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오른쪽)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4월 4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잡히면서, 자칫 '장기미제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헌법재판소의 '기능 마비' 우려는 여전하다.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두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 8인 불완전체도 모자라 6인 체제가 되기 때문이다. 만장일치가 아니면 아예 선고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위헌적으로 미루고 있는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면 그나마 7인 체제가 되지만, 그래도 헌법재판관 9인으로부터 판단을 받을 권리가 박탈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여야는 모두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임기를 연장하는 법안(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서 통과시켰다. 같은 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2명이 퇴임하면) 6명으로는 헌법재판소 운영을 못한다"며 "대행이 2명을 임명하는 게 헌재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당은 서로 상대방의 해법을 "위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을까?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안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살펴보면, 누가 위헌인가에 대한 학계의 결론은 어느정도 나와있다.
[권한대행,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할 수 있나]
"대통령 직무는 민주적 정당성 강하게 요구…국회와 협의해야"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또는 대법원장 몫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과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헌법학계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현상유지로만 볼지 넓게 인정할지를 두고 견해가 나뉘긴 하지만, '권한대행자의 직무범위는 대통령의 직무범위와 결코 같을 수는 없다'는 합의가 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지만, 국무위원이 맡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 정당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박진우 가천대학교 교수는 2014년 논문에서 아예 "행정부가 아닌 다른 부(府)소속 헌법기관의 임명권은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대통령의 권한은 민주적 정당성을 기초로 해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장, 대법원장,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단 대통령의 임명권이 형식적인 권한에 불과한 국회와 대법원장 몫 재판관만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헌재 결정과 같은 취지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권한대행 자체를 일종의 '겸직'으로 규정한다. 그는 2021년 논문에서 "새로운 공직을 떠맡은 것처럼 '대통령 권한대행 ○○○'로 명패를 새로이 제작하거나 부서(副署) 등의 국정행위에 있어서 위와 같이 표기하는 것은 마땅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으로는 '참칭(僭稱)'의 문제로까지 불거진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헌재 의결에 필요한 재판관 정족수 7인이 모자란다면 예외적으로 추천 또는 선출주체와 무관하게 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한 총리가 마 후보자만 임명하면 7인 체제가 되는 현 상황은 '예외'로 보기 어렵다.
양정윤 박사는 2017년 논문에서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고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그 대행기간은 60일을 넘지 못한다"며 "이는 대통령의 직무가 민주적 정당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서"라고 풀이했다. 따라서 직무정지 같은 '사고'의 경우 대통령 대행의 권한범위는 더 줄어든다. 양 연구원은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등도 국가와 국민을 대표함으로써 부여받은 권한인 만큼 권한대행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으며, 정 필요하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협의 하에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 총리가 국민의힘 동의만 얻어 대통령 몫 재판관 2명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위헌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헌재가 4월 4일 윤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다면 그날로부터 60일 내에 새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더욱 더 문제된다.
[6년 채운 재판관 임기, 임시연장할 수 있나]
"공익적 근거 존재하는지로 가늠… '반드시 위헌'이라 할 수 없어"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3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이 추진 중인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 임명 전까지는 직무를 계속한다는 일종의 임시연장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헌법재판소를 민주당 하부기관으로 운영하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유상범 의원)", "명백한 위헌, 헌법 유린(권성동 원내대표)"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논거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라고 정한 헌법 112조 1항이다.
그런데 김선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017년 보고서에서 "헌법상 임기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견해는 이를 위헌이라고 본다"면서도 "위헌까지는 아니고 융통성 있게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은 헌법에 재판관의 임기를 정해놨지만 후임자 임명 전까지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재판소법에 규정을 뒀다.
법사위 1소위 위원장으로서 법안을 통과시킨 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퇴임 재판관의 임기 임시연장은)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측면의 법안"이라며 "긴급성, 중대성의 관점에서 더더욱 헌법 위반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재판관 공석사태는 있어선 안 된다는 일반론적인 관점에서도 법이 필요하다"며 "헌법에도 (재판관은) 연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기존 재판관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법률 규정을 둔다 한들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잊을 만하면 재판관 공석으로 인한 헌재 기능 마비가 반복됐기 때문에 학계도 비슷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손인혁 연세대 교수는 2024년 9월 논문에서 "후임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퇴임 재판관에게 계속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위헌이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임기제를 전제로 헌재의 기능을 보장·보완하는 취지이므로 헌재의 조직 및 구성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사례에 비춰볼 때 이 조항이 정치권에서 재판관 임명에 합의하도록 강제하는 역할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황희 성균관대 교수는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탄핵심판 중간에 재판관 공석이 생기면 충원이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논문에서 임기 만료 재판관의 일시적 직무 수행을 그 해법 중 하나로 꼽으며 ▲ '재판관 9인에 의한 재판'이라는 원칙을 유지하고 ▲임기제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만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헌법재판소법에 정년제가 규정된 만큼 "재판관 임기의 가감은 충분한 공익적 근거가 존재하는가에 따라 위헌 여부가 가늠되는 문제이지, 일체의 정당화 사유에 대한 고려 없이 반드시 위헌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한편 민주당은 마은혁 후보자 불임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후보자는 7일 내에 임명해야 하며 이 날짜를 넘기면 자동 임명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이 따로 8명씩 재판관을 선출하는 독일은 더욱 강력한 제도로 임명 지연을 방지하고 있다. 한 헌법기관이 일정 기간 내에 신임 재판관을 뽑지 않으면 다른 헌법기관에 그 몫을 넘기는 '대체선출(Ersatzwahl)' 제도다. 독일은 또 이처럼 헌재 구성을 다루는 조항들을 지난해 12월 기본법(헌법)으로 옮겨 헌재의 안정성을 더욱 공고화했다.
- 헌법재판연구원(2025), 세계헌법재판 조사연구보고서
- 손인혁(2024), 신속한 헌법재판을 위한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재판부 구성 및 운영을 중심으로
- 이종수(2021), 직무대행의 기원, 대행자의 지위 및 권한 범위에 관한 소고 : 대통령직을 중심으로
- 이황희(2020), 탄핵심판의 측면에서 본 현행 재판관 제도의 문제점과 해법
- 김선화(2017), 헌법재판관 공백에 관한 해외입법례와 입법개선방안
- 송기춘(2017), 대통령의 사고 또는 궐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헌법적 쟁점들에 관하여
- 양정윤(2017),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권한행사범위
- 박진우(2014), 헌법기관의 권한대행에 관한 연구-대통령권한대행을 중심으로
- 김선화(2012), 헌법재판관 공백방지를 위한 입법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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