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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탐욕보다 부끄러운 건 담장 안 노동자 양심"

 

[현장] 21일 오전 10시 '희망버스' 1박 2일 일정 마무리

13.07.21 12:04l최종 업데이트 13.07.21 12:04l
박석철(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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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8시 50분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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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벌써 햇볕이 뜨겁다. 하지만 지난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에 잠든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좀처럼 눈을 뜨지 못했다. 지난밤 현대차 회사 측과의 대치가 그만큼 힘들었던 탓일까.

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을 응원하러 전국에서 모인 희망버스 참가자 중 지난 20일 저녁 공장진입 시도 과정에서 11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에 실려가고 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연행자 대부분은 전국에서 온 대학생들이었고, 이들은 21일 오전 9시쯤 풀려났다.

참가자 전원이 참가하는 기자회견과 몇몇 사람들의 마무리 발언을 끝으로, 오전 10시쯤 1박 2일간 진행된 울산 희망버스 행사는 막을 내렸다.

희망버스 대변인 "일부 언론 '죽창' 보도, 사실과 다르다"

21일 오전 7시 30분, 울산 북구 현대차 명촌 정문 앞 철탑 밑에서 깔판에 누워 잠들었던 참가자들이 기상 음악에 잠을 깼다. 참가자들은 지난밤에 어질러놓은 철탑 농성장 주변을 깨끗이 청소한 후, 현대차 비정규직 가족들이 마련한 김밥과 된장국으로 아침 요기를 했다. 한 사람에 한 줄씩만 나눠줬지만 준비한 김밥 1000줄이 금방 동이 났다.

오전 8시 50분, 참가단체 대표는 자신들의 깃발을 들고 철탑 밑으로 모였다. 철탑 위 최병승·천의봉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한 이들은 기자회견을 겸한 마무리 발언을 했다.

포문을 연 희망버스 이창근 대변인은 지난밤에 있었던 언론보도를 지적했다. 그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죽창을 사용했다는 기사가 나오더라"며 "하지만 죽창은 없었고 만봉만 있었다"고 해당 언론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철탑 위에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대법원 판결조차 농락하는 재벌이 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309일 기록을 깨지 않도록 (하루빨리)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철탑에 올라 있는 두 노동자를 보니 가슴이 아프다"며 대법원 판결에도 불법파견을 해결하지 않는 현대차 회사 측을 비난했다. 특히 동국대 허우진 학생은 "지난밤 대학생들이 대오 앞에서 물대포와 소화기를 맞을 때 뒤에 서서는 방관만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더라"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특히 기자님들, 부디 기사 좀 똑바로 써주십시오"라고 지난밤에 보도된 기사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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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쪽에서 본 21일 아침 7시 광경. 희망버스 찹가자들이 깔판에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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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을 이어가던 오전 9시 19분쯤 울산 중부경찰서에 연행됐다 막 풀려난 대학생들이 철탑밑으로 왔다. 한 연세대 학생은 "경찰에 연행된 것이 어이없고 분통이 터진다"며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물대포와 소화기를 맞을 놈은 따로 있다. 대법원 판결을 지키지 않는 현대차"라고 말했다.

역시 막 풀려난 한 이화여대 학생은 "어제 저녁 밀고 밀리는 상태에서 경찰에 '싸우지 맙시다'라고 한 순간 질질 끌려갔다"며 "비정규직의 투쟁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깨닫게 해준 하루였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담장 안에서 침묵하는 노동자의 양심, 부끄럽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희망버스로 느낀 것은 현대차의 탐욕과, 담장 안에 갖혀서 움직이지 않는 노동자의 양심"이라며 "현대차의 탐욕보다 움직이지 않는 양심에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자성했다.

그는 "벽을 무너뜨린 것은 참가자들의 분노"라며 "하지만 분노만으로는 안 된다, 조직된 분노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최병승·천의봉씨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철탑 위에 278일간 있는 것은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투쟁하는 비정직들은 회사와 타협하고 협상했으면 이미 정규직이 된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발언이 끝난 오전 10시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다시 철탑 아래에 올 것을 약속하면서 농성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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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7시쯤, 현대차 명촌 정문 부근에는 지난밤에 현대차 회사측이 발사한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이 어지러이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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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과 가족들이 희망버스 참가자에게 김밥을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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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8시 50분 현대차 철탑 농성장밑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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