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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100일은 '윤·창·중 100일'이었다

[박근혜 취임 100일③] 인사정책 '실패'- 창조경제 '모호' - 중산층 재건 '물음표'

13.06.04 20:36l최종 업데이트 13.06.04 20:36l
이경태(sneer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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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째를 맞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 창문 너머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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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대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은 조용했다. 박 대통령은 4일 한-모잠비크 정상회담에서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농촌 발전 경험과 새마을운동 정신은 모잠비크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새마을운동' 세일즈를 했다.

이정현 신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목욕탕 토크'를 제안하는 등 정부의 불통 이미지 불식을 노력했다.

그러나 청와대 바깥의 상황은 달랐다. 취임 100일을 맞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고언이 넘쳐흘렀다. '친정'인 새누리당도 고언에 앞장섰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는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정부는 그동안 정부조직법 지연, 인사실패, 소통부족 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일자리, 안보, 경제 무엇 하나 시급하지 않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허비한 시간은 뼈아프다"고 말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부분도 있으며 지금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자축하고 100일상을 받아서 잔치를 벌일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집권여당마저 아쉬움을 표한 박근혜 정부 100일을 세 가지 열쇳말로 정리해봤다.

['윤'창중] "'밀봉'으로 시작해서 '그랩'으로 끝난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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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려차원에서 툭 쳤을 뿐" 윤창중 '성추행' 부인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 중 대사관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사건 발생 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귀국을 지시해 따랐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자신은 여성 인턴에게 격려 차원에서 허리를 '툭' 쳤을 뿐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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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100일은 '밀봉'으로 시작해서 '그랩(grab)'으로 끝난 인사참사였다"고 지적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지난 100일의 '대표 인물'로 내세운 셈이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인수위 주요 인선 발표 때 밀봉된 봉투를 발표장에서 뜯는 장면을 연출해 '밀봉 인사' 논란을 자초했다. 또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일로 경질됐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달 11일 해명 기자회견 이후 24일째 칩거 중이다.

윤 전 대변인이 '박근혜 1호 인사'임을 감안하면 전 원내대표의 표현은 과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 중 무려 14명이나 낙마하는 등 '인사 정책'이야말로 박근혜 정부 100일의 최대 오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이날 발표한 '전문가 평가설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각 분야 전문가 143명 중 69명이 인사정책을 '잘못하거나 미흡한 정책' 1순위로 꼽았다.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평가한 전문가 74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었을 때도 '독선적 불통 리더십'과 함께 '인사실패'가 꼽혔다.

정부가 중요한 성과로 보고 있는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전체 응답자 중 48.2%로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부정적 평가를 한 36명의 전문가 중 23명은 '청와대 참모의 국격훼손 행위'를 그 이유로 들었다. 윤 전 대변인이 지난 100일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됐다는 방증인 셈이다.

['창'조경제] 3대 미스터리 중 하나, 100일 지났지만 현장에서도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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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정치부장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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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에 대해서 처음에는 그게 뭐냐, 3대 미스터리라고 그랬던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한 만찬에서 한 말이다. 자신이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창조경제'가 '안철수의 새정치', '김정은의 속마음'과 함께 3대 미스터리라고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이제 미스터리가 풀려서 '아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이루어져간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창조경제의 주무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도 오는 5일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발표한다. 앞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3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내일(4일) 국무회의를 거쳐 6대 전략과 24개 추진과제를 발표할 것"이라며 실현계획의 개략적인 내용을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반응은 차가웠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창조세대'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맘껏 기업을 만들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라며 "그러나 우리 정부가 창조경제의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취임 100일을 맞이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서민경제로 구체화되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화려한 구호를 걸었지만 지금까지 창조경제의 개념은 안갯속에 있으며, 일자리 창출은커녕 이미 대량해고된 사업장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엔 언급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현장의 반응도 미적지근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전국 중소기업인·소상공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대표적이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정책인 '벤처·창업 생태계 선순환 방안'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 대해 "그저 그렇다"는 답변을 한 응답자는 전체의 55%에 달했다. "매우 낮다"는 답변을 한 응답자도 전체의 12.4%였다.

['중'산층] '중산층 재건' 위해서 시간제 일자리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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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합동 브리핑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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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가계부채·사교육비 부담 경감과 일자리 확충 및 대·중소기업 상생 등 '3개 분야 국민행복 10대 공약'이 따라 붙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에도 '중산층 70% 달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첫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용률 70%와 중산층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추격형에서 선도형 창조경제로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3년 경제정책방향'의 초점도 '중산층 재건'이 주요 기준이다. 일자리를 늘려 중산층 숫자를 늘리고 가계부채 부담을 정부가 일부 덜어주면서 기존 중산층의 이탈을 막게 했다. 구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부문 관련,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목표 60% 초과달성을 통해 민생안정을 지원토록 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서민금융지원도 강화됐다. 국민행복기금을 신설해 채무재조정과 고금리 전환대출이 확대 추진토록 했다.

이에 당시 새누리당은 "무너진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도 국민행복기금 등을 통해 가계부채 부담을 덜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도덕적 해이가 예상된다", "국가의 재정부담 해법이 없다", "농어가 부채 등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된 상태였다.

중산층 재건의 '핵심 정책'인 일자리 창출 방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장시간 근로 해소와 양질의 시간제 근로 도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하는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을 발표했다. 특히 2017년까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93만 개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3~4% 수준인 경제성장률로 실현 불가능한 '고용률 70% 목표'를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단기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악용 소지가 다분한 시간제 일자리를 추진하는 것은 고용률 70%라는 수치 달성에만 목표를 둔 채 '나쁜 일자리'가 양산돼도 상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논평을 통해 "비정규직 850만 시대에 여성들과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다"며 "지난 10년 사이 시간제 일자리를 2배가 늘어 175만 명에 이르고 이 중 여성이 74%에 달하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한 경우는 50%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축소와 정규직 전환 문제는 도외시하고 시간제 일자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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