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김건희 리스크’ 이어지나, 장모 최씨 동업자에 5억 원 배상 판결 
전 정부 탓하던 윤석열, 참모들에겐 “정 정권 탓 말아야”…이지성 여성비하 발언에 당사자들 반발

윤석열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김건희 여사 팬클럽을 통해 유출되면서 논란이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6일 사설에서 이 사안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해당 팬클럽의 존재 가치를 되묻고 국정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자진 해산을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팬클럽 해체와 함께 이번 일정 공개 유출 경위를 조사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일부 매체에서 사설을 통해 팬클럽 해체를 주장했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 여사의 어머니, 윤 대통령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동업자에게 5억 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장모 최씨의 동업자가 위조한 잔고 증명서를 또 다른 인사에게 줬는데 이를 통한 불법행위를 방조했다는 판단이다. 

얼마 전까지 전임 정부와 비교하며 전 정부를 탓했던 윤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정부 장차관 등이 참여한 연찬회에서 “전 정권에서 잘못했다는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날 연찬회에는 지난 5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당구선수 차유람씨의 남편인 이지성 작가가 특강을 하면서 “국민의힘에 아름다운 여성 이미지가 부족하다”며 “배현진․나경원․김건희로도 부족하다”고 말해 논란이다. 자신의 배우자 차씨가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이 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해당 발언 직후 의원들이 앉은 의석에선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 26일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 26일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대외비 일정 공개 논란 김건희 팬클럽, 해체 여론 직면

김 여사 팬클럽 페이지 ‘건희 사랑’에는 그제 “윤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26일 12시 방문입니다. 많은 참석, 홍보 부탁드린다”는 글이 올라왔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도 엠바고(보도유예)를 조건으로 ‘26일 대구 방문’으로만 공지됐기에 구체적인 시간과 동선이 팬클럽에 공개된 것에 논란이 커졌다.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 부인 팬클럽 자진 해산하는 것이 옳다”에서 “보안 사고 이튿날 ‘건희사랑’ 측은 ‘윤 대통령 대구 방문 글을 올린 사람은 본 카페 회원이 아니다’라고 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준비한 행사고 참석 당원이 적지 않아 알음알음 알려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며 “건희사랑 쪽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으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인에게 팬클럽이 있어야 하는지, 그것이 대통령 국정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부터 검토해봐야 한다”며 “취임 석 달이 갓 넘은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것엔 부인의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고 설명한 뒤 “대통령실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부인 팬클럽은 자진 해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 26일 조선일보 사설
▲ 26일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초 유포자에 대한 역추적 조사 등 경위를 명확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조사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이쯤이면 ‘건희 사랑’은 해체하는 게 마땅하다”며 “대통령이나 국가에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건희 사랑 해체여론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매일경제는 사설 “대통령 대외비 일정이 팬클럽에 유출된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 “김 여사 주변을 관리할 특별감찰관 도입도 서두르고 정권에 부담을 주는 팬클럽도 자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도 사설 “말도 탈도 많은 ‘건희 사랑’, 대통령에 부담 줘선 안 돼”에서 “대통령과 배우자를 곤경에 빠트릴 뿐인 팬클럽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해체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대통령 장모 ‘증명서 위조’ 5억 원 배상 판결

윤 대통령 장모 최씨가 동업자에게 5억여 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1부는 사업가 임아무개씨가 최씨를 상대로 낸 수표금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임씨는 2014년 최씨 동업자였던 안아무개씨에게 18억3500만 원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최씨 명의 당좌 수표 5장을 받았다. 이 수표는 안씨가 임의로 발행일을 수정한 위조수표였다. 임씨는 2015년과 2016년 은행에 수표를 제시했지만 지급을 거절당했다. 

▲ 26일 중앙일보 정치면 기사
▲ 26일 중앙일보 정치면 기사

 

이 소식은 중앙일보, 매일경제,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세계일보, 국민일보 등이 다뤘다. 

한편 장모 최씨 본인도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3년 성남 중원구 땅을 매입하면서 동업자 안씨와 공모해 349억여 원의 통장 잔고가 있는 것처럼 증명서를 위조해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최씨는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 22억9000여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전 정부 탓 하던 尹, 의원․장차관에겐 ‘전 정부 탓’ 경계

윤 대통령은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한 자리에 모인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정말 좋지 않은 성적표와 국제적인 여러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권이 출범했지만 이제 더 이상은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나 또 전 정권이 잘못한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26일 조선일보 정치면 사진기사
▲ 26일 조선일보 정치면 사진기사

 

자신은 전 정권 탓을 해오다가 여당 의원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전 정권 탓을 하지 말자는 취지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영장 청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압수수색 관련 질문에 “정상적 사법시스템”이라며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나”라고 반문했다. 

검찰 편중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변 출신들이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사실관계도 맞지 않으며 여전히 반문(반문재인)정서에만 기대고 있다는 지적이 당시에도 나왔다. 

차유람 남편 여성비하 발언에 당사자들 반발

당구선수 차유람씨 남편 이지성 작가는 국민의힘 연찬회 특강에서 “많은 국민이 (내게) 했던 이야기가 국민의힘에는 젊음의 이미지, 여성의 이미지 두가지가 부족하다(였다)”며 “정말 죄송합니다만 보수정당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할아버지 이미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그랬다. 국민의힘에 좀 젊음의 이미지와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를, 당신이 들어가면 바뀌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배현진 씨도 있고 나경원 씨도 다 아름다운 분이고 여성이지만 왠지 좀 부족한 것 같다. 김건희 여사로도 부족한 것 같고, 당신이 들어가서 4인방이 되면 끝장이 날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대착오적인 여성 비하 발언이었지만 의원들이 앉았던 의석에선 박수와 웃음이 나왔다고 다수 매체에서 전했다. 발언이 알려지면서 당사자가 반발하기도 했다. 

▲ 26일 한겨레 5면 기사
▲ 26일 한겨레 5면 기사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 부인과 국민이 선출한 공복들에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 4인방을 결성하라니요. 대체 어떤 수준의 인식이면 이런 말씀을”이라며 “부부 금슬 좋은 것은 보기 아름답지만, 오늘같이 집 문 밖에 잘못 과하게 표출되면 '팔불출'이란 말씀만 듣게 된다”라고 썼다. 나경원 전 의원도 SNS에 “불쾌감을 표한다”며 “아름다움 운운으로 여성을 외모로 재단하고 정치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미지로 재단했다”고 지적한 뒤 사과를 요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앞뒤를 자세히 보니 오해할 만하고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아 유감”이라고 했다. 비하 발언을 한 이 작가는 페이스북에 “농담으로 한 말”, “발언 하나를 붙들고 이렇게 반응하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반응했다가 나중에 글을 내렸다. 이후 “정중히 사과드린다”는 글을 다시 올렸다. 

야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장·차관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모여 구태스러운 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쳤다니 한심할 따름”이라며 “여성을 이미지로만 소모하려고 하는 정치를 그만하라”라고 비판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차별 발언에 박수치며 옹호했던 성인지감수성을 성찰하며 성인지감수성을 키우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라고 했다. 

한겨레는 5면 “‘아름다운 여성 4인방이면 끝장’ 여당 연찬회 ‘여성비하’ 강연”이란 기사에서 “강연자의 여성 비하 발언 탓에 단결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