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건희 뿐인가, 최상목 심우정 한덕수…
그러나 윤석열은 결코 단독범이 아니다. 윤석열을 닮은 제2, 제3의 윤석열이 너무도 많다. 김건희만이 아니다. 우선, 최상목은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자리(경제부총리)에 앉아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즉 한국 경제가 나빠질수록 이득을 보는 미국 국채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3월 27일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에 따르면, 최상목은 환율이 급등하던 2024년에 ‘30년 만기 미국 국채’에 2억 원가량 투자했다. 나라살림 책임자가 나라가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사적인 돈벌이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 이게 무슨 짓인가? ‘언어도단’ 아닌 ‘경제도단’이라 해야 할까? 한편, 최상목은 2024년에 국가부채가 146조나 불어나 무려 2586조 원이 되었는데도, ‘펑크’난 살림과 ‘미래 세대’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없이 “국가 총부채비율이 7년만에 감소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이게 말인가, 방군가? ‘언어도단’이나 ‘경제도단’을 넘어, ‘영혼도단’ 수준이다.
검찰총장 심우정 역시 3월 8일 ‘내란 수괴’ 윤석열의 탈옥 직후 법원에 ‘즉시 항고’하지 않음으로써 내란 수괴가 맘대로 다니게 협조했다. 대전지검 임은정 부장검사가 “심우정 총장과 김주현 민정수석(대통령실)은 확실한 상명하복의 관계이기 때문에 심우정 총장이 김주현 민정수석한테 대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논리상 어쩔 수 없이 (즉시 항고를) 하는 척이라도” 할 것이라 확실히 생각했는데, 확신했던 바가 틀려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했을 정도다. 이제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석열과 내란 공범임이 확실시됐다. 오죽하면 임 검사는 “검찰 장례식”을 치르는 기분이라 했을까? 한편, 심우정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검찰의 수장인데, 그 딸이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크다. 무엇보다 심 총장 딸은 서류전형 3등이었는데 면접에서 1등으로 합격했다. 반면, 서류 1등이었던 다른 지원자는 면접에서 3등이 되는 바람에 탈락했다. 윤석열이 그토록 강조하던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가고, 검찰총장마저 ‘공정도단’에 앞장서다니!
한덕수는 어떤가? 그는 ‘대통령 권한 대행’임에도 스스로 ‘대통령’이 된 듯 착각한다. 그는 4월 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미국이 57개국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고율의 상호관세 발효 하루 전이었다. 국무총리실 발표로는 한 대행이 약 28분간 통화했는데, 한·미 동맹 강화, 무역균형 등 경제협력, 북핵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통화 직후 자신의 SNS에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과 훌륭한 통화를 했다”며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한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의 최상급 협상팀이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고, 상황(‘원스톱 쇼핑’) 은 매우 긍정적”이라 했다. 그럴 듯한 말의 성찬을 그만두고 골자만 추리면, ‘한국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미 그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다.
‘내란당’에서 쏟아져 나온 후안무치 대통령 후보들
그 와중에 ‘내란당’인 국힘당에서 어찌 그리도 많은 대선 후보들이 나올 수 있는가? 그동안 참느라고 허덜시리 ‘욕 봤다!’ 그러나 그 잘 난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내란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거나 ‘진지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 하기야 그런 걸 안다면 아직도 ‘내란당’을 해체하지 않고 버티겠는가? ‘언어도단’을 넘어 ‘후안무치(厚顔無恥)’ 내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경지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범죄자가 범죄를 자백하거나 인정하지 않기 위해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듯 처신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로, 이인증(離人症, Depersonalization)이라 한다. 우리에겐 ‘유체이탈’ 화법이 더 익숙하다. 이미 박근혜 시절에 많이 경험한 덕분! 이인증 내지 이인화란 자신이 신체와 심리로부터 분리되어 있거나, 또는 스스로 자신에 대한 관찰자가 되는 듯한 증상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4·16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을 때다. 유가족들이 국가의 책임을 외치며 ‘단식 투쟁’에 나섰다. 그 해 8월, 로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깊이 위로했다. 반면, 박근혜는 ‘남의 일’처럼 구경만 했다. 그러고선 교황과 독대했을 때 박근혜는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데 감사드립니다”라 했다. ‘언어도단’이자 ‘정치도단’이었다.
‘광기’ 극복 위한 인간적, 민주적, 생태적 연대 절실한 시점
이바라기 노리코는 만년에 조선말을 독학했다. 이어 노리코는 윤동주(1917~1945) 등 조선 시인들을 일본 독자들에게 적극 알렸다. 당시 일본 사회의 급격한 우경화도 개탄했다. 편협한 민족과 국가의 분단선을 넘어 인간적, 민주적, 생태적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연대가 공고히 형성될 때 비로소 우리는 언어도단, 정치도단, 헌법도단의 ‘광기’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노리코가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내게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순수한 눈짓만을 남기고 다들 떠나버렸다”며 서글퍼하던 그런 시간들을 더 이상 겪지 않을 수 있으리!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내란 세력에서 보듯 “거수경례밖에 모르”거나 ‘성공과 출세’ 욕망에 사로잡힌, 짐승 같은 자들이 우글대는 세상에 산다.
1999년 이바라기 노리코는 73살의 나이에 <기대지 말고>란 시집을 출간했다. 당시는 일본에서 ‘히노마루(일장기)·기미가요(국가)’의 법제화가 강행되고 있었다. ‘기대지 말고’라는 시는 이런 속마음을 얘기한다. “더 이상 야합하는 사상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야합하는 종교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야합하는 학문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어떤 권위에도 기대고 싶지 않다/ 오래 살면서 마음속 깊이 배운 건 이 정도/ 네 눈 귀 내 두 다리만으로 선들/ 무슨 불편 있으랴/ 기댄다고 한다면 그저/ 의자 등받이뿐.”
2006년 2월 어느 날, 서경식은 이바라기 노리코의 편지를 받았다. “이번에 나는 2006년 2월 17일, 지주막하출혈로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생전에 써 둔 것입니다.”
과연 “폐허에 내리비치는 빛”과 같은 시, 편지, 삶이다. 쇼와나 윤석열 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말과 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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