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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폭’ 신조어 만든 尹에 “도 넘은 노조 때리기” “악마화”

  • 기자명 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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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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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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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환노위 ‘노란봉투법’ 통과에 조선 “尹 거부권 행사할 수밖에”

사실혼 동성부부 배우자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사회보장제도 권리 첫 인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 방해와 같은 불법 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며 “건설 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건설 현장의 폭력 행위를 ‘건폭’이라고 지칭했다. 조직폭력배 준말인 ‘조폭’을 연상케 하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노조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여권이 노조 때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1일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제한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나라를 파업 천국으로 만드는 법이 될 것 같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법원이 사실혼 동성 부부의 배우자를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이들 부부에게 사회 보험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동성 부부의 사회보장제도상 권리를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일부 언론에선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생활동반자법’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 22일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건폭’ 근절 주장에 한겨레 “도 넘은 노조 때리기”

윤 대통령의 ‘건폭’ 근절 지시에 검경은 합동으로 ‘건폭 수사단’을 출범시켜 대대적 불법 행위 단속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올해 국가수사본부에 배당된 전체 특진자 510명 중 50명을 건설 현장 노조 불법 행위 집중 단속 분야에 배분했고, 국토부와 노동부는 각각 타워크레인 조종사 등 특수기술자가 월례비(건설사들이 빠른 일처리를 위해 지급하는 사례비)를 강요하면 면허를 정지하고, 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레미콘, 믹서 트럭 운전기사들이 집단 운송거부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 22일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는 이 소식을 전하며 1면 기사 제목을 <윤 대통령, ‘건폭’ 지칭까지…도 넘은 ‘노조 때리기’>라고 지었고,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제목을 <노조만 때리는 윤 대통령식 ‘법치주의’>로 정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건폭’이란 용어는 윤 대통령이 직접 지은 용어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기 위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사설 <왜곡·과장 동원한 정부의 노조 공격, 도 넘었다>에서 “문제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부풀리고 있는 점”이라며 “노조를 파렴치 집단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월례비를 받는 타워크레인 기사 면허를 정지하는 것을 거론하면서 “지난달 16일 광주고법은 월례비 관련 소송에서 ‘월례비 지급은 수십년간 지속해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사실상 임금의 성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며 “또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지목하고, 건설 사업자 단체에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고 썼다. 

한겨레 사설에 따르면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회계 관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에는 정부 보조금 지원을 끊고 노조 조합원 세액공제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16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회계 자료를 각각 38.7%와 24.6%만 제출했다고 하며 내놓은 후속 조치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61곳 중 60곳을 냈다고 반박했다. 노동부가 표지와 함께 속지 1장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양대노총은 회계 관련 서류 비치 의무를 규정한 노조법 14조에 행정관청 보고 의무가 없고 속지까지 내는 건 노조 자주성 침해라며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노동부는 과태료 처분, 양대 노총은 이에 맞서는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양대노총을 비난했다. 한겨레는 “정부 지원금과 노조 조합비라는 별개의 사안을 뒤섞어 공격한 것”이라며 “정부 지원금의 경우 노동부도 해마다 회계 자료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이런 식의 왜곡된 주장을 할 때마다 일부 신문들은 노조를 ‘조폭’에 비유하며 대서특필하고 있다”며 “정부가 진정한 노동개혁을 원한다면 기본적인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노조 악마화’ 윤 대통령, 노사 불균형 너무 심하다>에서 “대통령이 노조 압박을 진두지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장 단죄하면 될 관행적 치부나 불법 행위를 앞세워 노조 전체를 악마화하고, 노동개혁과 지지율 반등의 전기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강성·기득권 노조 사례만 부각시켜 청년과 갈라치는 것도 독단적”이라며 “지난해 말 정부가 초강경 진압한 화물연대 파업 후 불신이 커져 있는데 노조 불법 엄단만 외치는 대통령의 ‘노사법치주의’는 균형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눈감고 노조 불법 행위만 문제삼는 것은 공정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대로 헌법이 정한 노동3권을 존중하고, 노사정의 균형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2일 경향신문 만평

환노위 노란봉투법 통과에 조선 ‘대통령 거부권’ 거론

국회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것을 두고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없애겠다는 윤 대통령도, 부자감세·친기업 국정 기조를 짜온 당정도 이 문제는 보다 균형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노란봉투법 ‘거부권’ 꺼낸 여당, 정치 복원부터 힘써야>에서 주 원내대표가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하겠다는 발언에 “거부권 행사는 역으로 한층 극렬한 여야 대치와 정치 실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제헌 이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66건에 그친 이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더구나 여당이 앞장서서 건건이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드는 건 스스로 국회 권능을 저버리고 행정부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파업 조장 ‘노란봉투법’ 기어코 강행, 제 편과 노조만 보는 민주당>에서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기업과 경제에 타격을 줄 법안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며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더 보호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도 이 법은 처리하지 못했다”며 “기업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 말 민노총(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건설 공사는 멈춰 서고 최악의 물류 대란이 벌어져 막대한 경제 손실을 입었다”며 “나라 경제보다 노조가 우선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강행 처리를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고 지적한 뒤 “끝내 밀어붙인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성커플은 공동체’ 건보 피부양자 자격 인정한 첫 판결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는 소성욱씨가 “동성인 배우자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소씨의 손을 들어줬다. 소씨와 배우자 김용민씨는 2019년 5월 결혼식을 올린 동성부부다. 사실혼 관계임에도 건보공단이 동성 배우자라는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현행법에서 혼인을 ‘남녀 간 결합’으로 규정한다며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생활공동체 관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해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 22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사설 <동성부부 건보 자격 인정한 법원, 제도 개선 이어지길>에서 “이번 판결이 성소수자 인권 보장 차원에서 의미있는 진전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며 “우선,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도 법적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활동반자법’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현행 가족제도가 혼인·혈연을 벗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차별하고 각종 공적 사회제도에서 이들을 배제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씨가 승소 판결 뒤 “정부는 그동안 성소수자를 ‘없는 존재’처럼 취급해왔다”며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 모욕적이었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면서 한겨레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어야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동성 커플의 사회보장 권리 인정한 첫 판결 환영한다>에서 “이날 판결문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의 현 주소를 조목조목 비판했다”며 “현행법상 동성 간 사실혼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혼인을 이성 간의 결합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짚었다”고 했다. 이어 “실제 대만을 비롯해 전 세계 34개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이며, 일본에선 지방정부가 조례로 동성 파트너를 배우자에 준해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 판결문을 더 인용했다. 재판부는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했고, 또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며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법원, 동성반려자 건보 인정…소수자 인권 진일보>에서 “세계는 동성혼을 인정하는 추세”라며 “성소수자 차별 금지는 다수결에 끌려가서는 안 되는 인권 문제이며, 이번 판결은 그 점을 환기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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