설들을 폐기하고 검증을 받으라는 현실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 이것도 역시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하는 핵동결을 의미한다. 미국이 이번에 새로 제기한, 종전보다 대폭 후퇴한 요구들은 명백하게도 핵동결 요구다!)   

 

(2) 최선희 부상은 비건 특별대표에게 제3국의 대조선석유수출과 조선-제3국의 국제금융거래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제재를 완전히 해제할 것을 요구하였다. 

(필자의 해설 - 미국은 위와 같은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은 미국에게 제재완화를 요구하지만, 제재완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구는 평화협정체결이다. <로이터즈> 2019년 1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과 병행하여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스톡홀름 국제회의에서 “여러 가지 지역안보체제들”에 관해 논의되었다고 하였는데, 이런 보도내용은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문제가 논의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요미우리신붕> 서울특파원이 만난 익명의 제보자는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에서 평화협정체결문제가 논의되었는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평화협정체결문제는 철군문제와 직결되는 매우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이므로, 익명의 제보자가 그 문제에 대한 논의사실이 언론에 유출되지 않게 언급을 회피했을 수도 있고, 최선희-비건 실무급회담에서는 평화협정체결문제를 논의하였으나 최선희-비건-이도훈 실무급회담에서는 그 문제를 논의하지 않아서 제보자가 논의여부를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두 경우 중에서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3)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는 실행순서 및 실행시기와 관련하여 약간 견해차이를 보였지만, 상대의 요구를 “대체로 받아들일” 의향을 표명하였다. 

(필자의 해설 - 이것은 조미협상에서 견해차이가 사실상 해소되었음을 말해준다.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역사적인 대타결이 이루어지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다.)

 

(4) 최선희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는 앞으로 조미협상에서 합의될 목표들의 이행을 “2020년 중에 완료하는” 문제를 논의하였다. 

(필자의 해설 -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임기가 사실상 끝나게 되는 내년 10월 말까지 조선의 핵동결문제와 미국의 주한미국군철수문제를 동시에, 완전히 해결하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내년까지 해결하고 통일국가건설을 한 걸음 더 앞당기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조선과 미국의 상호핵동결을 합의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과업을 합의할 것이다. 그 역사적인 합의에 따라, 올해 3월부터 내년 10월까지 놀라운 격변들이 연속 일어나게 된다. 미국의 대폭후퇴가 조선의 압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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