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을 쓴 BBC 기자들은 “(해당 다큐의) 방영 거부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결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BBC의 이 지역(가자지구와 중동) 보도 대부분은 반팔레스타인 인종차별로 규정된다”고 했다. “BBC는 이스라엘 정부에 비판적인 것으로 비쳐질까 두려워 마비된 조직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실패는 시청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 조직은 영국 정부의 팔레스타인 전쟁 개입에 대한 의미 있는 분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연명자들은 이러한 ‘실패’가 “구조적으로 설계된 결과”라며 BBC 이사회의 로비 깁(Robbie Gibb) 이사를 지목했다. “편집 가이드라인이 일관성 없이 적용되는 데에는 BBC 이사회와 편집기준위원회(Editorial Standards Committee) 소속인 로비 깁 경의 역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이시 크로니클이 “반팔레스타인적이고 인종차별적 내용을 반복적으로 게재해온” 가운데, 이 매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깁 이사가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지 않는 결정을 포함해 BBC 편집 결정에 어떤 식으로든 발언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깁 이사는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 홍보 담당자였고 BBC 웨스트민스터의 전 정치팀장을 지냈다. 2020년 영국 내 유대계 신문 ‘주이시 크로니클’ 인수 컨소시엄을 주도했고 지난해 8월까지 해당 언론사의 이사로 재직했다.
연명자들은 “더 이상 수신료 납부자들에게 깁의 이념적 충성심을 무시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며 “깁 경이 BBC 이사회와 편집기준위원회에 있는 것이 더는 용납될 수 없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BC는 시청자를 위해 더 나은 보도를 해야 하며 △편파 없음 △정직 △두려움 없는 보도라는 우리 핵심 가치에 다시 헌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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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에 따르면, BBC 대변인은 이 같은 공개서한에 “이러한 대화는 내부에서 진행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며 “가자지구 보도와 관련해 BBC는 분쟁을 공정하게 보도하는 데 온전히 헌신해왔다”고 했다.
한편 BBC는 지난달 28일 영국의 세계적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을 생중계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해방’ 구호를 외친다는 이유로 힙합그룹 ‘니캡’의 무대를 중계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튿날 다른 밴드 ‘밥 빌런’이 관중과 함께 “IDF(이스라엘군)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BBC 전파를 탔다. 영국 지역경찰은 해당 밴드를 상대로 수사에 나섰고 미국 국무부는 이들의 비자를 취소했다. 영국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는 SNS에 “집단학살이 중요한 이야기이지, 글래스턴베리가 아니다(Genocide is the story, not Glastonbury)”라고 강조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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