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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누더기 개정안’ 결국 국회 통과

유호림 교수 “자꾸 생겨나는 예외조항, 종부세 기능 훼손 우려"

 
종부세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뉴시스
 
일시적 2주택자와 고령자·장기보유 1주택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종부세 개정안)’이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종부세법 개정안은 재석인원 245명 중 178명 찬성으로 의결됐다.

국회는 이번 개정안에서 ▲신규주택을 취득했으나 기존 주택을 바로 처분하지 못한 경우 ▲상속으로 주택을 취득한 경우 ▲3억원 이하의 지방 저가 주택을 보유한 경우 등에 대해 1세대 1주택자 지위를 유지해주는 ‘주택 수 제외’ 특례를 도입하기로 했다.

신규주택은 1세대 1주택자가 종전 주택을 양도하기 전에 다른 주택을 대체 취득한 경우인데 신규 주택 취득 후 2년 안에 종전 주택을 양도해야 한다.

상속주택은 1세대 1주택자가 상속으로 취득한 주택을 함께 보유하는 경우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기간은 상속 개시일 기준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는 만 60세 이상·주택 5년 이상 보유 등의 요건을 충족하고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총급여 7천만원·종합소득 6천만원)인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주택을 처분(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한다. 
 
종합부동산세 자료사진 ⓒ뉴시스


이미 지방 저가주택 싹쓸이한 다주택자들... “종부세 개정안 최대 수혜자될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1주택자라고 해도 ‘고가 주택’에 매겨지는 종부세를 깎아주는 것은 ‘부자감세’라고 비판했다.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린데 이어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100%에서 60%로 완화한 상황에서의 추가 감세로 이어질 것이 뻔한 종부세 개정안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억원 이하 지방 저가 주택 보유자 특례의 경우 투기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다주택자들이 지방의 3억원 이하 저가주택을 싹쓸이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희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공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을 2채 이상 구입한 다주택자는 7만8,45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매입한 저가주택은 총 21만1,389채에 달한다.

여야가 개정안을 통해 3억원 이하 지방주택을 종부세 산정시 주택 수로 치지 않겠다고 한 만큼 8만명 육박하는 매입자들에게 세제혜택이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미 다주택자들이 매입한 지방 저가 주택이 21만채에 달한다”며 “결국 이들 다주택자가 이번 개정안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부담을 피하게 된다면, 집값이 오를 때까지 팔아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매물 잠금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자칫 실거주를 위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더 비싼 값에 집을 사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의 주택보유자나 장기 주택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유예가 종부세가 가진 정책적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유 교수는 “종부세는 세금을 많이 거두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거다. 오로지 부동산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세제”라며 “이런 정책세제는 목적이 뚜렷한 만큼 예외적인 요건을 두면 안 되지만 자꾸 예외조항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하나둘씩 생겨나는 예외조항은 종부세라는 정책세제의 목적과 기능을 무력화하게 될 것”이면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종부세는 아무 의미 없는 정책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택 아파트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개정안서 배제된 '특별공제 3억원'... “정부·여당, 부자 세금 깎아주기에 혈안”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에서 ‘특별공제(3억원)’가 빠진 것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별공제까지 도입될 경우 부자감세가 극대화되는 상황이 초래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장해 온 특별공제 3억원은 현재 11억원인 비과세 기준금액을 올해만 3억원을 올려 14억원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최은영 소장은 “이미 공정가액비율이 60%로 떨어진 상황에서 특별공제로 비과세 기준금액을 인상하겠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책”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대체 부자들의 세금을 얼마나 깎아줘야 만족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4일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현행 100%에서 60%로 인하했다. 종부세를 매길 때 주택가격이 공시가격의 60%만 반영된다는 의미다.

전강수 가톨릭대학교 교수도 “과세 대상자 축소가 분명한 ‘특별공제’를 도입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만약 특별공제가 도입됐었다면, 어떻게든 보유세를 완화하고 싶어 하는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든 특별공제를 연장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종부세는 고가 주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과세 대상 비율은 고작 3%에 불과하다. 비싼 집을 가진 소수의 부자만 내는 세금이다”라며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을 내놓기보다 ‘특별공제’라는 이름으로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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