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인 줄 알았는데…케이(K)-뚝배기의 반전
“국내산 뚝배기 아니면 전자레인지에서 다 터져요. 원료 자체가 달라요.”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서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을 운영하는 강석칠(72) 대표를 만났다. 강씨는 5년 남짓 다이소에 뚝배기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 2월 유튜브에 ‘5000원짜리 다이소 뚝배기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이라는 홍보 영상을 올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5000원이라 중국산인 줄 알았는데 신뢰도 올라간다’, ‘들인 노력 대비 진짜 저렴하다’ 등의 댓글이 무더기로 달렸다.
이날 강씨는 뚝배기 품질을 높이려면 국내산 원료로 만든 내열토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업체 뚝배기는 보령산 머드를 원재료로 하는 내열토로 만든 덕택에 강한 열에도 잘 버틴다. 인공합성물질 등이 포함된 제품은 조금만 열을 가해도 쉽게 깨져버린다. 중국 등 국외 업체도 한국 원재료를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약 300평(1평=3.3㎡) 규모의 공장에는 강 대표를 포함해 모두 5명이 뚝배기 제조 공정을 맡고 있었다. 강 대표는 “흔히 다른 생활·주방용품들처럼 뚝배기도 자동 생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공정마다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점토를 반죽하며 기포를 제거하는 토련 과정부터 뚝배기 모양을 잡는 정형, 건조된 뚝배기 표면에 보령 머드가 함유된 유약을 묻히는 시유 작업까지 모두 사람 손을 거쳤다. 1250도 가마에서 약 16시간을 굽고 난 뒤 마지막 불량품 검수 작업까지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일 정도로, 하루에 약 1000개의 뚝배기를 생산한다.
현재 보령세라믹의 전체 생산량 가운데 다이소 납품 비중은 70%에 이른다. ‘다이소 유튜브 영상 덕에 이익이 많이 늘었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란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다이소에선 판매가격을 5000원에 묶어두고 있어 매년 마진(이익률)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5000원 중 제조업체에 떨어지는 건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인건비 등 고정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다이소 납품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건 다른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전에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꼴로 다른 유통업체 쪽에서 주문이 들어왔지만, 요즘엔 3개월에 한 번꼴로 주문이 들어온다. 경기 불황 탓에 음식점 폐업도 많아졌고, 다이소 같은 대형 유통업체를 제외한 중소 유통업체들 사정 역시 열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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