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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 위기, 남북관계 되살릴 전기가 돼야

[기고] 남북 모두에 이로운 실리적 방안 마련위해 중지 모아야
2019.11.04 08:26:38
 
 
 

1998년 11월 18일 저마다의 그리움과 한, 설렘을 안은 826명의 관광객이 금강호를 타고 북한 장전항을 향해 출항했다. 남북관계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금강산관광의 시작이다.

반세기 만에 이루어진 민간인의 관광 목적 방북이라는 점에서 금강산관광은 대내외의 많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단절된 북한을 개방의 길로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언젠가는 분단된 한반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으로 금강산관광은 남북관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더욱 활기를 띄기 시작한 금강산관광은 2005년에 이르러서는 총 관광객 100만 명 돌파, 연간 3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 수를 기록하며 남북경협의 대표적 성공사례가 되었다. 비록 고(故)박왕자 씨 사망 사건으로 중단되기는 했으나, 남과 북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최근에는 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물 철거를 통보하고 독자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북측의 태도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분석과 접근이다.
 

▲ 금강산 관광지구 전경 ⓒ연합뉴스


북한은 경제성과 창출을 위한 돌파구로 삼지연군,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마식령스키장,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등 관광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조건 없는 재개'를 언급하며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남북협력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볼 때 북한으로서는 중요한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와 낡아진 시설에 대한 유지보수가 부담이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필자가 2015년 가을에 찾은 금강산은 단풍은 화려했으나, 시설들은 이미 심하게 퇴락해 있었다.

최근 공개된 금강산 시설들의 사진을 보면, 북한이 표현한 '남루하고 너절하다'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오래 전부터 철거를 결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동안 금강산관광에 대한 기대감과 금강산에 투자한 우리 기업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버텨온 인내심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래 인민 생활 향상, 경제성과를 줄곧 강조해왔다. 내년은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마무리되는 해로 김 위원장으로서는 다양한 경제 활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히 제재 회피 차원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이유다.

명시적인 대북 제재 사항이 아닌 금강산관광을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 차원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논리는 공평하지 않은 일이다.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불허 주장이 우리 정부 대북정책의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금강산은 우리 민족의 정기가 서린 영산(靈山)으로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의 얼을 대표했다. 분단 이후에는 이산가족 만남의 공간으로, 다양한 사회문화교류의 장으로, 2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다녀간 화합의 장소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당면한 금강산 문제는 단지 '관광' 차원이 아니라 금강산이 지닌 역사성과 함의를 고려한 보다 넓은 차원의 접근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기에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기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남북관계의 숱한 부침을 겪어 온 경험과 지혜가 있다. 남북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새롭고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오히려 답답한 남북관계 현 상황이 일거에 해소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낡았다'라고 지적한 것이 비단 금강산 건물만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낡은 패러다임을 걷어내고 관계를 새롭게 쇄신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소모적인 비난보다는 남북 모두에 이로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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