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이 지난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KAL858기 진실규명 국회 국제토론회’에서 박강성주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이 지난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KAL858기 진실규명 국회 국제토론회’에서 박강성주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세계 모든 비행기에는 주민번호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KAL858기 같은 경우에는 HL7406, 이것은 전 세계의 모든 비행기 통틀어서 KAL858기에만 특정된, 부여된 번호입니다.”

‘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이 지난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한 ‘KAL858기 진실규명 국회 국제토론회’에서 발표자 박강성주 박사는 대구MBC에 의해 미얀마 안다만 해저에서 KAL858기 기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지만 “KAL858기의 것이라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강성주 박사는 기체 추정 물체가 KAL858기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세 가지 물증이 등록번호 HL7406과 꼬리 부분 날개에 있는 태극 문양, 그리고 태극기 표식이라며 특히 등록번호에 방점을 찍었다.

국회 토론회는 ‘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과 국회의원 설훈, 김홍걸 의원실이 공동주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국회 토론회는 ‘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과 국회의원 설훈, 김홍걸 의원실이 공동주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2020년 1월 23일 <MBC 뉴스데스크>는 “MBC 특별 취재팀은 1년 가까운 추적 끝에 미얀마 안다 만의 50미터 해저에서 KAL 858기로 추정되는 동체를 발견했다”며 관련 영상을 방영한 바 있다.

KAL858기 가족회와 유족회 등은 현장 수색을 촉구했고, 외교부는 2021년과 2022년 관련 예산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얀마 정정 불안 등으로 수색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현재는 관련 예산마저 책정되지 못한 상태다.

박강성주 박사는 또한 “블랙박스는 실제로 두 가지”라며 조종실녹음장치(CVR; Cockpit Voice Recorder)와 비행기록장치(FDR; Flight Data Recorder) 모두 꼬리 쪽에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인양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9년 심해에서 인양된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는 고압 살수 세척 과정에서 데이터가 유실됐고, 2011년 해저에서 발견된 에어프랑스의 블랙박스는 즉시 처리수에 넣어 데이터를 지킨 사례를 비교, 예시하기도 했다.

박강성주 박사는 “증거를 찾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미안마 앞바다에 있는 기체가 KAL858기의 것인지 확인을 하고, 확인이 된다면 인양을 하는 수색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다음에 전반적으로 이를 기점으로 다시 재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KAL858기 사건 연구방법 및 사회운동의 윤리와 정치”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KAL858기 사건 연구방법 및 사회운동의 윤리와 정치”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는 발표에 나서 “이 사건은 일단 전반적으로 미스테리 한데, 한국 사회의 정치적 역량과 그 다음에 시민사회의 양심 이것을 저울질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 사건의 이해관계의 당사자들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얼마든지 민주당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토론과정에서 반론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젠더 정치의 일상화’를 지적하며 “김현희 씨의 비키니 사진하고 몸매 사진을 게재할 정도로 차마 말할 수 없는 여성에 대한 이 사건을 완전히 김현희 사건으로 대체를 했다”며 “어떤 면에서 한국 사회에서 모든 시민들이 공모하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사건처럼 완벽하게 피해자가 비가시화되고 피해자 비난(victim blaming)조차 없는 사건은 제가 아는 역사상 사건으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희는 언론 매체에 등장하고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유가족이 오히려 사회적 성원권을 박탈당하고 안기부 사찰대상이 됐다는 것.

올가 페도렌코 서울대 교수가 토론했고, 박강성주 박사가 통역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올가 페도렌코 서울대 교수가 토론했고, 박강성주 박사가 통역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토론자로 나선 올가 페도렌코 서울대 교수는 “부끄럽지만 이 토론회를 통해 사건을 처음 알게 됐다”며 “앞으로 있을 한반도 냉전 관련 수업 시간에 사건을 다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오철우 전 한겨레 기자는 토론에서 “대형 사건사고, 참사에 이르게 된 과정을 되짚어봄으로써 사건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은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참사를 제대로 기억하려는 우리 사회에 무척 중요한 문제”라며 “제대로 된 재조사의 ‘과정’ 자체와 우리 사회의 관심이 희생자와 유족의 못다 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다 설명되지 않은 의문, 의혹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철우 전 한겨레신문 기자와 포셈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오철우 전 한겨레신문 기자와 포셈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공공을위한과학기술인포럼(FOSEP) 대표는 토론에서 “조사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제3의 다양한 연구자들에 의해 자유롭게 검증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KAL858기 실종사건에 대한 과거 정부의 조사과정은 ’과학적‘ 조사로 보기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에 KAL858기 동체 추정 물체의 적극적 조사 및 인양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당초 비대면 토론자로 예정된 리처드 잭슨 오타고대 국립평화분쟁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비대면 격려사 예정자 등 외국 학자들은 온라인 접속이 안 돼 참여하지 못했고, 신시아 인로 클라크대 교수는 『슬픈 쌍둥이의 눈물: 김현희-KAL858기 사건과 국제관계학』(한울) 추천사로 격려사를 대신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토론회 공동주최자인 설훈, 김홍걸 의원도 격려사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토론회 공동주최자인 설훈, 김홍걸 의원도 격려사를 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는 “지금 잘 아시는 대로 윤석열 이런 정권 하에서 이게 진상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우리가 불꽃은 꺼뜨리면 안 되겠다. 불꽃을 살리는 이러한 일을 해야 된다라는 그러한 소명에서 바로 국회 이 자리에서 이 모임을 갖게 되었다”고 격려했다.

함세웅 신부는 특히 “이 일의 배경은 대한민국 정부와 그 당시에 안전기획부뿐만 아니라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개입이 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도 대통령의 의지는 강했지만 후배들, 공직자들이 안 움직인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가 억울한 사람을 위해서 대신 내 목숨을 바치겠다라는 그런 결의를 통해서만이 이 KAL858기의 진상이 밝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도 돌아가며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설훈 의원 지역구인 경기도 부천시 지방의원들도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참석자들도 돌아가며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설훈 의원 지역구인 경기도 부천시 지방의원들도 참석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격려사에서 “KAL858기 사건이 굉장히 노태우 대통령 당선되는 데 기여한 건 틀림 없는 사실”이라며 “범인이라고 하는 사람은 나왔는데 그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얘기한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하고 “36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은 “유족들이 36년 동안이나 억울함 속에서 살아왔다”면서 “유족들이 지금 코너에 몰려 있고 가해자는 숨어 있는 상태”라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수색) 예산 자체를 다 깍아 버렸다”고 비판하면서도 “이제 윤석열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자유발언 과정에서 “민주당 180명 국회의원들 데리고 행정권력 견제 하나도 못하지 않느냐”며 “마음 아픈 가족들 희망 고문하는 계기가 안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야당 의원들을 향한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KAL858기 사건으로 친형을 잃은 김영 전 인하대 교수가 가족들을 대표해 발언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KAL858기 사건으로 친형을 잃은 김영 전 인하대 교수가 가족들을 대표해 발언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KAL858기 사건으로 친형을 잃은 김영 전 인하대 교수는 “우리들은 사실 그동안에 좀 지치기도 하고 체념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잊을 수가 없다”며 “사건이 36년이 지나서 잊혀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박강성주 박사가 연구 논문을 제출해서 국제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객관적인 진실규명의 시초를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 교수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며 “나 개인의 가족 사의 문제만 아니고 우리 한국 사회, 현대사의 비극의 문제의 실체를 밝히고 또 유해를 발굴해서 우리 가족들 모두들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발벗고 나서서 일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토론회에서 KAL858기 가족회의 진상규명 활동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토론회에서 KAL858기 가족회의 진상규명 활동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날 토론회는 ‘KAL858기 연구소 <그 마음>’과 국회의원 설훈, 김홍걸 의원실이 공동주최했고,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격려사를 했으며, KAL858기 가족회의 진상규명 활동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패배의식의 패배를 위하여’라는 이날 토론회 부제나 ‘불가능의 시대, KAL858기 이야기’라는 발표문 제목처럼 이날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에서 진상규명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객관적 상황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기도 했다.

박강성주 박사는 인사말에서 “지금 여러 가지 상황상 이 KAL858기 사건 관련된 진실규명이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라는 그런 어떤 좌절감 불만감이 널리 퍼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서도 뭔가 노력을 했다라는 점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오늘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국회 토론회의 부제는 ‘패배의식의 패배를 위하여’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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