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경향, 국정점검회의에 "대통령 하고 싶은 얘기 전달 일방적 소통"

국민 100명 함께한 점검회의, ‘일부 이슈 정부 옹호 패널 발언만 나와’ 지적 이어져

이태원 참사 49재, 동아 “정쟁 탓에 ‘지옥의 시간’ 끝없이 이어질라”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7개월 만에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윤 정부 120개 국정과제 중 경제·민생, 지방시대,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에 대한 계획을 설명하는 시간으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제에 대해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며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라고 말했다. 특히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노동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가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16일 아침신문들은 모두 1면에서 국정과제점검회의 내용을 다뤘다. 언론사마다의 평가는 달랐지만, 지적의 목소리가 컸다. 3대 계획의 이행 계획 구체성이 떨어지고, 야당과의 협치 방안이 빠졌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이태원 참사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 16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 ‘협치는 빠진 개혁 청사진’


한겨레·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 의지를 구체적으로 내보이지 않았고 일방향 정책 설명회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각 정책 방향성이 ‘반문재인’으로 요약됐다고 했다.

한겨레 1면 ‘협치는 빠진 개혁 청사진’

경향신문 3면 ‘정책 방향 ‘문재인 지우기’로 요약…협치 없인 실현 어렵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이들 과제 대부분은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력이 필수적이지만,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 의지나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보이지 않은 채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도 “국민 패널을 참여시키는 등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시간도 길었지만, 내용은 빈약한 ‘정책 홍보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고 협력을 청하는 것이 당연한데, 현실에서는 만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야당과 협치를 적극 시도하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 정책 뒤집기 기조를 재차 못 박았다”며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을 포함한 각 정책 방향성은 ‘반문재인’으로 요약됐다. 국민 직접 소통의 문을 넓히고 국정과제 문제점을 함께 점검한다는 취지를 담았지만 156분간 기존 기조를 강화하는 일방향 정책 설명회에 가깝게 진행됐다. 사실상 실종된 여야 협치 회복 과제를 풀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 정책 과제 대부분이 ‘청사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설에서는 “민생위기를 타개할 구체적 청사진 제시나 이태원 참사 등 실정(失政)에 대한 자성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최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기자회견이나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도 회피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전달하는 ‘일방적 소통’은 이번 한 번으로 충분하다. 해가 바뀌는 대로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진짜 소통’을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3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인기 없는 개혁 욕먹으며 하겠다는 정부, 나라에 기회 돼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력한 의지를 밝혀왔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3대 과제의 진척 속도는 지지부진하다”며 “노동 분야만 주 52시간제 유연화, 직무급 전환, 파견 근로 확대 같은 초보적 개혁 시안이 제시됐을 뿐 다른 분야는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부가 구체적인 안을 내야 논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아직 그럴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좀 더 강력한 의지를 갖고 개혁안을 제시해 공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점검회의’라는 행사의 취지가 무색하게도 진척된 사항이나 실행 계획 없이 3대 개혁의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이라며 “3대 개혁을 선언한 지 7개월이 되도록 무엇을 한 건가”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도 “국정 과제와 성과를 홍보하는 자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입법 관문을 넘어서려면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필수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나만 옳다는 독선을 경계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합의점을 반드시 끌어내겠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또한 “노동 개혁안 정도를 제외하면 구체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정과제를 ‘국정운영 규범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규정했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선 야당 협조를 구하는 것 외엔 이행할 도리가 없다. 연금·노동 개혁부터가 입법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일들이다. ‘야당과 협치하겠다’던 대통령의 당선 직후 약속은 여태 지켜지지 않았고, 악화일로인 여야 관계 또한 대통령의 ‘불통’ 책임이 크다”고 했다. 

국민 100명 함께한 점검회의, ‘일부 이슈 정부 옹호 패널 발언만 나와’ 


국정과제점검회의에는 정부 부처 장관뿐만 아니라 국민 100명이 함께했다. 각 부처에서 정책 관련 수요자들을 추천받아서 선정한 패널들이었다. 이날 회의는 국민패널들의 분야별 질문에 윤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부·자영업자·대학생·사회복지사·마약중독 재활단체 활동가·노조위원장·교수 등 총 14명이 질문을 던졌다. 

국민 100명이 함께한 점검회의였지만 정부 홍보 맞춤형 질문들이 많았다는 것이 대다수 아침신문들의 평가였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국민 패널 100명 중 사회자의 지명을 받은 사람이 돌아가며 직접 질문에 나섰다. 다만 연령·계층·지역 등 일반 국민 대표성을 고려해 패널을 선정한 게 아니라 각 부처가 ‘엄선’한 탓인지, 정부가 홍보하고 싶어 하는 정책에 대한 ‘맞춤형’ 질문들이 적잖았다”며 “그나마도 국민 패널에게 돌아간 질문 기회는 10여차례에 불과했다. 가장 오랜 시간 마이크를 잡은 윤 대통령의 답변은 소신의 재확인이나 기초적 원론 수준에 머물러 ‘국정과제 점검’이라는 회의 주제에서 종종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경향 ‘화물연대 파업 등엔 ‘정부 옹호’ 패널 발언만 나와’에서 “일부 이슈에서는 정부 입장과 부합하는 국민 패널들 발언만 나왔다”며 “40대 주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크다고 들었을 때 안타깝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법과 원칙’을 앞세운 정부 대응을 강조했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서울교통공사 파업에 대해 ‘무조건적 파업은 명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정부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무난한 수준의 질의응답으로 채워지는 자리라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반대 여론까지 포함해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필요할 경우 국정 방향을 수정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기회로 삼는, 그런 진정한 소통의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정쟁 탓에 ‘지옥의 시간’ 끝없이 이어질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를 맞은 16일 종교계와 시민들이 추모제를 열어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한다. 

하지만 참사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과 치유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158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가 지난 1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참사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참사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과 치유를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에선 외려 트라우마를 키우는 발언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권성동 의원은 유가족협의회를 겨냥해 ‘정쟁’ 운운했지만, 사실 참사마저 정쟁화해 유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참사에 큰 책임이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이 통과됐다고 국정조사를 보이콧하고, 예산안 처리를 빌미로 국정조사를 공전시킨 게 누구인가. 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 없이 온전한 치유는 불가능하다는 걸 국민의힘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동아일보 정용관 논설위원은 칼럼 ‘政爭 탓에 ‘지옥의 시간’ 끝없이 이어질라’에서 “이태원 참사는 정쟁 단계로 진입했다”며 “진정한 수습을 원한다면 여야도 시민단체도 제발 뒤로 빠지길 바란다”고 했다. 

정용관 논설위원은 “한쪽은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탄핵을 앞세워 정권 흔들기에 나서고 한쪽은 세월호 재판을 우려한 듯 방어에 급급하다. 민노총, 참여연대 등이 주도해 만든 좌파 시민대책회의가 발족됐고, 극우 단체들은 맞불 행동에 돌입했다”며 “대체 민노총 같은 조직은 왜 여기에 끼어드는 걸까. 피켓 들고 집회하고 구호 외치고 할 게 아니라, 지옥의 고통에서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조용한 마음의 지지와 위로를 보내는 게 상식이고 도리 아닌가. 유가족들의 슬픔을 반정부 깃발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결코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그러면서 “정략적 사심(邪心)을 가진 이들이 분탕질에 나서면 유가족들의 ‘지옥의 시간’은 끝없이 이어질 뿐”이라며 “누가 뭐래도 위험을 상상하고 예측하지 못한 정부 책임을 피할 순 없다. 여러 부처에 분산된 실무자급이 아니라 정부의 최고위급 총괄 대표와 유족 대표가 단일화된 대화 채널을 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인간적 연민 노리는 ‘나쁜 정치’’라는 제목의 조선칼럼을 내보냈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은 칼럼에서 “인간적 연민의 가치를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오직 인간적 연민만이 도덕적이라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뒤덮기 시작한 것”이라며 “지난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유가족들 앞에서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약속했던 일을 우리는 가장 나쁜 사례로 떠올려볼 수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칼럼 갈무리.

노 위원은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 침몰 과정, 그 결과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사실상 모두 드러난 다음이었다. 그러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했다. 일부 유가족과 사참위 위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며 “문 전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있었다면 그는 공허한 진상 규명 약속을 더 이상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 정권이 과시했던 인간적 연민은 인격적 존중을 결여하고 있다. 어쩌면 인간적 연민조차 아닐지 모른다”며 “이는 세월호 참사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인간적 연민을 앞세워 투쟁의 도구로 삼는 나쁜 정치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