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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00일, 경찰 차벽·충돌에 유족 탓한 조선일보

  •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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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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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유족·민노총 탓 “경찰 적극 제지 못해”

대통령실 기자 고발에 한겨레 사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지난 5일로 100일이 됐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4일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열고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광장을 차벽으로 막아, 서울시청 앞으로 옮겨 분향소를 만들었다. 경찰과 서울시청 공무원들이 이 과정에서 충돌을 빚었고 서울시는 6일 오후까지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전달한 상태다. 6일 신문들 논조는 참사의 책임 규명을 언급한 신문과 그렇지 않은 신문으로 갈렸다.

경향신문은 1면에 이와 관련해 <‘참사’ 기억을 지우는 서울시>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경향신문은 “일각에선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발생에 직접 책임을 지는 지자체로서,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특히 분향소 설치 당일 행정집행 계고장을 보낸 것은 결국 윤석열 정부 코드 맞추기와 책임 회피가 아니냐고 지적한다”고 했다.

▲6일 아침신문 갈무리

▲6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1면과 이어지는 8면 전면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신애진씨의 아버지 신정섭 씨가 참사 당일부터 지금까지 써온 기록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유가족이 알고 싶은 진실은 참사 당일 희생자들에게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이다. 또 관계기관이 축제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하고 사고 전후 대처도 미흡했던 경위를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6일 한겨레 1면

서울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경찰이 분향소 설치를 막아 물리 충돌이 일어난 사실을 양 측 사이 ‘갈등’으로 묘사했다. 유족 측이 시청 앞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고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나서겠다고 경고했다는 내용이다.

▲6일 국민일보

▲6일 서울신문

반면 조선일보는 <‘핼러윈 참사’ 유가족·민노총 서울광장에 분향소 기습설치>라는 제목으로 유족 등에 책임을 묻는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경찰은 수백 명이 한 번에 밀고 들어온 데다 유족들이 혹시라도 다칠까봐 이들을 적극 제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등 경찰 측 입장만을 보도했다.

▲6일 조선일보

한겨레, 세계일보, 중앙일보가 관련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억·추모 공간 마련을 정부가 돕기는커녕 가로막고 훼방하는 이 살풍경이야말로 ‘국가의 무책임’이라는 참사 100일의 본질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하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그동안 진행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는 ‘꼬리 자르기’와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며 현장 책임자 외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윗선은 소환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짚었다. 한겨레는 “국정조사에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진정 어린 사죄를 하는 고위 공직자는 없었다”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목표에는 아직 근접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 장관,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막말과 인터넷에 쏟아지는 악성 댓글 등 ‘2차 가해’가 참사의 상처만 더 깊게 키웠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그럼에도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재난으로부터 사회를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며 “헛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유가족이 염원하는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공식 추모공간 마련 등에 당장 나서야 한다. 정부 역시 법적 책임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이상민 장관의 거취 정리 등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6일 한겨레 사설

세계일보는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발표되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도 마쳤지만, 유가족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은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은 기대하기 어렵고 정쟁 등 소모적인 공방만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작지 않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는 특수본 수사는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정보과장, 용산구청장 등 6명만 구속기소 하는 데 그쳤다. ‘꼬리 자르기’ 수사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재수사 중이지만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재난안전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현장 최고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정무적으로 책임지는 게 유족과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특수본이 사고 현장의 관제·사설 폐쇄회로(CC)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등 180여개의 영상물을 분석한 시간별 인파 이동과 사고 당시 상황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후 6시 반쯤부터 오후 10시15분까지 관련 당국이 뭘 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해 서울시와 마찰을 빚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대화로 문제를 풀지 못하면 더 큰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했다.

▲6일 세계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양비론을 폈다. 유가족이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것이 “규정된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녹사평역 내부에 추모공간을 마련하라는 서울시 제안은 유족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아직 유족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 게 없는 상황에서 서울시 방침을 일방 수용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추모 공간이 정치적 목적에 경도된 세력과 유족 모욕까지 서슴지 않던 사람들로 인해 갈등과 증오로 얼룩졌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분향소 설치 문제를 대화로 풀기 바란다”고 했다.

▲6일 중앙일보 사설

기자 고발한 대통령실에 한겨레 사설

대통령실이 ‘무속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였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다녀갔다’고 증언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보도한 뉴스토마토, 한국일보 기자들을 3일 경찰에 고발했다. 한겨레는 이를 두고 “입막은 으름장”이라며 사설을 내 비판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2일 부승찬 전 대변인 인터뷰와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구체적 증언을을 기사화했다. 또 부 전 대변인이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과 천공의 공관 방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는 지난해 4월1일 육군 행사에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한 사실도 확인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뉴스토마토는) 또 남 전 총장, 천공, 경호처 등에 확인을 요청하는 등 반론과 해명을 받기 위해 애썼다. 이들은 답을 않거나 부인했다”며 “대통령실 주장처럼 ‘천공의 동선’과 ‘관저 출입 영상’을 파악하거나 제시하진 못했다. 형사고발이 되었으니, 이제 수사기관에서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먼저 ‘관저 출입 시시티브이(CCTV) 영상’과 거명된 정부 인사들의 당일 동선을 먼저 밝히고 해명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6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언론은 수사기관이 아니다. 언론이 보도를 하려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확인 과정을 거쳐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며 “그러나 완벽한 확인을 하기 전까진 ‘의혹’ 제기도 해선 안 된다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보도한 언론까지 고발했다는 건 다른 언론의 추가 취재를 막으려는 목적이 명백해 보인다”며 “특히 언론사 책임자가 아닌 보도한 기자 개인을 고발했다는 건 치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에도 ‘천공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당시 김 전 의원이 출연한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김어준씨를 방송 다음날 곧바로 고발한 바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연설할 때마다 ‘자유’를 입에 달고 산다. ‘윤석열의 자유’는 ‘대통령실의 고발할 자유’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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