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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주년 5.18 ‘찢겨진’ 기념식…정부·시민사회 ‘따로’

시민사회,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 민족민주열사묘역서열어

김주형 기자 kjh@vop.co.kr
입력 2013-05-18 15:31:18l수정 2013-05-18 17:15:43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는 제창대회 참가자들

18일 오전 광주 망월동 5.18 민주묘역에서 열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에서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와 김재연 의원 등 참가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양지웅 기자

 

결국 3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정부와 광주지역 시민사회가 따로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올해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광주지역 시민들의 정서를 달래지 못하는 ‘반쪽짜리’ 정치력을 보여줘 ‘국민대통합’이라는 슬로건을 무색하게 했다.

광주진보연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전남진보연대는 18일 오전 10시 33주년 5.18기념식과 같은 시각 옛 5.18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5.18 역사 왜곡 규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정부 기념식에 불참한 5.18 관련 단체가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또다른 5.18기념식이었다. 이날 집회에는 오병윤 원내대표 등 통합진보당 지도부와 지방의원단,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 의장, 박봉주 광주진보연대 공동대표, 정영일 광주시민협 상임대표, 주경미 광주전남여연 공동대표, 오재일 5.18기념재단 이사장 등이 함께 했다.

 

오종렬 상임대표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자'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상임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망월동 5.18 민주묘역에서 열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오종렬 의장은 “5.18민중항쟁은 그냥 항쟁이 아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냥 노래가 아니다”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감안안에 있는 동지를 바라보며 옥창 아래서 불렀던 노래, 농민들이 논두렁 밭두렁에서 불렀던 바로 그 노래, 자식 잃은 어머니들이 눈물 흘리며 자식 생각으로 불렀던 노래”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 의장은 “5.18을 폄훼하려면 뭐하러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오월영령들을 5.18묘지로 보냈는가”라고 따지면서 “우리 민중의 애국가, 영원한 우리들의 애국가라고 한다. 최소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마땅히 존중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제창대회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노래로, 반주로 여러 차례 참석자들이 제창했고, 이외에도 여러 5.18 광주민중항쟁 관련 노래가 불려졌다.

서승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표현의 자유도 있고 사연이 있는 노랜데 못 부르게 하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이건 (정부의) 억압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정부 주도 5.18기념식에는 취임 첫 기념식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하지만 기념식장 안팎은 이날 온종일 뒤숭숭했다. 옛 5.18묘역에서 5.18묘지로 가는 두 군데 길을 차벽과 경찰로 완전히 봉쇄했다.
 

밤샘 농성대오를 포위하고 민주의문 출입을 차단하고 있는 경찰

이날 밤샘 노숙농성을 진행했던 2백여명의 농성대오가 정리집회를 하는 동안 경찰이 민주의문을 완전히 막고 대오를 포위하는 등 지난해와 달리 지나치게 많은 경찰을 배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민중의소리



박아무개(40)씨는 “여기가 5.18 민주 성지가 맞느냐. 경찰이 묘지 안까지 들어오고 민주의문을 온통 완전히 막고 있는 건 문제 있다. 참배를 위해 들어오는 차량을 막고 트렁크까지 열게 하는 게 과연 제대로 된 경찰인가”라고 비판했다.

경찰 관계자도 이같은 불만에 대해 “지난해 보다 훨씬 많이 배치된 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이날 경찰은 5.18묘지와 옛 5.18묘지 등에 5천여명 가량 배치돼 기념식장과 참배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오전부터 이틀에 걸쳐 밤샘 노숙농성을 진행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오전 7시20분께 옛 5.18묘역에서 열릴 집회를 위해 철수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가 철수한 5.18묘지 입구 민주의 문에는 5.18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이 모였다. 5.18 유족들은 “북한군 수백명이 내려왔으면 도대체 우리 군인들은 그때 뭐했나” “지들도 생떼 같은 자식들을 잃어봐” “다 당해봐야 알아. 산 사람들은 몰라”라며 기념식 경호관계자들을 향한 울분을 토했다.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는 5.18유가족과 부상자들

33주년 5.18기념식이 열릴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5.18 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끝없이 되풀이해 제창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이후 본격적인 연좌농성에 들어간 유족과 부상자, 그리고 일부 광주시의원들은 2시간 동안 태극기를 들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끊임없이 부르며 정부의 퇴출 시도에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또한 기념식이 마무리될 즈음 채 참석자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식장으로 들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5.18 관련 단체 회원 몇몇은 정부 기념식 도중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다 강제로 퇴장당하기도 하는 등 33주년 기념식은 역대 최악의 5.18기념식으로 남게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에 참석한 통합진보당 지도부와 의원단

오병윤 원내대표, 김재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에 참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일본 노동자들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에는 일본에서 온 서일본노동조합(Japan Rail) 조합원이 20여명 참석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아시아인권포럼에 참석한 외국인유학생, 국제전략센터 회원 등 외국인들이 유난히 많이 참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민중의소리


 

취재진에 둘러싸인 안철수 의원

5.18기념식에 참석하려 민주의문으로 들어선 안철수 의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노회찬·김현철·안철수가 방명록에 남긴 글

5.18 3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 등이 방명록에 남긴 글.ⓒ민중의소리


 

묵념을 올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33주년 5.18기념식에 묵념을 올리고 있다.ⓒ민중의소리


 

33주년 5.18기념식 기념사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10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3주년 5.18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5.18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는 5.18단체

5.18 희생자 유가족들이 마무리된 5.18기념식장에 들어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하고 있다.ⓒ민중의소리


 

'5.18 열사들과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18일 오전 광주 망월동 5.18 민주묘역에서 열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양지웅 기자


 

5.18 기념식 참가 거부한 광주시 의원들

5.18 광주 민주항쟁 33주년을 맞은 18일 오전 광주 망월동 5.18 민주묘역에서 기념식 참가를 거부한 광주시의회 의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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