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개성공단에서도 ‘불통’, 공단 ‘자연사‘하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5/19 06:44
  • 수정일
    2013/05/19 06: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개성공단에서도 ‘불통’, 공단 ‘자연사‘하나
 
의혹 증폭... 왜 사실 은폐한 걸까?
 
육근성 | 2013-05-18 10:31:3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은 ‘윤창중 사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찾는 일이었다. 청와대 전체와 박 대통령에게까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국면전환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남북 실무회담 제안, 국면전환용이었나

 

 

‘윤창중 사건’에 국정의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는 개성공단 회담 제안으로 나타났다. 국무회의에서 북측에 개성공단 관련 회담을 제안하라고 지시했고, 통일부는 지난 14일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개성공단 현지에 보관 중인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 등 입주기업의 고통해소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북측에 제의한다”고 밝히며 “조속한 시일 내에 북측이 편리한 방법으로 답변해 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 때 남북이 마주 앉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의 시선도 판문점과 개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윤창중 사건’을 덮고도 남을 만한 파급효과가 예상 되기 때문에 정부가 개성공단 회담 제안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기대감도 드러냈다. 개성공단 정상화 같은 ‘큰 틀의 논의가 아닌 실무적 문제를 제안한 것으로 북한도 논의 가능성을 비쳤던 만큼 대화 제의에 응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제품 반출에 대해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게 아니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염두해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측, “기업인-유지관리 요원 방북과 물자 반출 이미 허용했다”

 

 

정부의 기대는 불발로 끝났다. 제안이 있은 다음날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대답을 내놓았다. 총국 대변인은 “정상화 의향이 있다면 그 무슨 통신 타발이나 물자 반출 문제 같은 겉발림의 대화타령이나 할 것이 아니라 근본문제를 푸는 데로 나서야 한다”며 회담 거부의 뜻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를 비난했다. “(통일부가) ‘북측의 부당한 조치로 공업지구운영이 파행을 빚고있다'느니, '기업가들의 공업지구방문요청에 대해서도 북측의 협조가 없어 성사되기 어렵다’는 파렴치한 소리를 했다”고 목청을 높인 뒤 잔류 인원 철수 당시 남북 간에 이뤄진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북측 대변인은“남측 잔류인원이 개성공업지구에서 전부 철수하던 지난 3일 개성공단 공업지구관리위원회 남측 관계자들에게 공단의 정상적 유지관리를 위해 관계자의 출입과 입주기업가들의 방문 및 물자반출을 허용해 줄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와 관련된 날짜까지 제시해 줬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함구해 온 것을 북측이 폭로한 것이다.

 

 

 

▲북측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게 보낸 팩스

 

 

정부, “그런 사실 있지만 구체적인 건 아니었다.”

 

 

여기서 의문점 한 가지가 해소된다. 통일부가 “북한과의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번만큼은 회담 성사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내친 바 있다. 그 이유에 대한 답이 북측 대변인의 주장에서 발견 된다.. ‘방북과 물자 반출 허용’을 내비친 북측과의 사전 교감에 기초한 기대감이었다는 얘기다.

 

 

북측 대변인은 또 자신들은 요원 방북과 물자 반출을 허용했지만, 우리 정부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외면해 왔다고 성토했다. “우리(북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횡설수설하며 흑백을 전도하는 파폄치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원부자재 반출이 이미 허용한 바 있다는 내용의 팩스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북측의 주장이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정부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외면한 게 돼 향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불통 정부’가 입을 닫고 입주 기업들을 속인 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통일부는 “북한이 물자 반출 문제에 대해 기타부타 말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해 왔다.

 

 

의혹 증폭... 왜 사실 은폐한 걸까?

 

 

북측의 폭로성 주장이 나오자 통일부가 말을 바꿨다.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을 위한 방북과 관련해 우리 측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을 사실”이라며 “그와 관련해 북측이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거나 입장을 개진해 오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북측이 방북과 물자 반출 허용을 언급한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북측은 “날짜까지 제시해 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통일부는 이를 부정하고 있어 의혹만 증폭되는 양상이다.

 

 

 

 

개성공단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부가 (방북과 물자반출 허용과 관련된) 북측의 입장을 당사자인 기업인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크게 반발했다. “정부와 북측이 논의하는 모든 사항을 입주기업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요구 사항도 내놓았다.

 

 

입주기업을 한없이 걱정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딴전을 부려왔다는 정황도 있다. 지난달 30일 비대위가 공장 설비점검과 원부자재 방출을 목적으로 통일부에 방북을 신청했지만 통일부가 그 명단을 북측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측이 관계자 방북과 물품 반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게 사실이라면, 정부가 기업들의 요구를 북측에 전달해 실무적으로 문제를 풀어갔어야 옳았다. 남북 회담이라는 형식과 허울만 고집할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개성에서도 ‘불통정부’, 공단 ‘자연사’ 기다리나?

 

 

비대위가 오는 23일 개성공단 시설 점검과 원부자재 및 완제품 반출을 위해 방북하겠으니 북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 요구가 어떻게 반영될지 두고 볼 일이다. ‘방북과 반출 허용’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측도 적극 응해야 하고, 정부 또한 입주기업들의 고통과 함께 하려는 진정성이 있다면 전향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을 정상화시킬 생각이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폐쇄 수순을 밟는 게 아니라면 입주기업들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기업들과 협의하는 게 맞다. 폐쇄로 가는 게 아니라면 은폐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개성공단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두 달 정도라는 게 입주업체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상태로 6~7월을 넘기면 공장 설비가 고장 나거나 녹이 슬게 되고, 거래처 이탈로 상당수의 업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문을 닫게 될 형편이란다. 개성공단이 ‘자연사’할 때까지 시간만 끌 작정인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