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을 설립자로 두고 있는 학교법인 영남학원 소속 영남대와 영남이공대에서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이후 그동안 이들 학교의 박정희 미화 행태를 비판해온 교수들을 파면하거나 명예교수직에서 누락시키는 등 본격적인 탄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이 설립한 영남이공대학교(총장 이호성·구 영남고등실업학교)는 현 이호성 총장을 비판해온 임정철 교수(교수학습센터 소속)를 전격 파면하는 징계위원회를 이번 주(22~24일) 중 개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달 24일 재단 이사회에 임 교수 파면징계요구안을 제출해 징계위원회 개최가 의결됐다.

문제는 영남이공대가 제시한 징계사유 가운데 박정희 미화 움직임을 비판한 대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었다. 20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임 교수에 대한 ‘교원 징계의결요구 사유서’를 보면, 7가지 사례 가운데 ‘마. 외부에 허위사실 유포 등’ 항목엔 지난해 10월 국회서 열린 ‘영남학원 재단정상화와 사회적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서 임 교수가 언급한 학교의 박정희 미화 행태가 제시돼있었다. 당시 임 교수는 “학교측이 재단에 대한 총장의 자발적 충성경쟁으로 △교명변경(박정희대학교)을 시도했으며 △총장실에 학원 설립자(박정희) 사진을 걸어두고 △새마을정신과 리더십이라는 교양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에 수강토록 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고 사유서엔 설명돼 있다. 영남이공대는 사유서에서 이 내용이 사실적 실체를 왜곡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임 교수가 지적한 내용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상준 홍보팀장은 20일 “총장실에 박정희 사진이 걸려있는 것은 현 총장 임기가 시작된 2~3년 전부터이며, 내부 설문조사 결과 교명을 ‘박정희대학교’로 바꾸자는 내용이 2위로 나온 적이 있었으나 법인이 거절해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며 “새마을정신과 리더십이라는 과목이 개설됐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이공대는 이밖에도 임 교수의 파면 사유로 ‘근무지 무단이탈 및 근태 불량’을 들어 지난해 국회 토론회 참석시 결재권자의 허가없이 근무지를 이탈했으며, 복무규정을 위반한 정상근무일수가 많았다고 지목했다. 학교가 임 교수의 연구실 출입시간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보안목적으로 설치해둔 시건장치(KT텔레캅) 입출입내역 자료까지 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걸려있는 영남이공대(영남학원 소속) 홈페이지
 
또한 영남이공대는 임교수가 학교 내부게시판에 총장을 비판하는 글을 문제삼아 총장의 인격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사유서에 적었다. 또한 임 교수가 재임시 취업률을 부풀려 국고를 부당하게 타냈다는 혐의로 이 총장을 지난 1월 검찰에 고발한 뒤 언론에 제보한 것도 징계사유에 포함됐다. 검찰이 수사중인 상황인데도 일방적인 의혹을 외부에 알렸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임 교수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파면은 터무니없는 조치”라며 “그동안 재단에 반대, 총장 비판, 토론회서 박정희 미화 행태 언급 등을 했던 데 대한 보복성 탄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서상준 홍보팀장은 “이번 검찰 고발 전에도 이미 지난해에도 총장을 고발해 무혐의 처분이 난 적이 있을 정도로 총장에 대한 명예훼손의 정도가 심하고, 근무지이탈 등 복무규정도 위반했을 뿐 아니라 학원에 대한 명예훼손도 있어 징계요구를 하게 된 것”이라며 “‘총장실에 학원 설립자(박정희) 사진을 걸어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교명변경도 결국 법인에서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을 두고 박근혜 눈치보기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같은 영남학원 법인 소속의 영남대학교에서도 학교가 박정희 정권을 미화한다고 비판한 교수에 불이익을 준 일이 발생했다. 영남대는 지난 3월 26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정년퇴임을 한 정지창 전 독문과 교수의 명예교수 추대가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석균 총장은 인사위 결과를 보고받은 뒤 법인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지난달 1일 명예교수 추대 발령에서 정 전 교수를 배제했다. 통상 교수가 정년퇴임을 하면 관례적으로 명예교수에 추대돼왔다.

정 전 교수의 명예교수 발령 거부의 사유는 정 전 교수가 영남대의 박정희 미화를 비판했다는 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 전 교수는 지난해부터 ‘영남대 재단 환수를 통한 재단정상화 시민대책위’의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성명 또는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박정희 정권 때 강제와 억압으로 통치한 전력이 많은데도 박정희리더십연구소와 박정희새마을정책대학원을 설치하는 등 박정희 미화에만 골몰했다고 비판했었다.

손광락 영남대 교무처장은 20일 “학교의 명예를 추락시킨 사람에게 명예교수를 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정 전 교수가 대표로 있는 단체의 성명서엔 영남대가 독재자를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한다고 쓰여있는데 우리는 그런 적 없다. 우리도 사학과, 국사학과가 있는데 역사를 어떻게 왜곡한다는 것이냐. 또 새마을정책대학원 만들면 미화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손 처장은 정 전 교수에 대해 “부총장까지 하신분이 그렇게 영남대를 안좋게 얘기하시는데 명예교수를 줄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영남대 박정희새마을정책대학원 홈페이지
 
또한 손 처장은 “정 전 교수가 ‘아무 권한없는 박근혜에게 헌납했다’고 표현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영남학원 이사 당시 이사 추천권을 행사한 것은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른 정당한 권한 행사”아렴 “영남대 어디에도 독재자를 미화한 사람이 없다. 우리가 긴급조치까지 미화했으면 몰라도 후진국에서 가르쳐달라는 ‘새마을정책’을 연구하는 것까지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가 ‘박근혜 대통령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에 손 처장은 “영남대가 불가피하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곳이니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영남대가 인연은 있지만, 박 대통령이 학교를 떠난 뒤 전혀 학교에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도 특혜를 받는다는 인상을 안주기 위해 조심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지창 전 교수는 “나의 비판이 영남대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대학은 자신에 대해서도 소신껏 비판하도록 할 수 있는 공간인데, 마치 ‘영남대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학교정책 비판하고 반대하느냐’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 전 교수는 “이는 새마을 운동을 보는 학문적 소신에 대해 신앙을 저버린 배교자처럼 인식하는 것으로 대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잣대로 이런 조치를 벌이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고 싶은 생각은 있다. 지금은 유신시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전 교수는 박정희 정권에 대해 “성공적인 정책이나 리더십은 아니었다. 소득이 10배 늘어났다지만 부채는 18배가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더구나 그 시대가 성공했다면 현재 농촌이 살기좋은 곳이 돼있어야 한다. 허나 그렇지 않다는 것은 박정희 시대의 환상이 넌센스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박정희리더십이라는 것 역시 긴급조치라는 헌정유린을 통한 통치로 현재 법원에서 잇달아 무효가 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