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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갈 쏘여도 끄떡없는 사막 쥐, 새 진통제 개발 열까

전갈 쏘여도 끄떡없는 사막 쥐, 새 진통제 개발 열까

 
조홍섭 2013. 10. 28
조회수 14053추천수 0
 

통증 전달 통로 차단하도록 진화, 전갈에 쏘여도 몇 초 문지르면 끝

사막의 드문 먹이 전갈 사냥 위한 선택…뺨 뻣뻣해지지 않는 치과 진통제 나올까

 

m1.jpg » 독침이 달린 꼬리를 들고 경고하는 전갈을 공격하려는 남방메뚜기쥐. 사진=매튜, 애쉴리 로

 

통증은 난로에 닿은 손을 재빨리 떼어내도록 한다. 우리 몸에 손상이 일어난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감각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통증의 진화가 광범하게 일어난 것은 이 반응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당연히 통증을 이용하려는 동물도 있다.
 

자신을 해치려는 포식자에게 주입하는 독이 꼭 그 포식자의 조직을 파괴할 필요는 없다. 강력한 통증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상대가 멍해 있는 틈을 타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일시적이지만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동물들로는 해파리, 개미, 말벌, 거미, 전갈, 오리너구리, 쏨뱅이 등이 있다.
 

물론 독침에 대항해 고통을 둔화시키는 쪽으로 적응할 가능성도 있지만, 뜨거운 난로에 손을 오래 대는 것처럼 자칫 닥친 위험에 둔감해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예상과 달리 고통을 둔화시키는 쪽으로 적응한 드문 사례가 발견됐다. 애쉴리 로 미국 텍사스 대학 오스틴 캠퍼스 진화 신경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사막에 사는 쥐가 맹독성 전갈의 침을 이런 방식으로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m2.jpg » 독침에 쏘이면서 물어죽인 전갈을 바라보고 있는 남방메뚜기쥐. 사진=매튜, 애쉴리 로

 

m3.jpg » 전갈을 맛있게 먹고 있는 남방메뚜기쥐. 날카로운 전갈의 독침이 덧없어 보인다. 사진=매튜, 애쉴리 로

 

북아메리카 남부에 서식하는 남방메뚜기쥐는 매우 거칠어 메뚜기 등 곤충과 거미는 물론이고 다른 쥐와, 먹을 게 없으면 동족 쥐까지도 잡아먹는다. 이 쥐는 특히 사막에 사는 전갈을 즐겨 잡아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앙아메리카가 주 서식지인 사막 전갈은 길이가 11㎝에 이르며 강한 독성을 지닌 침이 위협적이다. 이 전갈에 쏘이면 일반적으로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그런 고통이 여러 시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쥐는 전갈을 만나면 쏘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쏘이더라도 몇 초 동안 상처 부위를 쓰다듬은 뒤 공격에 나서 잡아먹는다.

 

 

연구진은 이 쥐에는 중추신경으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에 특별한 아미노산이 있어, 이것이 전갈 독의 펩티드와 결합해 통로의 흐름을 차단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처럼 자신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통증 차단을 적응시킨 까닭에 대해 연구 책임자인 로는 “메뚜기쥐가 사막 전갈에 대한 내성을 진화시킨 것은 쥐의 서식지인 애리조나 사막에 풍부한 전갈을 잡아먹기 위해서였다. 먹잇감이 희박한 이 생태계에서 전갈은 정말로 가치있는 먹이 자원이다.”라고 <사이언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쥐는 통상 다른 종류의 통증은 잘 느끼지만, 전갈 독에 노출되었을 때 일시적으로 통증 감각이 모두 사라진다고 로는 밝혔다. 메뚜기쥐가 이처럼 통증을 전달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능력을 잘 응용하면 선택적이고 비의존적인 새로운 차원의 진통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로는 말한다.
 

메뚜기쥐의 방식을 응용해 원하는 통증만 사라지고 다른 감각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진통제가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치과에서 고통을 줄이기 위해 마취주사를 맞은 잇몸 주변 뺨이 한동안 뻣뻣해지는 불편이 사라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shlee H. Rowe et. al.,Voltage-Gated Sodium Channel in Grasshopper Mice Defends Against Bark Scorpion Toxin, Science 25 October 2013: Vol. 342 no. 6157 pp. 441-446 DOI: 10.1126/science.1236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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