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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법’ 재고하라는 유엔·미국...전문가들 “도 넘은 내정간섭”

전문가들 “접경지 한반도 상황 이해 못하고 있다” 지적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0-12-18 21:20:11
수정 2020-12-18 22: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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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뉴시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접경지인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 의회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청문회를 예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정간섭"이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한국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를 비판하며 법안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보고관은 "대북전단금지법을 시행하기 전에 관련된 민주적인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귄타나 보고관은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법에 따라 개정안의 구체적인 필요성을 더 분명히 정당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접경 지역 (한국) 주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이나 접경 지역에서 일어날 중대한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타당한 목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개정안은 시민사회 단체들의 접경 지역 활동과 이 활동이 미치는 위협 사이의 직접적이고 긴밀한 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세계인권 문제를 다루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내년 1월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해당 법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위원회의 공화당 쪽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지난 11일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처리 강행 방침을 비난하는 개인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도 해당 법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우려를 개인적으로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하기도 했다.

23일 오전 10시15분께 강원 홍천군 서면 일원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독자 제공)
23일 오전 10시15분께 강원 홍천군 서면 일원에서 탈북단체가 보낸 대북전단 살포 풍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독자 제공)ⓒnews1

"남북정상이 합의하고 국회 통과된 법 제고하라니...주권침해"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엔에서 이 같은 메시지가 나오는 데 대해 북측과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8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국제사회의 시각이 우리하고 너무 차이가 난다"면서 "국제사회는 인권을 중시한다는 취지겠지만, 실제로 과연 대북전단지가 정말 북측의 인권개선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를 따지면 긍정적인 평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도 "대북전단지가 북측의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는지는 전단이 어떤 내용인지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실제로 전단 내용은 북측 주민이 보면 오히려 남측에 적개심을 가지게 되는 내용인데, 유엔특별보고관이란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단의 실체적 내용도 보지 않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퀸타나 특별보고관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한 데 대해서는 "남북은 전쟁이 중인 휴전상황인데 전단살포행위는 민간의 군사적 도발 행위로 휴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전단살포행위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국회에서 정상적인 본회의를 거쳐 통과된 법에 대해 재고까지 주장하는 것은 '주권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남북 정상 간에 대북전단살포를 콕 집어서 상호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데 따라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든 게 아니냐"라며 "그리고 민의가 모이는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시킨 건데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내정간섭이고 주권침해"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미국 의회에서 해당 법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크리스 스미스 의원의 경우에는 해당 법이 통과되고 나면 청문회는 물론 '감시 대상자 리스트'에 올린다는 말까지 했다"면서 "그 발언 자체로는 명백하게 다른 나라 의원이 타국에 대해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12.14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12.14ⓒ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일방적인 남북관계 정보만 전달...미 의회 전체 입장 아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남북관계의 일방적인 면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방미 중인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북전단법'을 미 의회 인사들에게 설명한 일방적인 정보만을 듣고 이러한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재정 의원은 "지 의원이 크리스 의원 등을 만나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사정 등 정보는 전해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해당 법이 제정되면서 논의된 과정들은 전혀 전달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국발 메시지에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진향 교수는 "남북간의 문제인데 미국에서 그런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이해 관계 때문일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스스로 중재라고 하지만 주위에 인사들을 보면 대북 적대적 압박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포진하는 것 같다. 향후 들어설 바이든 행정부에 강경책을 주문하려는 의도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국제사회와의 시각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교수는 "국제사회는 남북합의 이행보다 인권이 상위라고 보는 거고, 우리는 남북 관계의 이해관계, 남북정상회담을 이행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평화의 가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걸 국제사회에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정 의원도 "사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종합적인 설명이나 정보 제공이 부족했다"면서 "크리스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는 걸 시작으로 접경지역의 불미스러운 상황이 있었던 것에서 문제가 시작됐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미 의회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미국 내 이러한 메시지를 확대해석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한국 정치 상황에서 미국 발 메시지를 확대 해석하고 활용하는 쪽이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메시지가 미 의회 전체의 의사고 모든 관심이 그 지점에 몰려있는 것처럼 표현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종전선언 캠페인에 참여한 민주당·공화당의 미 의원 50분 정도는 남북관계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정치 갈등으로 남북관계가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에 발빠르게 대처하려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10월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삼곶리 중면사무소에서 전날 북한이 우리 탈북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조준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실탄이 땅에 떨어진 자국이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1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삼곶리 중면사무소에서 전날 북한이 우리 탈북단체가 날린 대북전단을 조준해 발사한 것으로 보이는 실탄이 땅에 떨어진 자국이 보이고 있다.ⓒ뉴시스

'코로나 위기'에 추가 대북제재 언급한 유엔 "지구적 위기에 국제사회 이해 필요"

유엔 총회는 16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연합 등 58개국의 공동제안에 따라 북한인권결의안을 16년 연속 통과시켰다.

이번 결의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 등의 내용을 포함하면서도 '가장 책임 있는 자들을 겨냥한 추가 제재 고려' 등의 조치 시행을 권고했다.

이에 코로나 위기에 인도적 지원을 언급하면서도 북측에 대한 추가 제재를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책임있는 자'라는 목표를 정하기는 했지만, 과거 북측 지도층을 겨냥한 대북제재 사례를 고려하면 제재 범위가 좁게 한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의원은 "전 세계가 연대해서 극복해야 하는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어느 개별 국가를 제외할 수는 없다"면서 "방역의 전체적인 면에서 구멍을 만들어서는 안 되고, 특히 북과 인접한 우리는 함께 극복하는 게 절실하다. 그런 부분에서 국제사회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향 교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북한인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대북봉쇄보다 정전·평화협정을 해야 한다. 전쟁상황이 가장 인권문제를 힘들게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전쟁을 유지하면서 인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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