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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충'도 자신들 주장이 거짓인 것 알고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19> 한홍구·서해성, '일베'와 '5.18'을 논하다

박세열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5-26 오전 10:58:20

 

 

지난 22일, 형사들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아주 작은 박물관에 들이닥쳐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밀었다. '정의로운 시민행동'이라는 이름단체 대표를 자처하고 있는 정 모 씨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법)' 위반 혐의로 평화박물관고발한 사건 때문이었다.

평화박물관은 지난해 유신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홍성담 화백의 이른바 '박근혜 풍자 그림'을 전시했다.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 단체 및 새누리당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평화박물관을 고발한 정 씨는 '고발 전문가'인 것처럼 보인다. 정 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그간 정 씨가 고발했던 단체들과 관련된 '고발 접수증 인증샷'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노무현재단,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도 등도 역시 정 씨의 '고발'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는 이 같은 시민사회 단체들을 "종북 좌파" 세력으로 규정하고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관련 기사 : '박근혜 출산' 풍자 그림 논란)
 

 

▲ 홍성담_<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194×265cm, 캔버스에 유채, 2012. ⓒ평화박물관


평화박물관의 상임이사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 24일 <프레시안>이 제작하는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소설가 서해성 성공회대 외래교수와 함께 패널로 출연해 "평화박물관 압수수색은 박근혜 정부 하 사정기관의 창조적 압수수색"이라고 비판했다.

서해성 교수는 "평화박물관은 평화 운동문화 운동을 겸하는 조직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표현 활동이다. 몇십 만 명 동원해 데모하는 곳도 아닌데,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결국 표현 활동 위축시키고자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관련해 "법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왜 고발했고, 경찰은 왜 압수수색을 했을까. 사실상 그 단초를 제공한 것은 대선 기간에 전시됐던 홍성담 화백의 그림이다. 한 교수는 이 그림을 전시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유신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와 관련해 전시회 기획을 했다. 당시 홍성담 화백에게 '그런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 다만 '대중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이 된다면 그것은 유신의 부활을 알리는 것이라는 의미의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는 했다. 그리고 그림을 전시했다. 이후 나는 그 (그림 속에 담긴) 컨셉을 가지고 무수히 많은 강연을 했다. '박근혜의 당선은 유신의 부활이고 박정희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박정희가 부활하는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런 말들을 했는데 (그 그림의 의미를 말로 한 나는) 아무 일이 없었다. 제 생각에 예술작품을 전시 공간에 건 것을 선거법으로 도저히 걸수 없으니까 그 사람이 엉뚱한 것으로 저희 단체를 걸게 된(고발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홍구 교수는 이어 "이 정권(박근혜 정부)이 출발할 때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등) 엄청난 범법 의혹들이 나와서 고발되고 했는데, 그에 합당한 정도의 압수수색 조치가 있었나"라고 반문한 후 "우리는 재정과 관련해 홈페이지에 다 공개하고 있다. 이미 공개돼 있는 것을 두고 압수수색을 하니까 과잉수사라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법의 형평성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눈을 크게 뜨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경찰이나 검찰은 (기부금법을) 아주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 (수사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회원 여러분께 송구하다. 저희는 더 열심히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위축되지 않고 평화와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아주 창조적인 압수수색이었다.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컴퓨터 뜯어가지 않고 서랍을 다 열어보고 그렇지는 않더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해성 교수는 "이 일로 한 교수나 평화박물관이 법원에 가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것(고발 및 수사)을 통해 평화박물관에 회원 가입을 못 하도록 하는 것을 노리는 것 아니겠느냐. 박근혜 정부 출범하고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는데, 시민단체에 대한 첫 번째 선물이 압수수색이었다. 시민사회 단체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해성 교수는 "만약 경찰 등 사정기관의 논리라면 (회비 받고 있는) 보수단체들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계 모임 등 다 고발당해야 한다. 앞으로 등산 갈 때도 돈 걷으면 안된다"고 지적하며 "그분들의 정치적 해프닝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공권력이 움직였다는 게 문제다.
 

 

"'일베충'도 자기 주장이 '거짓'인 것 알고 있다"?

한 교수와 서 교수는 <이철희의 이쑤시개>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베(일간베스트)'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특히 서 교수는 '일베'에 대해 "'일베'의 중요한 특성은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도 그게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재밌다"라고 말했다.

"87년, 광주항쟁의 진실이 대선의 중요한 화두가 됐었다. 당시 야당은 노태우 후보가 광주 학살의 주범이라고 공세를 폈다. 그때도 (노태우 지지자) 사람들은 '에이 그랬겠느냐'고 했다. 노태우 지지자는 안 믿고자 애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광주 이야기는 전 국민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태우를 지지해야 하니까, 그런 사람들은 광주를 알면서도 처음에는 '아닐 거야' 하는 것이다. '아닐 거야'가 '아닌 거야'로 됐다가 '아니잖아' 이렇게 바뀌는 거다. (일베) 사람들도 광주에 대해 알고 있지만 비아냥거리는 행위 자체를 (서로) 인정을 한다. 최초에는 죄를 부정하고, 그다음에는 재밌어한다. 그러다 보면 사실이 아닌 것을 믿어주는 사람이 생긴다. 그러면 본인도 믿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일베' 사람들도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서 교수의 분석이다. '일베', '5.18', '임을 위한 행진곡' 등 5월을 맞아 논란이 됐던 '역사 논쟁', 보다 자세한 내용은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서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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