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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민보가 아니라 박원순시장이 더 큰 목표

자주민보가 아니라 박원순시장이 더 큰 목표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10/29 [06:00]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이정섭 기자

서울시의 자주민보 등록취소관련 청문회에 참여하기 위해 자주민보 애독자 20여명과 함께 자주민보 이정섭 대표가 서울시청을 찾아갔으나 서울시에서는 청문회가 아니라 이정섭 대표와 서울시청의 관련 직원 3인의 청문을 실시한다며 애독자들은 청문을 방청하지 못한 채 이 대표만 참여하였다.

청문 후 이정섭 대표는 주로 서울시가 왜 자주민보 등록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블루유니온이라는 보수 단체와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등이 자주민보 이창기 전 대표의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을 이유로 자주민보에 발행정지나 폐간 조치를 취하라는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하였고, 그것을 즉각 이행하지 않자 서울시청 앞에서 자주민보를 감싸고 도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종북시장이라는 등의 현수막시위를 여는 등 압박을 가했으며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언론에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서울시에 무지막지한 압박을 가해오자 민원에 답변을 성실히 해야할 의무를 지닌 서울시로서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에 자주민보 폐간 사유가 있는가를 질의하여 사유가 있다는 답변이 와서 결국 자주민보 폐간 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방향을 잡고 그 사전 절차로 청문을 실시하게 되었다.
이번 청문에서 자주민보가 제출한 자료와 이정섭 대표의 답변을 서울시 문화예술과 심의위원들이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자주민보 폐간 심판 청구소송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조만간 그 심의 결과를 통보해 주겠다.”

이것이 서울시청 문화예술과 담당자들 발언의 개요인데 그 안에 담긴 뜻은 결국 자주민보에 대해 서울시에서 어떤 판결을 내리기가 곤란하니 법원에 그 판단을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정섭 대표가 청문장에서 서울시의 행정심판 소송 제기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한 자주민보 의견서(법무법인 정평 김승교 변호사 등이 무료로 작성해 줌)를 제출했지만, 이 의견서의 취지가 받아들여져 서울시청 담당자들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서울시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 확실해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행정소송 제기 사유가 있다는 대답을 서울시에 준 상태에서 서울시가 이를 거부하고 무혐의처분을 한다면 보수진영이 더욱더 서울시를 압박할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시의 태도가 더욱 아쉽다는 것이다.

현 문화체육부는 박근혜 정부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는 정부기관인데 거기에 의견을 묻는 순간 서울시의 길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다.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처리를 할 권한을 가진 서울시가 왜 이에 대해 문화체육부에 의뢰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지방자치시대에 역행하는 처사이며 부당한 일부 보수세력들의 압박에 맥없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선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한발 물러서면 두발 세발 물러서게 되고 종당에서는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만고의 진리를 왜 잊어버렸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만약 자주민보가 행정소송에서 이겨 기각판정을 받는다면 서울시가 종북 공세를 모면하기 위해 죄 없는 언론사를 법정에 세운 것으로 될 것이다. 책임 회피, 지방자치제 정신을 저버렸다는 기록은 영원히 지울 수 없으며, 보수세력의 압력에 굴복하여 서울시가 지키고 육성해가야 할 자기 지역의 언론을 길고 어려운 고난의 법정으로 내쳤다는 사실은 이성이 있는 서울시민들의 가슴에 가시처럼 남아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서울시를 압박한 보수진영의 의도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든다.
개혁진보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른 박원순 시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보수진영이었으니 이런 흠집에 만면 가득 미소를 띄울 것이 자명하다.

특히 오늘도 거의 50여명에 가까운 보수단체 사람들이 총동원 자주민보 기자회견장 옆에서 '서울시장은 반드시 자주민보 폐간시키라'하며 대형 엠프를 동원하여 외쳐댔다.

자주민보 정도의 작은 언론사에 대한 공격을 목적으로 했다기에는 너무 큰 움직임이다.

훗날 만약 대선 토론이라도 열리는 날엔 보수진영 후보는 이 문제로 지방자치제 정신을 저버리고 언론자유를 억압한 시장이라는 공격을 가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과연 있을까.
 
▲ ©이정섭 기자

그렇다고 이 문제의 본질이 서울시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자주민보에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종북시장이라는 억지 논리를 만들어 서울시를 아주 야비하게 궁지로 몰아간 보수진영에 1차적이고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블루유니온과 어버이연합 등 보수세력들의 자주민보 관련 서울 시청 기자회견에서 나온 연사들은 “자주민보 폐간은 시작일 뿐이다. 자주민보를 깨끗이 폐간시키고 차례차례 하나 하나 모조리 청소해버리겠다. 다시는 진보 언론이 이 땅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고 핏대가 붉어진 목으로 소리 높이 외쳤다.

어쩌면 이런 반민주적이고 독재적인 무지막지한 주장을 백주대낮 서울 한 복판 시청 앞에서 할 수 있는지 가슴이 아팠다.

블루유니온 권유미 대표를 만나 인사도 나누고 대화도 잠시 해보았는데 대화도 잘 되고 예의도 있어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진보-보수 진영사이의 오해와 갈등을 풀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마이크를 잡자 그렇게 돌변했다.

어쨌든 보수단체의 민원과 고발, 그리고 압박 시위, 그 후 이어지는 경찰 검찰의 수사, 이를 대대적으로 보수언론들이 보도하여 종북 조직, 종북 언론이란 멍에가 들씌워져 고난의 길로 내몰리는 공식과 같은 보수세력의 굿판은 앞으로도 더욱 더 현란한 춤사위를 보여줄 것이 확실해보인다.

이 굿판의 제물이 어찌 진보진영만이겠는가. 어쩌면 개혁진영의 와해, 나아가 진보 개혁진영의 갈등이 정작 제상에 올리려는 제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용한 무당도 끝도 없이 춤을 출 수는 없다. 제 춤에 취해 계속 뛰다간 심장마비에 걸리기 십상이다. 부디 이성을 차리기 바란다.


이제 자주민보는 본격적인 폐간 저지를 위한 법정 투쟁준비에 돌입했다. 청문 직후 변호사 정식 선임하고 편집위원과 자문위원이 모여 확대 대책회를 진행했다.

하여 자주민보폐간저지범국민대책위를 더욱 확대 강화하고 실질적인 언론자유수호, 공안탄압분쇄를 위해 투쟁에 나설 것이며 공안탄압을 받고 있는 제 단체들과 연대의 끈도 더욱 튼튼히 엮어 애독자, 지지자들과 더욱 더 굳게 뭉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갈 것이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하지 않는가. 어찌 되었건 오늘도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등 3대 통신사에서 취재를 해갔다. 살다보니 이런 큰 언론사의 집중 취재도 받아보게 되었다. 작은 언론사이기에 자주민보가 회자되는 거야 나쁠 게 없다. 사실 자주민보는 위기와 역경에 익숙하다. 의연히 헤쳐나갈 것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 청문이 열린 28일 보수단체가 서울시장에게 가하는 자주민보 폐간 압박 시위
이들의 그간 시위 장소와 발언을 종합해보면 공격의 촛점은 자주민보가 아닌 서울시장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 참 썬글라스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정섭 기자
▲ 블루유니온 권유미 대표 ©이정섭 기자
▲ ©이정섭 기자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한 자주민보폐간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 ©이정섭 기자
▲ ©이정섭 기자
▲ 권오헌 공동대표 ©이정섭 기자
▲ ©이정섭 기자
▲ 자주민보폐간저지 범국민 대책위가 주최한 기자회견 참가자들 ©이정섭 기자
▲ 결의문 낭독하는 범국민대책위원회 청년 ©이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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