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2024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9일 미국 하와이에 있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하고, 이어 10일과 11일에 걸쳐 나토 정상회의(이하 ‘나토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2022년, 2023년에 이어 연속 3번째다.
그러나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가 중국 견제와 러시아 제재인 만큼,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에 연이은 과도한 친서방 외교로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크다.
나토 사무총장, “최우선 과제는 우크라이나 지원”
나토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번 나토 회의의 최우선 과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꼽았다.
그는 독일에 대우크라이나 군수지원 사령부를 설치하여 회원국들로부터 향후 1년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을 받아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이 이번 회의에 초대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 나토 회원국이 아님에도 불구, 나토 회원국들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더 많은 기여를 하기를 기대하는 셈.
한국 정부가 지난달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 체결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지원 의사를 밝힌 만큼 윤 대통령은 그 같은 요구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여태 한국은 우회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해왔으나, 이번 나토 회의 참석을 통해 한층 더 전면적으로 러-우 전쟁에 얽혀들 수 있다.
이에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의 회의 참석은 우리의 깊어지고 강화된 파트너십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노골적인 포석을 놓은 바 있다.
나토, 미국발 ‘악의 축’ 타령에 편승...한국에 대중 견제 강요할 수 있어
나토 회의가 단순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넘어, 대중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은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주요국”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일본 등과 함께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 문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사무총장에게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최근 미국이 대중 견제를 위해 나토를 비롯한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는 작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02년 미국이 이라크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외교 교시인 ‘악의 축(이라크, 이란, 북한)’은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러시아와 중국까지 포함하게 된 셈이다.
애초 나토가 한국을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AP4)’으로 불렀으나 이번 회의에서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 까닭도 그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안보 구상을 기존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확대했기에, 나토 역시 이에 호응하고자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나토 32개국 정상들은 공동선언문에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비판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지난해 생산한 미사일과 탱크, 군용기의 전자부품 90%가 중국에서 조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포탄과 같은 살상무기가 아니라 중국의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출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적 규탄이라기보다는 미국의 대중 전략 기조에 부합한다.
나토의 중국 규탄 계획은 최근 미 의회가 반도체보조금을 받은 한국 기업이 중국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며 공급망 분리를 요구하고 나선 배경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윤, 각종 국정농단 덮고자 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 강행할 수도”
나토 회의가 이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에 대한 비판도 쇄도한다.
청와대 안보실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온 조성렬 교수는 “윤 대통령의 행보로 볼 때, 각종 국정농단 사건들을 덮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전격 발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조 교수는 “(한국)국내법으로도 분쟁 중인 국가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은 엄격히 제한된다”며 “‘분쟁국가에는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역대 한국 정부가 견지해 왔던 방침을 노골적으로 파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역시 지난 7일 사설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과는 구별되는 한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선뜻 약속하고 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정법대학의 한셴둥 교수는 “중국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한·미·일 3각 동맹이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종식과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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