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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정신 번쩍 차리게 해달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10/30 09:57
  • 수정일
    2013/10/30 09: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저와 서청원 후보 '거시기'한 사이입니다"

[현장르포] '총력전' 화성갑 보궐선거 D-1, 역전극 가능할까?

13.10.29 22:03l최종 업데이트 13.10.30 08:18l
남소연(newmoon) 선대식(sundaisik) 이경태(sneer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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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보궐선거 화성갑에 출마한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오일용 민주당 후보가 26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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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재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 남·울릉 등 단 두 곳에서 열리는 '초미니' 선거지만 관심은 높다. '친박(친박근혜) 원로'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가 출격한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결과에 향후 정국 주도권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여권 성향이 짙은 곳인 만큼 서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예측됐지만 국가정보원·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야권의 추격도 빨라졌다. 서 후보는 29일 하루 '압도적 승리'를 호소하며 마지막 유세를 벌였고, 오일용 민주당 의원은 '심판론'을 강조하며 뒤집기를 시도했다.

또 다른 야당후보인 홍성규 통합진보당 후보도 자신이 '화성토박이'임을 강조하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앞세운 새누리]"서청원씨, 나랑 한 번 사진 찍어~"

"안녕하세요~ 박근혜입니다. 저와 서청원 후보는 '거시기'한 사이입니다. 화성 발전을 위해 많이 도와주실 거죠?"

29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농협하나로마트 앞, 뜬금없이 박 대통령의 목소리가 10.30 화성갑 보궐선거 유세현장에 등장했다. 개그맨 최병서씨가 자신의 특기인 성대모사를 이용, 청와대의 박 대통령을 화성갑 선거현장에 '호출'시킨 셈이다. 최씨 옆에는 가수 진미령·이자연씨, 탤런트 노주현씨 등도 함께 서 있었다.

효과는 컸다.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 유세차 주변에 몰려든 100여 명의 지지자들은 최씨의 성대모사 릴레이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대다수 사람들이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붉은색 계통의 옷을 입었거나 정장을 입고 있었다. 유세차 전면에는 지난해 대선 당시 박 대통령으로부터 선대위 고문 임명장을 받는 서 후보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붙어 있었다. 최씨의 성대모사나 사진 모두 '친박 원로' 서 후보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었다.

'친박' 타이틀은 '힘 있는 후보'로 풀이되고 있었다. 서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현역 최다선인 '7선 의원'이 되는 점도 마찬가지였다. 서 후보는 이 점을 이용, "화성 발전을 10년 앞당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수원 호매실까지 연장이 확정된 신분당선을 화성 봉담·향남까지 더 연장시키는 공약이나, 명문고등학교를 2, 3곳 유치하겠다는 공약 등이 이와 관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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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보궐선거 화성갑에 출마한 서청원 새누리당 후보가 2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남양시장에서 상인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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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후보론'은 노·장년층에서 확실히 먹혔다. 향남읍 홈플러스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아무개(50)씨는 "아무리 정치인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선거후보가 나오면 딱 누굴 찍을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32년째 이곳에서 살면서 자식들 대학 보내고 했는데 화성이 아직 주변에 비해 발전을 못한 건 사실이다"며 "아무래도 힘 있는 사람이 낫지 않겠나"라고 했다.

서 후보가 배식봉사를 위해 이날 오전 찾은 남부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화성 토박이'라고 말한 박아무개(78)씨는 "서청원씨, 나랑 한 번 (사진) 찍어"라고 서 후보를 끌어당겼다. 서 후보는 그와 함께 웃으면서 사진을 찍은 뒤, 예정된 배식봉사 장소로 이동했다. 배식을 기다리며 줄 서 있던 다른 이들도 간간히 서 후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올리거나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서 후보를 수행하던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을 껴안으며 반가움을 표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 같은 분위기 밑에는 야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몫 하고 있었다. 복지관의 커피코너에서 일하고 있던 이아무개(72)씨는 "여기에 왜 민주당이나 (통합)진보당이 오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그는 "6.25를 경험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안 변하거든"이라며 "요전에 김수미씨랑 민주당 후보도 여기 왔는데 한 할아버지가 빨갱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귀띔했다.

발안삼거리 바다마트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오아무개(53)씨는 대뜸 민주당 소속 화성시장을 향해 욕부터 했다. 화성시가 추진한 '브랜드 통합 콜택시' 사업 때문에 기존의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불만이었다. 그는 "이번에 서청원씨가 꼭 돼야 한다, 안 그래도 이번에 서청원씨 사무실에 가서 콜택시 사업 얘기를 단단히 하고 왔다"며 "아들 녀석한테도 투표 꼭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4살 된 아들을 데리고 서 후보의 유세현장을 지나가던 유지혜(37)씨는 "서 후보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정치인은 다 비슷한 것 아니냐"면서도 "국정원 얘기를 듣고 하면 새누리당에 표를 주면 안 되겠다 싶다"고 했다.

"초선 국회의원은 신분당선 연장 못해... 힘 있는 7선 국회의원 만들어달라"

투표를 하루 앞둔 마지막 유세현장에서도 '힘 있는 후보론'은 계속됐다.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그동안 왜 화성이 발전 못하느냐 봤더니 모두 초선 밖에 당선되지 않았다"며 "18대 김성회 전 의원이 한 번, 19대 고희선 전 의원은 두 번 됐지만 재임기간이 2년 밖에 안 된다, 초선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집권여당의 후보인 점도 부각시켰다. 남 의원은 "지난 일요일(27일) 화성갑 보궐선거 유세에 국회의원만 25명 왔다, 서 후보의 공약은 개인공약이 아니라 새누리당 전체의 공약이다"고 말했다. 또 자신과 함께 온 새누리당 이재영·이우현·김종훈 의원 등을 소개하며 "국정감사 중인데도 의원들이 질의순서를 바꾸거나 질의를 하지 못한 채 이곳에 왔노라"고 강조했다.

서 후보는 "6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한민국 어느 곳에도 땅 한 평 없이 깨끗하게 살아왔다"면서 '차떼기·공천헌금' 사건으로 생긴 '비리정치인' 낙인을 전면 부정했다. 오히려 자신의 관록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기둥'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등에 대한 야당 공세에 대해서도 "이제 거리의 정치는 끝났다"면서 일축했다. 그는 "(지금은) 군사정권시대도 아니다"며 "대화의 정치를 정착시키고 박근혜 정부의 울타리와 기둥 역할을 해서 국정을 수행하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걸어갈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또 "(신분당선 연장 공약을) 당장 내년부터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서 후보 캠프 관계자는 "(국정원 등) 중앙 이슈가 이곳까지 미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곳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65%에 달하는 곳"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이어, "신분당선 연장 공약이 확실히 반응이 있다, 다른 후보들도 같은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쪽보다는 (여당 후보인)우리에게 더 신뢰가 가지 않겠나"면서 "투표율이 얼마나 나올지가 관건이지만 최대 20% 포인트 정도 득표율이 차이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앞세운 민주]"박근혜 정부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달라"

29일 오후 민주당 오일용 후보와 문재인 의원이 봉담읍 수원대 앞 한 술집에 들어서자, "우와", "꺅"하는 환호성이 일었다. 대학생들은 문재인 의원에게 달려들어 같이 사진을 찍자며 포즈를 취했다. 문 후보가 "내일 오일용 후보에게 투표해달라"면서 오 후보를 소개하자, 학생들은 "꼭 투표하겠습니다", "오일용! 오일용!"을 외쳤다.

보궐선거 D-1, '역전극'을 꿈꾸는 오 후보의 마지막 작전은 '문재인 대타 작전'이었다. 오 후보의 약점인 낮은 인지도를 전 대선후보인 문재인 의원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의원의 등장은 또한 서청원 후보의 '친박 원로' 주장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국가기관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문 의원의 등장은 시민들에게 지난 대선을 상기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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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10.30 보궐선거를 앞두고 26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남양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오일용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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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후보는 이날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정원, 국방부, 보훈처 등 국가 권력기관의 대통령선거 불법 개입과 이를 규명하려는 진실을 은폐·축소하려는 시도까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는 바람 앞에 놓인 촛불과 같다"면서 "특히, 화성의 보통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자 화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 비율이 높은 향남읍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40대 중반의 김아무개씨는 "국가정보원이나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느냐,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이런 태도를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이날 젊은 세대를 집중 공략했다. 오 후보 쪽은 야당세가 강한 신도시 지역의 표심을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막판 뒤집기'가 직결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창호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현재 지지율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숨어 있는 표들이 투표장에 나오면 골든크로스가 나오면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후보가 김한길 대표와 함께 우정읍 기아차 공장을 찾은 이 같은 이유다. 두 사람과 김진표·홍영표·김관영 의원은 오후 3시 50분 기아차 오전 근무조 퇴근 시간에 맞춰 기차 공장 앞에 섰다. 문이 열리기 직전, 오 후보는 뛰어다니며 퇴근버스 운전기사에게 악수를 청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이어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수천 명의 기아차 직원들이 문밖으로 나오자, 오 후보와 김 대표는 직원들을 향해 일일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무심한 표정의 퇴근 물결 속에서 두 사람에게 악수를 청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오 후보와 김 대표는 이어 향남읍으로 향했다. 김한길 대표가 먼저 시민들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기죽지 않고 열심히 한 오 후보에게 투표해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화성갑 선거구는 새누리당의 아성이다, 이런 지역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오면 박근혜 정부가 정신을 번쩍 차려서 뭔가 새롭게 다시 시작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유권자 여러분이 박근혜 정부에게 약이 되는 실패를 안겨주시면, 나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리 정치인이 우리지역 국회의원?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이날 오 후보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과 함께 서청원 후보의 비리 전략을 집중 부각시켰다. 오일용 후보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주민들 만날수록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많은 시민들은 비리 정치인이 화성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다는 상황에 뿔났다, 지역주민과 함께해온 지역일꾼이 화성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일용 캠프는 이날 서청원 후보가 공천헌금에 대해 거짓 해명했다며 서 후보를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서청원 후보가 공천헌금과 관련해 자신의 선거공보물에 '단 한 푼도 자신을 위해 쓰지 않았다'고 게시했지만, 당시 공천헌금 재판 판결문에는 서 후보가 공천헌금을 선거비용으로 썼다는 내용이 적시됐다는 것이다.

도시지역의 젊은 세대들은 서청원 후보의 비리 전력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40대 중반의 양승구씨는 "화성이 야당의 텃밭이라고 하지만 젊은 세대라 많이 유입됐다"면서 "비리 정치인을 싫어하는 젊은 세대들이 투표장을 많이 찾을 경우, 예상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전 투표를 했다는 그는 "주변에서 이번 선거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다, 투표율이 너무 낮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힘 있는 후보론'에 대해서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만 보더라도 선거 때 한 약속이 모두 휴짓조각이 되지 않았느냐"면서 "서청원 후보가 내건 지하철 연장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봉담읍에서 만난 한 지역신문 기자 역시 "많은 시민들은 서청원 후보의 지하철 연장이나 USKR(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 리조트) 사업 예산 확보와 같은 공약을 반가워하면서도 실현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60대 어르신들 중에서도 서청원 후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향남읍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박각준(61)씨는 "비리와 구태로 상징되는 새누리당의 노회한 정치인이 화성의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고 얘기한다"면서 "야당 지지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심판' 진보당] "유신부활 국정원정치 심판할 유일한 노동자 후보"

선거를 이틀 앞두고 '48시간 쉼 없는 선거운동'을 선언한 홍성규 통합진보당 후보도 29일 새벽 1시20분께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홍 후보는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노동자들과 새벽에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어려운 사정은 비슷한 처지에 있거나 있어 본 사람이 헤아릴 수 있다"며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박근혜 정권에 맞서 노동자와 연대할 홍성규를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 후보는 이날 남양 현대자동차연구소, 종합경기타운, 팔탄의용소방대, 남양동 상가 일대 등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홍 후보는 특히 본인이 "유신부활 국정원정치 심판할 유일한 노동자 출신 후보"임을 강조했다.

홍 후보는 "국정원 등 국가권력과 언론이 지난 2개월 동안 내란조작 사건으로 진보당에 대해 각종 음해와 왜곡으로 거의 도배질을 했음에도, 화성시민들은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보시고 진보당과 제 손을 기꺼이 잡아주셨다"며 "이번 선거운동기간을 통해 진보당을 향한 박근혜 정권의 음흉한 정치공작은 이미 파탄 났다는 것이 내일 결과로 입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진보당은 화성시민들을 믿고 민주주의를 사수하고 서민생활을 지키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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