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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에 수능 출제기관 감사 카드 꺼내든 교육부...혼란 가중

 

  • 발행 2023-06-16 17:03:08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출제 범위’ 언급 한마디에 교육부가 교육과정평가원 감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교육 현장은 물론 당국 내에서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16일 오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해서 대통령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여부를 총리실과 함께 합동으로 점검·확인하는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는 “총리실 산하의 출연연구기관이므로 총리실과 합동으로 감사대상, 기간, 방식 등을 조만간 구체화해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장 차관은 “3월부터 ‘공정한 수능’이라는 정책 목표를 가졌다. 첫 번째로 실현해보는 시험이 6월 모의고사였다”며 “정부의 이런 기조가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입 담당 국장)을 인사 조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6월 모의평가를 준비하던 3월쯤부터 사교육비를 문제 인식의 기저로 가지고 공정하게 수능을 치러야 한다는 지시·방향 제시가 있었다”며 “그런 과정에서 관리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 반성했을 때 담당 국에서 그간의 노력이 미진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날 대학 입시를 담당하던 이윤홍 인재정책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후임으로 심민철 디지털교육기획관을 임명했다.

장 차관은 또한 6월 모의고사 평가와 관련해 “특정 문제·과목에 대해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모의평가 이후 가채점 결과 등을 분석·확인하는 작업을 거쳐 일부 문항에 대해 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본 수능도 아닌 모의고사 출제와 관련한 책임을 물어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출제기관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겠다는 설명이다.

장 차관 말대로면 ‘공정한 수능’이라는 정책 목표가 공유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치러진 모의고사 한 번의 결과 때문에 교육 당국 내에 불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장 차관은 문제가 된 문항이 무엇이며, 해당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수능 출제 범위 언급으로 교육 현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감이나 사과 표명 없이 “윤 대통령은 수능 난이도를 언급한 게 아니고 공정한 수능 기조를 말씀드린 것”이라고만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모의고사가 어려웠다고 공무원이 경질되고 감사를 받는 게 정상이냐”며 “수능 시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최소화해야 할 대통령과 정부가 왜 반대로 불안을 조장하냐”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은 “교육개혁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 없이 대통령이 즉흥적인 메시지들을 던지는 것은 교육 현장에 혼란만 초래할 따름”이라며 “교육개혁은 한국 사회의 뇌관을 건드는 일이기에 신중하고도 섬세하게 접근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말 몇 마디 보태거나 즉흥적인 인사 경질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추진 방안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수험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교육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더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막기 어렵지만,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건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니냐.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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