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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내내 부정선거·혐중 음모론 재탕한 윤석열 측, 증거 딴지 걸며 퇴장도

하다 하다 위키백과까지 증거로 제시한 윤 측…국회 측 “파면 결정 신속히 내려야”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직접 의견을 발표할 것은 없으며 대리인단에 일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서울구치소로 복귀했다. 2025.02.18. ⓒ사진공동취재단


18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은 별도 증인신문 없이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증거조사 및 입장을 밝히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국회 측은 국무위원들과 계엄군, 경찰 관계자 등 계엄과 관련된 이들의 조서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차분히 증명해 나간 반면, 윤 대통령 측은 그간 나온 부정선거와 혐중 음모론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뚜렷한 근거 제시도 없이 각종 의혹만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헌재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장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출발해 헌재에 도착했지만, 심판정에는 나오지 않은 채 다시 구치소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오늘 진행할 절차와 내용은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정리해 양측 대리인단이 의견을 설명하는 날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렇다면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발표할 것은 없으며 대리인단에 일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으로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구치소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측은 계엄 관계자들의 조서를 주된 증거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비상계엄을 심의했어야 할 국무회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윤 대통령이 국회를 사실상 해산하고 이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를 만들려고 했으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를 봉쇄하고 정치인 체포 지시까지 이뤄지는 등 탄핵소추 사유의 핵심 쟁점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를 다수 제시했다.

국회 측 김이수 변호사는 “피청구인의 무모한 헌정 파괴 행위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헌법과 법치주의의 준엄함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피청구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므로 피청구인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신속히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채택된 증거인데도 딴지 거는 윤석열 변호인단
문형배 대행, 조목조목 근거 제시하며 일축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2025.2.18 ⓒ사진공동취재단


윤 대통령 측은 이미 채택된 증거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국회 측이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검찰 진술 조서를 제시하려 하자,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가 말을 끊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조 변호사는 앞서 재판관들이 일축한 ‘형사소송법 준용’ 논리를 들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피청구인이 동의하지 않은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주장인데, 헌재는 법상 준용의 범위가 ‘헌법재판의 본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로 제한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쓰는 게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증거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은 이미 4차 기일에 이뤄졌다. 이의신청하는 기간을 놓친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며 “이미 그 점에 대해서 두 차례 이상 재판부 의견을 밝혔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문 대행의 정리로 국회 측의 증거 조사가 이어졌지만, 조 변호사는 자리를 박차고 심판정을 나갔다. 뒤이어 석동현 변호사가 따라나섰다가 돌아오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변론이 시작된 순간부터 증거 채택에 딴지를 걸었다. 탄핵심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검찰 진술과 피의자 신문 조서가 증거로 채택되자,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은 (탄핵심판) 법정에 나와서 증인 신문할 당시 ‘조서에 진술한 대로 기재돼 있었는지’ 등을 물었을 때 답하지 않았다. 그 내용에 대해 곤란하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이 부분 다시 평의를 요청한다”고 반발했다.

문 대행은 “진술 과정이 다 영상으로 녹화돼 있다. 이제까지 전문 법칙을 완화한 증거 중 가장 강력한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채택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행은 “다시 논의를 원한다면 논의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정작 윤 대통령 측은 주어진 2시간의 시간 중 절반 가까운 시간을 부정선거 음모론과 하이브리드전을 주장하는 데 할애했다. 제시된 증거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 삼는 투표지와 중국이 공작을 통해 타국의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언급한 언론 보도 등이 대다수였다. 하이브리드전의 사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이용자 누구나 편집이 가능한 위키백과 등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 측 도태우 변호사는 “선관위는 자체적인 정화 능력이 극도로 의심되고, 입법부는 선관위로부터 수혜를 받는 격이며, 사법부는 언젠가부터 선관위와 한 몸처럼 취급되고, 수사·감사·행정부에 대해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 기관임을 내세워 장벽을 높여왔다”며 “선거관리 시스템이 변함없이 공정하게 작동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정당한 대의기관이 아니라 불의한 세력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들과 연결된 해외 주권 침탈 세력에 의해 국가 주권이 예속돼 이중으로 노예 같은 처지에 떨어지게 된다”는 황당 주장을 이어갔다. 

송진호 변호사도 “국회가 우리나라 국익에는 해롭고 중국에는 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입법 활동과 정책 활동을 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러한 상황을 국민에 알리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한편,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 측의 10차 변론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신청을 불허했다. 다만 변론 시작 시간을 예정보다 1시간 늦춰, 오후 3시부터 증인 신문을 시작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10차 변론기일에는 윤 대통령 측이 주로 요구한 증인인 한덕수 국무총리,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1차장,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전 청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왔는데, 헌재는 조 전 청장을 강제구인 하기 위해 구인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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