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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장 박승춘,‘변종 보수’ 민낯 보여주다

한국적 ‘변종보수’ 회피성 발언 아니면 황당한 궤변으로 일관
 
육근성 | 2013-10-29 10:13:1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대한민국에는 진정한 보수가 없다. 한국적 ‘변종 보수’는 태생적 모순을 안고 출발했다.

한국적 보수의 모순과 기형

보수라고 자처하는 이들은 이승만 정권을 보수의 시발점이라고 말한다. 이것부터 모순이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했지만 지키고 보존해야할 회고적 가치가 아니라 장차 만들어 나가고 추구해야할 미래적 가치였기 때문이다. 당시 자유민주주의는 형성되지 않은 낯선 이념이었다.

보수(保守)할 것 없는 보수세력은 모순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승만 이후 보수를 자처했던 세력들은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면서 권위주의를 실천해고, 국가와 경제개발을 빌미삼아 민주주의를 억압했으며, 냉전과 반공을 자유주의와 동일시하는 과오를 범했다. 한국의 보수는 이런 모순된 토양에서 기형적인 형태로 자라났다.

태생적 모순 때문일 것이다. 이 땅의 보수정권은 엄정한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지켜야할 가치를 고수하는 정통 보수주의와 거리가 멀었다. 한국적 ‘변종 보수’는 산업화와 경제개발의 수행자가 되면서 많은 문제와 비리를 양산하며 정치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양식과 상식을 존중하고 공정과 원칙을 덕목으로 여기는 건강한 보수주의자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적 ‘변종보수’의 민낯 보여준 박승춘

한국적 ‘변종 보수’ ‘가짜 보수’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건이 28일 국회 국감장에서 벌어졌다.

반 유신은 종북이고 6.15남북공동선언은 6.25전쟁보다 더 무서운 사변이며, 야당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한패라는 주장을 담은 DVD 동영상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부처와 시도교육청 등에 대량 배포해 물의를 일으킨 박승춘 보훈처장이 피감기관 증인으로 나왔다.

박 처장은 자체 예산과 모처(국정원으로 추정)로부터 협찬을 받아 DVD와 책자를 제작해 안보교육을 빌미삼아 학생과 교직원 등을 상대로 편향적 사고를 주입시켜 왔다. 각 지역 보훈지청이 해당 교육지원청과 ‘나라사랑교육’ MOU를 체결하는 식으로 일선학교까지 파고들었다.

보훈처가 교재를 제공하고 강사를 알선해주면 교육지청은 대상학교를 선정하고 강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젊은층 우경화 공작은 국방부, 행안부 등의 협조로 예비군과 민방위 교육장에서도 이뤄졌다.

회피성 발언 아니면 궤변으로 일관

박 보훈처장은 문제의 DVD 협찬처가 어디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까지 회피하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불법 선거 개입에 도움을 준 기관이 어디이고 누구로부터 지원을 받았느냐고 다그치자 박 처장은 뜬금없이 개인정보보호법을 들고 나왔다.

누군지 밝히려면 협찬자로부터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협찬자가 밝히기를 원치 않으니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국가가관의 선거 개입 정황과 위법 사실(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 드러난 상황인데도 자료제출 거부의 명분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국감장에서 이런 궤변을 늘어놓은 건 국감 사상 초유의 일이다.

“곤란하다, 밝힐 수 없다... 검토해서... 확인해서”

국감 의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 대해 피감기관 증인인 박 처장은 이런 식으로 답변을 피해 나갔다.

“(협찬처가 어디냐고 추궁하자) 거기에 대해서 말하기 곤란하다.”

“(협찬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검토하겠다고 했지 (요청한 자료를) 제출한다고 답하지 않았다.”

“(편향된 안보교육에 대해 따지자) 확인해서 오후에 답변하겠다... 말하기 곤란하다.”

“(김대중 대통령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 판단도 확인해서 말하겠다.”

“(국정원으로부터 협찬 받았느냐고 묻자) 그것은 제가 밝힐 수 없다.”

냉전적 대치와 극단적 반공을 자유주의-민주주의와 구분하지 못하고 스스로 보수 중의 보수라고 착각하는 군 장성 출신 국가기관장이 국회에 나와 국민이 보는 가운데 ‘변종 보수’ ‘거짓 보수’가 어떤 모습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그가 보여준 ‘변종보수’의 프레임

한국적 ‘변종 보수’는 영혼과 뿌리가 없다. 때문에 원칙도 양식도 흐릿하다. 지켜내야 할 가치와 철학이 박약하다 보니 근시안적 사고를 한다. 자신들에게 적합한 체제유지에 집착할 뿐이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그렇다. 상식과 양식, 진실과 가치보다는 이승만 정권 이후 형성된 ‘변종보수’의 프레임을 추종한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편향된 역사관을 젊은층에게 주입시키는 망동을 일삼으면서도 무엇이 잘못인지 전혀 깨닫지 못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감 의원들의 질문에 피감기관 기관장이 저토록 황당한 언동으로 답변을 회피하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거나 다름없다.

2011년 12월 그가 보훈처장 자격으로 광복회 워크숍에서 강연을 하며 한 말이다. 명백한 대선 개입이다.

“이 정도로 살게 된 것은 다 박정희 대통령 공이니 다가오는 대선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다들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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