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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 1%p도 양보 못 한다는 대통령실…‘답정너’ 정치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김 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김 의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15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25%→24%)하자’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마저 표류하게 된 데는 대통령실의 완고한 태도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의장의 중재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면서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한때 나왔으나, ‘단 1%포인트도 양보 못 한다’는 대통령실의 태도가 여야의 막판 협상에 걸림돌로 등장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협상의 주체(국민의힘)를 봐달라”며 김 의장 중재안에 공식적인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김 의장의 중재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법인세 1%포인트는 깎으나 마나다. (그렇게 깎는 게) 경쟁력이 있나”라며 “우리가 1%포인트 받으려고 이러고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 중재안은 안 된다.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이건 중재안이 아니고 ‘중재 참칭안’”이라며 대통령실의 완강한 기류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 법인세 실효세율과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의 법인세 차이가 10.5%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오죽하면 대통령실이 ‘법인세 3%포인트 인하’를 그렇게 해달라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1%포인트 인하로는 대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법인세 인하에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법인세법은 대기업만의 감세가 아닌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최대 쟁점인 법인세를 두고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법인세 낙수효과론을 거론하며 여당을 향해 ‘양보 불가’ 지침을 내린 셈이다.

 

대통령실이 법인세 등 타협에 불가 태도를 보이면서, 예산안 합의는 더욱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실은 김 의장이 중재안으로 함께 제시한 ‘행정안전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비를 일정기간 예비비로 지출하도록 한 방안에도 부정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조직은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 조직인데, 마치 불법 조직인 양 예비비에서 꺼내 쓰라는 제안은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예산안 협상이 길어지면서, 여야가 예산안 처리 뒤 본격 진행하기로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1월7일 종료)는 더욱 활동 기간이 줄어들게 됐다. 국민의힘 소속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민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이 예산안 합의를 늦추는 데에는 국정조사 기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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