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1대 대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그가 28일 첫 일정으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자 다수 언론이 '파격 행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 후보의 '통합 대통령'을 향한 발걸음은 이미 3년 전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이 후보는 이번엔 아예 순서를 바꿔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취재진의 물음에 이런 답변을 내놨다.
"정치는 현실이고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 정치의 가장 큰 몫이다. 가급적 지나간 얘기, 이념이나 진영 등은 잠깐 곁으로 미뤄두면 어떨까. 저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 생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민 학살이라든지, 민주주의 파괴라든지, 장기독재라든지 이런 어두운 면이 분명히 있다. 또 한편으로 보면 근대화의 공도 있고, 음지만큼 양지가 있다. 다 묻어두자는 얘기가 아니다. 공과는 공과대로 평가하되 당장 급한 건 국민통합이다. (…) 대한민국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제, 안보, 안전 등 모든 문제에서 위기이기 때문에 국민의 힘을 최대한 하나로 모아야 한다. 통합의 필요성과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물론 내란 세력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는 욕망을 위한 헌정질서 파괴이자 최악의 내란 행위"라며 "지금 가장 큰 과제는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좌우나 진보·보수가 있을 수 없다. 헌정 파괴 세력을 징치(懲治)하는 것뿐 아니라 정상적 민주공화정을 회복하는 데 공감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해야 한다. 그게 국민이 바라는 바"라고 확신했다. 또 "앞으로 가면서 오른쪽 길로 갈지 왼쪽 길로 갈지는 일단 (추후에 살피더라도) 뒤로 가는 세력의 시도를 막는 게 우선"이라며 "거꾸로, 퇴행적으로, 반대로 길을 가는 사람들은 막아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이번 현충원 방문이 3년 전과 달랐던 건 전직 대통령들에 이어 박태준 전 총리의 묘역까지 참배했다는 점이다. 포항제철(포스코) 회장과 자민련 총재를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에 국무총리를 지낸 박 전 총리 묘역을 들른 배경에는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의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이 "이분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일종의 진보-보수 연합정권, 통합정권의 옥동자"라며 "통합의 아름다운 열매 같은 존재이니 찾아가 보자"고 이 후보에게 권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하면 정부 요직에 보수 인사를 기용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국민통합'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특히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친위쿠데타를 겪으며 국가적 존망 차원에서 그 필요성을 더욱 뼈저리게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내란 사태로 훼손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위험 수위까지 치달은 사회적 분열을 치유하는 한편 트럼프발 통상 압력 등 대내외적 경제‧안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헌정 파괴 세력'을 제외한 전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진짜 대한민국'으로 재도약시켜야 한다는 각성이다.
자신이 당선될 경우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모두 거머쥐고 독주할 거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포용적 리더십'에 의한 '정치의 복원'을 부각하기 위해서도 통합 메시지는 긴요하다. 이는 대선에서 중도‧보수층을 망라한 최대치의 득표를 달성함으로써 향후 원활한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고려가 깔린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계엄 이후 주요 국면마다 좌우 이념을 넘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점을 다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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