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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세금 쓰고 ‘백지 영수증’ 공개한 검찰, 윤 대통령은 왜 가만 있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7/05 10:07
  • 수정일
    2023/07/05 10:0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지난 6월 23일 2017년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분의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세부내역과 증빙자료 등 숨겨졌던 검찰의 예산 정보가 처음으로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함께 진행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2019년부터 장장 4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긴 쟁송의 결과였다.

이번 검찰 예산 사용 내역들의 공개가 특별히 의미 있는 것은 그간 검찰이 수사와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대표적인 권력기관이었고 스스로의 수사 업무의 기밀성 등을 핑계로 국회나 감사원, 시민들의 감시를 목이 뻣뻣한 태도로 회피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검찰은 1949년 설립된 이래 모든 공공기관들이 부담스러워하는 행정감시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자유로왔고 그래서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은 ‘방탄 검찰’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 각고의 노력으로 이런 검찰의 ‘방탄복’에 드디어 균열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무색해질 상황에 처했다. 검찰이 공개한 예산 사용 내역 중 자의적으로 일부 특수활동비 내역을 누락하고 업무추진비 영수증 내용을 가린 채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한 공공기관이 정보를 부실하게 공개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법의 수호자인 검찰이 스스로로 중대한 위법을 범하고 사법체계를 기만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검찰이 공개해야 할 정보 중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의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관련 자료는 아예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총 160억에 이르는 2017년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예산 중 1월부터 4월까지 무려 74억원으로 추정되는 사용 금액에 대한 증빙 자료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의 증빙 자료 일부도 듬성듬성 빠져있다.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도 마찬가지로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 서울중앙지검장 재임시절인 2017년 6월부터 7월 기간은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이 45건, 총 4460만원에 해당하는 특수활동비의 수령증이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2017년 7월에 수기로 작성한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은 총액이 3970만원임에도 30만원으로 완전히 잘못 기록되어 검찰의 부실한 특수활동비 관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소지 여부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74억원에 이르는 금액 증빙 자료 전무
수령증이 없거나 금액이 잘못 기록된 집행내역
검찰은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존재인가


검찰 측에서는 보관된 특수활동비 집행자료 전부를 제출했고, 다만 2017년 9월경 특수활동비 관리제도 개선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지 않아 제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검찰 출입기자들에게 해명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기자들에게나 짧은 말로 해명해서 괜찮은 수준의 일이 아니다. 아무리 수사에 관련되어 기밀성을 가지고 집행되는 예산도 국민의 세금이며 엄격한 기준으로 쓰여야 할 곳에만 쓰이고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한 줌 의혹도 없이 증명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특수활동비 관리의 미비가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넘기려는 태도는 그간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얼마나 쌈짓돈 쓰듯 가벼운 마음으로 사용해 왔는지에 대한 반증이다.
 
검찰이 공개해 온 업무추진비 ‘백지’ 영수증 ⓒ필자 제공

검찰은 업무추진비 역시 온전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영수증에는 지출처가 되는 ‘상호명’이 적혀있어야 하지만 검찰이 공개한 영수증에는 상호명이 가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업무추진비 영수증 절반 이상이 사실상 내용을 아무 것도 파악 할 수 없는 ‘백지 영수증’이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국민 세금으로 어느 곳에 돈을 쓰고, 무엇을 먹고 다녔는지 국민들이 알아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온전하게 공개한 영수증은 검찰 구내식당에서 사용한 영수증 정도라는 게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렇게 검찰이 업무추진비 증빙자료 마저 자의적으로 조작해 공개하는 행태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에 이번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주문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지출한 내역(업무추진비) 에 관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로서 지출금액과 사용처만 알 수 있을 뿐이고 공식행사 내부에서 공유되는 구체적인 범죄 관련 정보, 수사방법 등이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 검찰총장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며 업무추진비의 사용처를 공개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법원의 명령마저 아무 거리낌 없이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스스로 쓰고 증빙도 못하는 국민 세금이 단 2년여 특수활동비로만 74억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검찰은 별 문제 없다는 듯 문제제기하는 단체들의 주장이 편향적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식으로 대꾸하는 것이 전부고 국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다. 수십억 횡령과 불법모금이 있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를 1원 한 장까지 압박해 수사하면서 검찰은 정확하게 자신들이 사용한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는 제대로 된 수령증, 영수증 하나를 내놓지 못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염치인가. 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선민의식. 검찰의 태도가 그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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