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원외정당 각오로 독자노선? 정의당의 고민

 
정의당의 고민이 깊다. 선거를 6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뉴스의 초점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운동권 청산, 민주당은 야권 연합을 통한 윤석열 정권 심판, 제3지대 4개 그룹이 통합한 개혁신당은 양당체제 극복을 내세우며 설날 연휴 프레임 전쟁을 시작했다.

정의당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3%를 조금 넘기는 득표를 할 경우 2석이 배정된다. 1석은 선거연합을 꾸린 녹색당에 양보하기 때문에 남은 의석은 1석이다. 정의당은 여성인 노동후보를 공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특정후보 하마평도 꽤 오래 전부터 나돌고 있다. 의석을 하나도 얻지 못하는 낮은 지지율을 나타낸 여론조사도 있어 당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가령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40.9%, 민주당 41.8%,  녹색정의당은 2.2%, 진보당은 1.6%를 기록했다. (응답률은 3.8%,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운영위원장이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신당 창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06. ⓒ뉴스1

오르지 않는 지지율, 상당수의 이탈, 만만치 않은 지역구 상황

정의당은 최근 ‘의미있는 정치실험’이라며 비례대표를 2년씩 나눠서 하기로 했다. 이 방안은 진보정당 초창기인 민주노동당 시절 여러 각도로 진지하게 검토됐으나 위헌 논란부터 실무 문제까지 많아 폐기된 바 있다. 당 밖에서는 지지율 하락의 대책이라는 시각이 많고, 당 안에서도 ‘나눠먹기’ 논란이 나왔다.

정의당은 최근 세 그룹이 탈당했는데, 이 역시 지지율 하락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류호정 전 의원 등 세번째권력과 박원석 전 의원 그룹은 각기 중간경유지를 거쳐 개혁신당에서 만나게 됐다. 이른바 참여당 세력을 주축으로 한 그룹은 탈당 후 새진보연합에 합류했다. 구심력 대신 원심력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역구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인천 남동을 배진교 의원, 경기 고양갑 심상정 의원이 있으나 독자적으로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의 지역구 후보가 적기도 하고, 두 의원 외에는 당선권으로 평가받는 후보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최악의 경우 지역구 0석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실존한다.

지난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노란불’이 켜졌으나 정의당에 ‘빨간불’이 들어온 시점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다. 당초 녹색당과 연합공천을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못하고 권수정 후보가 완주했다. 지역에 기반도 있고 시의원 출신으로 정의당으로선 서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고 당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1.83% 득표라는 충격적 성적표를 받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 이정미 지도부를 이어 김준우 비대위가 출범했다. 정의당은 활로를 모색하며 녹색정의당이라는 선거연합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지지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총선까지 반전을 모색할 수단을 찾기도 어렵다.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권수정 정의당 강서구청장 후보 출마 기자회견. 2023.08.16. ⓒ정의당

재정난도 정의당을 위협하는 핵심 사안이다. 정의당은 지난 총선 당시 교섭단체 수준 의석을 예상하며 후보 출마를 독려하며 중앙당 차원의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위성정당 사태 등을 거치며 지역구 1석, 비례 5석에 그쳤다. 아직도 상당한 부채가 남아 큰 부담이 되고 있음은 관계자들도 공공연히 인정한다. 선거연합 논의에서 주요 대상인 진보당이 정의당 플랫폼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신설합당 방식의 ’최대진보연합‘을 주장했으나 정의당은 녹색당과만 선거연합을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도 정의당 명의의 득표율과 의석에 따른 국고보조금 등이 절실했다는 분석도 있다. (녹색정의당의 득표율과 의석은 정의당에 귀속된다.) 

이재명 제안 야당 연석회의 13일 첫 회의, 깊어지는 고심

지난 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준연동형 유지를 선언하며 다른 야당에 비례연합과 지역구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각 당을 접촉하며 연합의 가능성을 타진했고, 가장 중요한 대상인 정의당과도 몇 차례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정치시민회의 측도 정의당과 꾸준히 대화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당내 유력 인사가 접촉에 나섰고, 소통 내용은 주요 인사들과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의 제안 역시 정의당을 포함한 야당의 선거연합이 가능하다는 나름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제안 이후 녹색당, 정의당내 좌파그룹에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진보정당의 독자성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주장과 2020년 총선 및 이후 꾸준히 제기돼온 민주당 비판과 맞닿아 있다. 민주당은 13일 연석회의를 제안했는데 여기에 정의당이 참석할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12일 김준우 비대위원장은 “회의에 정식 참석을 할지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할지 불참할지 등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선거연합 참가 여부도 설날 연휴에 이은 주중에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선거연합정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어떤 단위에서 논의나 의결을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의 ‘창업주’이자 간판이라 할 심상정 의원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05. ⓒ뉴시스

다만 정의당이 녹색당과 선거연합을 하면서 민주당이 제안한 연합을 위성정당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대중적 시각으로는 설득력 낮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관해 불출마를 불사하며 준연동형을 관철한 이탄희 의원은 “위장정당과 연합정당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재명 대표는 비례연합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준위성정당’이라며 여러 차례 사과하기도 했다. 대신 불가피하게 민주당도 정당방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양해를 호소했다.

상당한 몸집을 가진 개혁신당의 출현으로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포기해도 그 과실을 정의당 대신 개혁신당이 가져가게 된 점도 지난 총선과 달라진 구조다. 제3지대 정당들은 민주당의 병립형 회귀 움직임에 정치개혁 위배라고 반발했지만, 사실 준연동형에서 비례 의석수가 늘어난다는 분석이 많았다.

민주당의 제안은 던져졌고, 13일 첫 회의 일정이 잡혔다. 빠듯한 총선 시간표 때문에 협상은 단시간에 이뤄질 전망이다. 정의당이 원외 또는 초미니정당을 각오하고 녹색정의당으로 총선을 완주할지, 민주당 등과 선거연합을 이룰지 주목된다. 제3지대 ‘빅텐트’가 합의됨에 따라 정의당의 선택이 총선 구도를 결정할 최종적 키포인트가 됐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