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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현장에서 벌어진 신기한 일

김태년 의원은 177석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가 됐습니다
 
임병도 | 2020-05-08 08:30: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원내대표 선출은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방송에 출연하는 정치평론가들의 예상도 맞지 않는 일이 허다합니다. 역시나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달 28일 원내대표 후보 등록 때만 해도 김태년 후보에 비해 전해철 후보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163명의 당선인 중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만 무려 70여 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선거가 계속될수록 김태년과 전해철 누가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5월 7일 오후 1시 40분쯤 민주당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당선인 총회’가 열리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입구에 가장 먼저 등장한 후보는 정성호 의원이었습니다.

정 후보는 오자마자 입구에 서서 입장하는 당선인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전해철, 김태년 후보도 입구에서 함께 인사를 했습니다.

이해찬, 이인영 원내대표의 인사말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원내대표 선출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추첨으로 정성호 후보가 먼저 정견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정성호 후보는 “소수정당이 된 미래통합당은 온갖 이유로 강경투쟁의 유혹에 빠질 것이다”라며 “180석으로 밀어붙이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패스트트랙은 최장 330일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정 후보는 “강 대 강의 원내전략, 결코 해법이 아니다”라며 “야당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견 발표 도중 갑자기 단상에 부착한 행사 폼보드가 떨어졌습니다. 정 후보의 낙선을 암시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초선 당선인 여러분, 정치에 입문하시면서 이런저런 인연이 생겼고, 마음의 빚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투표장에 들어가시면 다 잊어버리십시오. 우스운 얘기이지만, 아무도 누가 찍었는지 모릅니다. (정성호 후보)

정 후보가 초선 당선인들에게 ‘누가 찍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자 장내에 앉아 있던 당선인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68명에 달하는 초선 당선인들이 소신껏 투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투표해달라는 당부의 말이었습니다.

“제가 오늘 투표에서 너무 의미 없는 득표로 결선투표도 없이 싱겁게 끝난다면 국민들께서 어떻게 보시겠습니까? 결선투표는 자유롭게 하시더라도 1차 투표는 저 정성호를 꼭 찍어서 국민여러분께 민주당의 힘을 보여주십시오.”(정성호 후보)

정성호 후보는 “오늘 투표에서 너무 의미 없는 득표로 결선투표도 없이 싱겁게 끝난다면”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투표 결과 김태년 의원이 163명 중 82표를 얻어 전해철(72표) 후보를 이겼습니다.

김태년 후보가 재적 과반수를 넘기면서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원내대표가 선출됐습니다. 만약 9표를 득표한 정성호 후보가 1~2표라도 더 얻었다면 결선투표까지 가야 했습니다.

처음부터 김태년과 전해철 두 후보의 승부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정성호 후보의 말이 마치 예언처럼 딱 들어맞으니 그저 신기했습니다.

이제 김태년 의원은 177석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가 됐습니다. 김 의원이 결선 투표 없이 한 방에 선출된 것처럼 21대 국회에서도 깔끔하게 민주당을 잘 이끌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만큼 자신 있게 나아가도 아직은 괜찮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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