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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동결, 한국에 어떤 영향 미치나

환율 경로...원달러 환율 폭등 주범

수요 경로...대미 수출 호조세 과신 말아야

금융 경로...미국 쏠림 현상 막기 위한 대책 필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일(현지시각) 워싱턴 연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아직도 부족하다"라며 "적절한 기간 동안 현재의 연방기금 금리를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2024.05.02.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한국 경제 역시 당분간 고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동결이 예상되는 까닭은 연준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5월 경기 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 있다. 여기서 연준은 미국 내 12개 연방준비은행 담당 지역 중 뉴욕,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등 10곳에서 소폭 내지 다소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미국 경제가 확장 국면에 있다고 판단했다면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둘 필요가 없다. 당분간 현행 5.25-5.50%의 높은 기준금리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환율 경로...원달러 환율 폭등 주범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미뤄진다면,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환율 경로, 수요 경로, 금융 경로 등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환율 경로의 경우 미 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의 금리형 상품의 수익이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달러 수요가 오르는 만큼 달러 가치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환율 차이로 인해 타국 상품에 대한 달러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일정 국면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세계 시장에서 원화의 구매력 저하를 일으켜 원자재 및 중간재 물가상승의 주범이 된다. 수입 의존도가 적거나 판매단위가 큰 일부 수출 중심 대기업 외에는 환율 경로를 통한 미 금리 인상에서 이익을 볼 수 없다.

최근 원 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자 금융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선 이유다.

수요 경로...대미 수출 호조세 과신 말아야

수요 경로는 미 금리 인상에 따라 투자가 감소하고 경기가 둔화함으로써 미국 내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으로 나타난다.

전반적으로 위축된 내수는 곧이어 해외 제품에 대한 수요감소로 이어져 한국 상품 역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2017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해온 대미수출은 수요 경로에서의 파급과 무관해 보이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국의 대미수출 호조세는 미국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정책으로 인한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대미 수출 내용은 미국으로의 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관계사 간 거래'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2015년 이후 이뤄진 미국의 대한국 수입 중 약 60%가 관계사 간 거래다.

그간의 대미수출 증가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던 미국 기업들이 리쇼어링으로 자국에 복귀함에 따라 미국 투자에 필요한 설비 건설용 장비와 미국 내 생산을 위한 소재·부품 등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미국 내 리쇼어링이 정상화되어 해당 산업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거나 특정 소재에 대한 자급률을 높일 시 한국의 대미수출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여기 더해 고물가 고금리에 미국인들이 서서히 지갑을 닫으면서, 미국의 내수가 위축될 거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3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개인소비지출(PCE)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4월 개인소득은 한달 전과 비교해 0.3%, 개인지출은 같은 기간 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개인소득이 0.5%, 개인지출이 0.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소득 대비 지출이 점차 줄어드는 셈이다.

금융 경로...미국 쏠림 현상 막기 위한 대책 필요

금융 경로에서 미 금리 인상이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금융 경로의 경우 미 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가 상승함으로써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쏠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때 한국이 덩달아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금이 대체제이면서도 안정적인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더욱더 환율을 높이고 국내 시장에 충격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에 따라 국내 금리를 인상하는 일은 시중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을 초래하여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높이고 소비를 위축시켜 국내 경기를 침체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최근 유럽이 미국보다 앞선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이유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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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여 외부 충격에 대한 민감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환 보유고를 충분히 유지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급격한 환율 변동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가 미국의 금리 상황에 휘둘리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한 점진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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