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맨 오른쪽)가 24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시당 창당행사에 참석해 정권 심판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맨 오른쪽)가 24일 대전에서 열린 대전시당 창당행사에 참석해 정권 심판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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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에 마음이 확 쏠렸다. 조국혁신당이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윤석열 정부 견제에 제대로 물꼬를 터줄 것 같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주아무개씨는 4·10 총선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투표에 나서기로 최근 마음을 먹었다.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내리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는 주씨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의 민주당은 답답하다. 조국혁신당 창당 소식에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살펴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돌풍이 매섭다. 조국혁신당은 창당한 지 채 20일도 되지 않아 여러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 조사에서 20% 안팎의 지지를 기록하며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위협하고 있다. 의석수 10석을 전망하나, 상승세를 유지하면 15석까지 기대해볼 만하다.

한겨레는 17일 뒤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유권자 13명을 전화로 인터뷰해 그 배경을 짚어봤다. 이들은 2019년을 전후한 ‘조국 대전’ 당시의 정치적 입장을 넘어, “지금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정부와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와 싸울 ‘쇄빙선’ 기대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분노’라는 감정을 공유한다. ‘지민비조’ 하겠다는 기아무개(서울·40대)씨는 “윤 대통령의 행태가 너무도 비상식적”이라며 “피의자를 대사로 보낸다든지(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 대사), 배우자가 명품 가방을 받는다든지, 받아도 아무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게 상식이냐”고 말했다.

이런 분노는 야당 지지층 전반에 퍼져 있다. 그럼에도 조국혁신당을 통해 이를 표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이 못해서”다. 주로 민주당에 투표해온 강아무개(대전·30대)씨는 “민주당은 표만 의식해 제1야당으로서 기능을 못 하니 이번엔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 패배 뒤 민주당을 탈당했다는 이정우(광주·50대)씨는 “지금은 윤석열 정부와 싸움을 누가 가장 잘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민주당은 180석을 가진 뒤에 생산성이 가장 낮았다”며 “민주당이 80, 제3당이 20을 가져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확신에 찬 전략적 지지’인 셈이다.

이들의 공통된 요구는 “더 강력한 야당”이다.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이나 “쇄빙선으로 앞장서겠다”는 메시지, 당선 뒤 1호 입법으로 공약한 ‘한동훈 특검법’ 등 조국혁신당의 선명한 노선이 이들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내 긁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조국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브리핑에서도 “불꽃이 가장 뜨거워졌을 때 붉은색을 넘어 파란색을 띤다는 데 착안해, 선대위 명칭을 ‘파란 불꽃 선대위’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과 충북 청주를 찾아 “4월10일은 윤석열 정권 ‘대파산일’이 될 것”이라며 “이 정권의 위험한 역주행에 브레이크를 걸겠다. 제가 맨 앞에서, 그리고 가장 마지막까지 싸우겠다”고 호소했다.

다른 곳에서 같은 곳 바라보는 지지층

흥미로운 대목은, 조국혁신당 지지층 안에서도 민주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근거가 충돌하고, 그에 따라 투표 의향도 다르다는 점이다. 최미선(전남·42)씨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하고 야당답게 싸워야 하는데, 자기들 정치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겠지만,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으려고 한다. 희생이 조금 따르겠지만, 민주당이 더 긴장하고 정권 심판을 잘하려면 조국혁신당이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서울의 40대 직장인 송아무개씨는 “민주당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재명 대표의 비민주적인 공천 방식에 크게 실망했다”며 “조국혁신당에 비례 투표를 할 거지만,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국 대표의 ‘내로남불’에 실망했고 여전히 그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번 총선의 판단 기준은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며 “지금은 윤 대통령의 대척점에 조국이 서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60대 권아무개씨는 오랜 민주당원이었다가 최근 조국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그는 “대선을 치른 건 민주당이고 실패도 민주당이 했는데, 모든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 물으니 실망이 컸다”고 말했다. 권씨는 “투표는 하겠지만 지역구보다 비례대표가 우선”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투표 포기를 고민하던 이들의 발길도 일부 돌려세우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도 마음을 줄 수 없던 야권 지지층에 제3의 선택지를 준 것이다. 남아무개(경남 양산·40대)씨는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에 도움이 안 되고 소통도 안 된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도 여러 의혹의 중심에 있어 마음에 안 든다”며 “차라리 조국혁신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 있어 ‘일시적 냉담자’인 이들은 조국혁신당에 표를 던지려고 투표장에 나선 김에 지역구에선 민주당을 찍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 대표 대법원 판결 등 변수는 여전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 행위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비례대표 후보들이 결정됐으니, 여당과 보수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후보들의 과거 행적이나 발언 등을 두고 공세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과의 관계도 리스크 중 하나다. “선거 막판 민주당·조국혁신당 사이에 신경전이 과열돼 야권의 전선에 균열이 생길 경우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선거 전엔 기회, 선거 뒤엔 시험대가 될 걸로 보인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조국혁신당에선 “조 대표의 사법 문제는 지지층의 측은지심과 분노를 유발해 결집시키는 면이 있다”(신장식 수석대변인)고 보고 있다. 지지층에게 조 대표 거취 문제가 일종의 ‘배수진’이나 ‘희생양 서사’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지자들은 “조 대표가 검찰에 희생당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투표로 민심을 드러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대법원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다면 조 대표는 이 대표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능성은 적다. 반대로 형이 확정되면 당의 구심점이자 상징인 조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 과거 열린민주당처럼 민주당에 흡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두 당은 총선 뒤 통합 가능성엔 선을 긋고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