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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마지막 가는 길 쓸쓸하지 않게...수원 세 모녀 추모 행렬

“가슴 아픈 비극, 다시는 없길” 시민들 추모 물결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빈소 마련…공영장례 진행
26일 발인·수원연화장서 화장 후 봉안담 안치 예정

25일 오전 10시 50분쯤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한 시민이 향을 올리고 있다. (사진=임석규 기자)
▲ 25일 오전 10시 50분쯤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한 시민이 향을 올리고 있다. (사진=임석규 기자)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쓸쓸하지 않게 보내드리고 싶어 분향소를 찾았다.”

 

25일 오전 수원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투병과 생활고 속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의 빈소에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세 모녀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분향소를 찾은 대학생 유선화(26) 씨는 “비록 함께 사는 이웃은 아니지만, 지역사회에서 모진 고통 속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 아파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권선구에 거주하는 이기영(68) 씨는 “지난 2014년에 서울 송파구에서 목숨을 잃은 세 모녀가 떠오르는데, 이번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부디 좋은 곳에 가서 편안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안타까워 했다.

 

서울 용산에 사는 직장인 홍미영(39) 씨는 하루 월차를 내고 빈소를 찾았다. 홍 씨는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쓸쓸하지 않게 꽃 한 송이라도 바칠 수 있는 최소한의 예를 갖추고 보내드리고 싶어 분향소를 찾았다”고 먹먹한 마음을 전했다.

 

홍 씨는 “외부와의 접촉마저 대부분 끊고 은둔했던 세 모녀를 생각하니 안타깝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 대한 두텁고 촘촘한 지원과 배려가 지금부터라도 당장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전 10시 30분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수원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석규 기자)
▲ 오전 10시 30분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수원 세 모녀 빈소를 찾아 수원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석규 기자)

 

정치인들의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0시 30분쯤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후 20여 분간 수원시 관계자들과 장례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주 위원장은 “우리 사회의 복지관리가 촘촘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이 일어나니 안타깝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시민들도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전 11시 20분쯤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조화가 분향소에 도착했다. 이 외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 이귀만 권선구청장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오전 11시 20분쯤 윤석열 대통령의 조화(弔花)가 세 모녀 빈소 앞으로 도착했다. (사진=임석규 기자)
▲ 오전 11시 20분쯤 윤석열 대통령의 조화(弔花)가 세 모녀 빈소 앞으로 도착했다. (사진=임석규 기자)

 

이날 빈소에는 영정사진도 없이 국화꽃 사이에 60대 모친과 40대 두 딸의 이름이 적힌 위패 세 개만 나란히 놓여있었다. 세 모녀의 장례는 유족 없이 수원시의 도움을 받아 공영 장례로 진행되고 있다. 당초 모녀의 먼 친척이 장례를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부담스럽다’며 끝내 시신 인수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수원시 위생정책과 관계자는 “이분들이 생전에 생활고와 투병 생활을 하며 많은 아픔을 겪었는데, 마지막 가는 길도 외로우니 가슴이 아프다”며 “고인들을 좋은 곳으로 잘 보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원불교 경기인천교구 주체로 원불교 추도식이 열렸다. 추도식에는 이 시장과 시 관계자, 시민들이 함께 참석해 세 모녀의 넋을 기렸다.

 

김덕수 원불교 경기인천교구장은 “세 모녀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을 때 가까운 이웃이 어려움을 당하는 것에 종교인으로서 미안함과 책임감이 들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추모식이 끝난 뒤 이재준 시장은 “세 모녀를 시에서 돌보지 못해 죄송한 마음과 추도의 심정으로 빈소를 찾았다”며 “추도식을 통해 세 모녀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기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선 현장에서 복지 행정을 다루고 있지만,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면서 “현재 시에서 마을 공동체 중심의 통합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 제도의 한계성을 극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모녀의 장례식 이후 26일 오전 발인을 하고 오후 1시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연화장 내 봉안담에 봉안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정창규·임석규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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