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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내가 아니라 천공을 수사해야"23.02.06 06:58l최종 업데이트 23.02.06 07:37l
남소연(newmoon)
▲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최근 발간된 저서 <권력과 안보>를 통해 역술인 '천공'이 윤석열 대통령의 새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재점화시킨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내용이 포함된 일기 원본 파일의 최종 저장 일시를 공개했다. 아래한글 프로그램 파일(.hwp)의 '마지막 저장한 날짜'는 '2022년 4월 13일 수요일 오후 2:29:57'.
이 시기는 아직 새 정부 출범 전일 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관저가 이전하기 전으로,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천공 관련 보고를 전해들었다는 그 해 4월 1일자 부 전 대변인의 기록에 신빙성을 높여준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에 의해 천공 의혹이 처음 불거진 시기는 그로부터 8개월 뒤인 12월이다. 부 전 대변인은 원고지 2700여 매에 달하는 이 일기를 토대로 책을 펴냈다. 그는 "애초 대변인에 임명되면서부터 국방부의 정책 결정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책을 써보고 싶었다"면서 "약 500일 근무하면서 일기 기록은 469일 정도 되는데, 상당히 꼼꼼하게 썼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부 전 대변인과 기자 2명을 형사 고발하면서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부 전 대변인은 "그건 증언에 대한 신빙성과 가치를 폄하하기 위한 말장난"이라며 "군에서 보고는 단순한 전언이 아니다, 더구나 육군총장에게 하는 보고는 반드시 알아야 할 것만 선별해서 이루어진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천공 의혹을 해소할 방법으로 제기되고 있는 CCTV나 핸드폰 위치 추적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는 "결국 핵심은 천공"이라며 "왜 천공과 그 주변인들은 수사하지 못 하는가, 천공을 언론 앞에 서게 하고 조사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 전 대변인과의 인터뷰는 지난 5일 오후 약 한 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육군총장 보고는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었다' 수준이 아니다"
- 대통령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기분이 어떤가.
"그냥 담담하다."
- 혹시 수사기관에서 연락이 왔나.
"안 왔다. 추후 연락이 오면 있는 그대로 대응할 생각이다. 난 떳떳하니까."
부 전 대변인은 책에서 천공 의혹에 대해 크게 세가지 사실을 밝혔다. 첫 번째는 지난해 4월 1일 미사일전략사령부 청사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에 대한 서술이 가장 구체적인데, 핵심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국방부) 장관과 함께 미사일전략사령부 청사에 도착하자 육군총장, 전략사령관, ADD 소장이 영접했다. 업무 현황 보고가 있기 전에 화장실에 잠깐 들렀는데 육군총장이 뒤쫓아와 "말씀드릴 게 있다"며, 볼일을 보는 내게 귓속말로 "OOO과 천공이 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인수위 측은 서울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천공은 외모가 특이해 수염도 길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고 다녀 사람들 눈에 쉽게 뛸 텐데 그게 가능하겠냐고 했더니, 총장은 "OOO(직책명)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내게 허위 보고를 하겠냐"고 단호히 말했다. (<권력과 안보> p.383)
두 번째는 며칠 후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에게 전화를 해서 다시 확인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대변인에서 물러난 이후 '알 만한 육군 인사'에게 추가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 세가지 중 첫 번째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서술했는데, 나머지는 그렇게 구체적이지 않다. 왜 그런가.
"그런 환경이 만들어진 거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알겠지만, 뭔가 뒷받침 할 수 있는 게 없으면 그냥 음모론으로 몰아간다. 나는 음모론자가 되기 싫다. 그래서 일기라는 기록에 있는 것만 자세히 밝힌 거다."
- 육군총장은 포(4)스타다. 공관장은 부사관이다. 직접 보고할 수 있나, 아니면 중간에 보고라인이 있나.
"통상적으로는 중간에 보고 라인을 거친다."
- 대통령실은 고발장 접수 사실을 알리면서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었다' 이게 아마 보고 라인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 이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증언에 대한 신빙성과 가치를 폄하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군 지휘 체계 상에서 이루어진 보고는 그냥 '들은 것을 들은 것을 들은 게' 아니다. 한번 생각해보라. 육군 지휘 체계의 꼭대기에 총장이 있다. 그런데 내가 총장한테 들었다. 그러면 그 아래, 예를 들어 총장 비서실장에게 그 내용을 확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그 말은, 총장에게 들은 말을 단지 전언(전해들은 말) 취급하게 된다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총장이 이렇게 얘기했는데 이게 사실이야?'라고 그 아래 비서실장이 확인하고, 다시 부사관한테 확인해야 되고…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뜻인가.
"그건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러면 군의 모든 지휘 체계, 보고 체계가 다 무너져버린다. 다시 말하지만 군의 보고 체계는 단순한 전언의 전언이 아니다. 군에서 보고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총장에게까지 보고된다? 그냥 아무거나 보고 안 한다. 선별해서 총장이 반드시 확인하고 알아야 될 것만 보고가 이루어진다. 이건 (당시 천공과 동행했다고 보고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당시 대통령직인수위 청와대 이전 TF부팀장)이 더 잘 알 것이다. 본인이 3성 장군 출신이지 않나."
- 며칠 후에 남 총장에게 전화해서 확인했다는 내용은 날짜가 특정되어 있지 않다.
"그건 내 휴대폰 통화기록을 뽑아봐야 알 것 같다.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다. 그런데 통화기록을 뽑아본다고 해도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당시 비화폰(秘話폰. 군 고위 관계자 등이 쓰는 도청방지장치가 되어있는 휴대폰)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걸로 했는지 내 개인 휴대폰으로 했는지 정확히 기억을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히 확인을 했다. 왜 기억하냐면 당시 천공과 건진법사에 대해 기자들이나 국회의 자료 요구가 엄청났다."
아래한글에 쓴 일기 파일, 최종 저장 일시가 보존된 까닭
- 일기에 있는 내용을 책으로 펴냈을 뿐이라고 하는데, 반대 측에서는 '일기도 조작했을 수 있지 않느냐, 그게 그때 썼던 거라고 어떻게 믿냐'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럴 수 있겠지. 왜냐하면 한글 워드 작업을 했으니까."
- 프로그램이 뭐였는가?
"아래한글."
- 이게 당시 기록이라는 걸 어떻게 믿느냐는 반론에 어떻게 반박할 건가.
"최종 저장 날짜가 있다. 파일의 최종 수정일. 그게 4월 13일다. 2022년 4월 13일. 그때까지 작업한 것들을 그날 가져온 거다."
2022년 4월 13일이면, 부 전 대변인이 마지막 고별 브리핑(4월 12일)을 한 바로 다음날이다. 그의 책에도 마지막 브리핑까지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에 의해 처음 제기된 시기는 그로부터 약 8개월 후인 2022년 12월 5일이다."
- 그러면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업데이트를 안 했다는 것인가?
"아예 열어보질 않았다. 천공 관련 기록이 있는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의원 사건이 터지면서 혹시나 하고 보게 된 거다."
- 한번 열었으면, 저장 버튼을 누르면 업데이트 될 텐데. 저장 버튼을 아예 안 눌렀다는 말인가.
"책 작업을 해야 하니까 누르기는 눌렀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이냐면, 당시 일기 파일을 내 이메일로 옮겨놨다. 그 이메일이 2022년 4월 13일이고, 거기 첨부된 파일도 역시 2022년 4월 13일 파일인 거다. 그러니까 원본이 계속 있는 거지."
- 정리하면, 2022년 4월 13일 일기 파일을 최종 저장했고, 그 파일을 본인 이메일로 보냈다. 그래서 12월 이후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책 작업을 위해 업데이트 한 것과 별개로 원본 파일은 그대로 있다?
"그렇다."
- 파일의 최종 저장 일시가 표시된 메타정보를 보여줄 수 있나.
"보기를 원하나."
- 그러면 좀더 신뢰성이 올라갈 수 있으니.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이게 원본파일의 문서 정보 화면이다. 여기 마지막 저장한 날짜가 2022년 4월 13일 수요일 오후 2시29분57초로 되어있다."
▲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천공 의혹이 기록된 자신의 일기 파일 원본의 메타데이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아래한글 문서 파일의 최종 저장 일시는 2022년 4월 13일 오후 2:29:57였다. 이는 부 전 대변인의 증언에 신빙성을 높여준다. ⓒ 오마이뉴스
부 전 대변인이 공개한 아래한글 파일의 메타정보 화면(파일>문서정보의 문서통계 탭)에는 실제로 그의 설명처럼 표시되어 있었다. 또한 '내용 작성 날짜' 즉 최초 문서 저장 시기가 2021년 1월 14일(목) 오전 8시30분04초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 두 정보는 사용자가 임의로 바꾸지 못한다.
- 대변인을 시작하면서부터 일기를 썼다고 했는데, 일기 파일의 시작 일시가 다르다.
"그건 내가 2021년 1월 13일까지는 일기를 자필로 썼다. 그런데 워낙 사건 사고가 많으니까 도저히 힘들어서 안 되겠더라. 그래서 14일부터 아래한글로 바꿨다."
그의 증거와 설명을 종합하면, 부 전 대변인은 임기를 시작한 2020년 12월 4일부터 2021년 1월 13일까지는 자필로 일기를 썼고, 다음날인 2021년 1월 14일 오전 8시30분04초부터 2022년 4월 13일 오후 2시29분57초까지는 아래한글 파일로 일기를 썼다. 그리고 그 파일의 끝무렵인 2022년 4월 1일자 일기에 천공 의혹이 기록되어 있다.
- 이메일에 저장 안 했으면 어쩔 뻔 했나.
"그러니까. 총장이 끝까지 부인한다면, 나는 그냥 음모론자가 되는 거지."
- 그래도 문제를 제기하며, 육군총장까지는 보고의 생명인 정확성과 신속성이 지켜졌다 하더라도 총장에서 국방부 대변인으로 넘어올 때 과장이나 왜곡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 주장한다면? 그건 엄밀하게 말해서 보고가 아니니까.
"나도 14년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군복을 입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국방부 대변인과 총장의 관계다. 공적인 관계 속에서 이뤄진 대화이고 업무의 연속이다. 왜곡과 과장의 이유가 전혀 없다. 당시 바쁜 상황이라 화장실에서 설명이 이루어져서 그랬지, 만약 사무실에서 만났다면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을 거다."
"결국 핵심은 천공... 나를 수사하지 말고 천공을 수사하라"
- 오늘 김종대 전 의원이 본인 SNS에서 추가 증언자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 대통령실의 대응으로 인해 마치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데, 추가 증언자가 나올까?
"아까도 말했듯이 부사관부터 총장까지 보고가 되면 그 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또 나올 거라고 본다. 아니면 남영신 전 총장이 결단을 하실 걸로 생각한다."
- 김 전 의원과 짜고 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김 전 의원 보좌관 경력도 있으니.
"밖에서 보기에는 그럴 수 있겠는데, 김 전 의원 본인도 밝혔지만 책 준비할 때나 발간 이후 지금까지도 한 번도 통화를 안 했다. 사실 지난해 말 김 전 의원이 폭로했을 때 나는 좀 화가 났다. 내가 김 전 의원이랑 같이 기획을 했으면 그렇게 안 했다. 어떤 근거나 증거 없이는 얘기할 수 없다는 게 내 소신이자 철학이다."
-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때 정치권에 진출하려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만약 내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총선을 생각했다면 이 책을 지금보다는 하반기에 냈을 거다. 또한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문재인 정부의 국방이나 안보실을 미화했겠지. 김여정 담화 대응, 한미동맹 관련, 군 내 성폭력 문제, 월선 북 선박 대응, 다 뺐어야 했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민주당이나 이전 정부에 있던 사람들이 봤을 때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내용들이 많이 있다. 한마디로 '얘는 정체성이 뭐야?' 이럴 수 있는.
하지만 나는 이걸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졸저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이런 1차 자료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외교안보 분야는 시행착오를 용납하지 않는다. 이 책에는 정책 결정 메카니즘이 많이 나와 있다. 어떻게 소통하고 조율했는지. 이런 사례를 자세히 서술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내 바람이다."
부 전 대변인은 재직 당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문제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안보는 공기와도 같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2022년 3월 28일)고 답해 떠들썩해질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책에 서술된 그의 표현을 빌려서 말하자면 찍소리도 못하던 국방부에서 나온 유일한 '찍소리'였다.
-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여전히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는가.
"나는 가야 한다고 본다. 다시 턴해야 된다. 여전히."
- 이미 1년 정도 지났는데, 지금 그게 가능할까?
"왜 불가능한가. 용산은 지난 70년 동안 국방에 최적화 된 곳이다. 그런 곳에 대통령실이 온 거다. 최근 북한 무인기 사태도 대통령실 이전의 영향을 받은 거 아닌가. 기존에 셋업 되어 있던 체계가 다 무너져버린 거다. 그러면서 수방사니 공작사니 애꿎은 희생양만 찾아서 징계하려는 거 아닌가. 또 주변에 민간시설이 밀집해 있는 현 대통령실은 경호에 너무 취약하다. 합참, 국방부에 대통령실까지 군 통수권자부터 지휘부가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은 전략적으로 상당히 안 좋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천공 의혹,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만약 남영신 전 육군총장이 나선다 하더라도, 역시 직접 본 게 아니라 부사관 전언 아니냐고 하면 또 진실게임으로 간다. CCTV 공개는 현행법상 불가능 할 것이고, 핸드폰을 통한 해법은 나만 해도 공용폰 쓰고 핸드폰 두세 개 썼는데, 위치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G폰 쓰는 사람도 있고, 대포폰도 있을 수 있고. 결국 핵심은 천공이다. 왜 천공은 조사를 못 하고 수사를 못 하나. 그리고 그 주변인들. 천공의 수행도 있고 비서도 있다는데, 거기도 목격자가 있지 않겠는가. 물론 제대로 수사가 될지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러야 한다. 천공을 언론 앞에 서게 하고 조사 받게 하고. 그게 핵심이다."
- 한마디로, 나를 수사할 게 아니라 천공을 수사하라?
"그렇다. 나는 기록에 나와있는 것만 밝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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