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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상생방역’에 전문가들, 실효성 의문...“자가검사키트, 10명 중 8명 놓쳐”

경기도 등 수도권에선 우려...“중앙정부 방역 대책에 따라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시청에서 다중이용시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서울형 상생방역 추진방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공동취재사진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유흥업소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시간을 완화하는 방역 구상을 내놓은 데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도 떨어질뿐더러, 서울시만 독단적으로 방역지침을 완화하면 방역에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형 상생방역'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활용을 전제로,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서울 시내 각종 영업장의 영업시간을 최장 자정까지 연장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유흥주점·단란주점·헌팅포차 등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돼 있지만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영업시간을 더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13일 국무회의에서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에 기반을 둔 지금의 방역체계는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면서 "사용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결과 확인이 가능한 간이진단키트를 식약처에서 이른 시일 내에 사용허가 해달라"고 촉구했다.

 

'자가검사키트' 민감도는 17.5%...환자 10명 중 8명을 놓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가 기존 검사에 비해 빠르게 검사 결과를 알 수 있으나 정확도는 떨어져 실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코로나19 검사는 유전자 검사(PCR) 방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자를 증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3~6시간이 걸린다.

반면 현재 자가검사키트의 검사 방식은 유전자를 증폭하지 않는 항원 검사 방식으로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 때문에 검사 시간을 15~30분으로 단축할 수 있지만 미량의 바이러스는 검출할 수 없다.

실제로 국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문가용의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이용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공개된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에서 사용 중인 신속항원검사키트와 현행 진단검사(RT-PCR) 결과를 비교한 결과, 신속항원검사키트의 특이도는 100%였지만 민감도가 17.5%로 분석됐다.

민감도는 실제 감염된 사람을 얼마나 잘 판별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민감도 17.5%의 신속항원검사 방식으로는 실제 감염된 환자 10명 중 8명을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된다.

지난해 12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코로나19 검체 80개(양성 380개, 음성 300개)로 신속항원검사의 진단능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신속항원검사 방식의 특이도는 100%, 민감도는 29%로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87명을 기록한 12일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1.04.12ⓒ김철수 기자

이와 관련, 백경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속항원검사키트 민감도 50% 가정해도, 국내 유병율 0.2% 상황에서 10만명 검사하면 (코로나19) 환자 200명 중 100명을 진단하고 나머지 100명은 위음성으로 놓친다"며 "위음성, 위양성 케이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이 없으면 혼란만 야기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통상 8개월이 소요되는 자가검사키트 제품 개발 기간을 2개월로 단축하는 지침을 밝혔음에도 자가검사키트 허가를 신청한 기업은 없는 상태다. 오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자가검사키트 사용허가를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가검사키트 구입을 위한 예산 확보도 문제다. 서울시는 진단키트 가격을 개당 5000원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무상제공이 가능하더라도 본격적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하면 예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전날 "중앙정부와 협의하겠다"며 관련 예산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방역 당국의 방역 조치와 반대 방향을 보이는 오 시장의 방역 구상에 예산 지원을 해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11일 낮 12시 기준 86명으로 집계 된 가운데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주변 유흥점들에 집합금지명령문이 붙여있다. 2020.05.11ⓒ김철수 기자

유흥업소 문 닫는 시간 다르면 '역효과'...경기도 등 수도권 우려

유흥업소 등 특정 업종을 대상으로 서울 한 지역에서만 제한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조치는 자칫 방역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예방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대학원 교수는 13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거리 두기 강화는 전체적인 이동과 접촉을 줄이기 위한 건데 유흥시설 종류별로 영업시간을 달리하게 되면 시간대별로 사람들이 이동하는 방식이 된다"면서 "자가검사키트로 영업 시간을 늘리거나 거리 두기 단계 완화 근거로 쓰기는 아직 어렵다"고 지적했다.

같은 생활권인 수도권 중 서울에서만 유흥업소의 이용제한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유입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는 상황이 예상된다. 이동과 접촉을 제한하는 지금의 방역지침과는 반대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기 교수는 또 "음성이 나와야지 노래 연습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검사를 할까 싶은 우려가 생긴다"면서 "이제 음성이 나왔으니까 노래방 가서 마스크 벗고 노래해도 된다는 건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고 우려했다.

정확도 부족을 지적 받는 자가검사키트를 근거로 감염 의심을 풀어주게 되면 오히려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데 소홀하게 만들지 않겠냐는 우려다.

경기도도 오 시장의 '상생방역'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일일 코로나19 감염자의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발생하고 그중에서도 서울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경기도민이 많기 때문에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수도권의 지자체가 함께 힘을 합쳐서 코로나19 감염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서울시로 인해서 경기도 감염이 늘어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는 중앙정부의 방역조치에 협조할 것"이라며 "서울시도 방역지침에 적극 협조해서 수도권에서 일일 감염자 80%를 차지하는 상황에 함께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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