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내란특검 2차 대면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7.6 ⓒ뉴스1
오는 9일 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법정에 출석할 예정인데, 내란 특별검사팀이 총 66쪽 분량의 구속영장청구서에 빼곡히 담긴 구속 필요성을 제대로 방어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위원에 대한 심의를 방해하고, 비상계엄 선포 후 허위로 계엄선포문을 작성한 뒤 이를 폐기하고, 외신 기자들에게 비상계엄이 적법한 것처럼 공식 입장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하고, 이후 내란 수사를 방해한 각종 혐의가 그간의 조사를 통해 충분히 소명됐다고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증거인멸 염려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부분이다. 특검팀은 “사건 관계인과 접촉해 피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하도록 회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실제로 (전임 정권) 대통령실 부속실장 강의구는 최근 특검 조사에서 피의자(윤 전 대통령)의 진술에 맞춰 기존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새로운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피의자 조사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변호사가 갑자기 강의구 조사에도 ‘원포인트’로 입회해 강의구의 답변을 유도하고 검사의 질문을 중단시키는 행위를 반복했는 바, 피의자가 강의구의 진술을 피의자의 주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번복시킨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윤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 관련 핵심 인물인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의 조사 과정에서도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김성훈도 경찰 조사 초기에는 피의자의 변호인단에 속한 변호사들이 참여해 피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했다”며 “피의자의 변호인들이 피의자 조사에 참여하지 않게 된 이후에야 비로소 피의자의 범행 부분에 대해 진술하기 시작했다. 피의자가 김성훈에 대한 회유 또는 압박을 통해 진술 번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반복적인 출석 요구 불응 등 수사 및 재판에서의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점을 지적하며 “도망할 염려가 높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피의자는 법률 전문가이자 자칭 ‘법치주의자’임에도 누구보다 법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피의자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피의자가 판결 결과에 승복할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며 “피의자의 수사·재판 및 사법 시스템에 대한 비협조적·부정적 태도를 종합해 보면, 피의자가 사법 시스템과 이러한 시스템하에서 진행되는 수사·재판을 전적으로 불신하며 보이콧할 생각으로 진행 중인 수사·재판을 피해 도망할 염려가 매우 높다”고 적시했다.
체포 막으려 대통령이 경호처에 한 충격적인 지시들
“경찰, 총 쏠 실력도 없어…우리가 총 갖고 있단 것 좀 보여줘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 1월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한 가운데 관저 입구가 차량으로 통제되고 있다. 2025.1.3 ⓒ뉴스1
이번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체포영장 집행 저지 당시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들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공관촌 내에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도된 지난해 12월 8일, 김성훈 전 차장에게 비화폰으로 전화해 “국방부 장관 공관이 대통령 관저와 다 함께 묶여있는 군사보호구역 아니냐”, “이런 곳은 수사관들은 못 들어오는 것 알고 있지 않느냐”라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대통령경호처 박종준 전 처장이 경찰관 1명을 공관촌 내로 들여보내자, 김성훈 전 차장을 추궁하며 “그걸 왜 들어가라고 해, 들여보내지 말라니까 말이야”, “내가 그렇게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는데, 너 처장한테 내 이야기 전달 안 했어”라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듬해 1월 2일경까지 박종준 전 처장과 여러 차례 점심을 먹으며 “공수처의 체포영장은 불법”이라며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매일 대통령경호처 간부회의가 소집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이 집행 당시 보안성이 높은 ‘시그널’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박종준 전 처장과 김성훈 전 차장에게 수시로 연락하며 상황을 확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1월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영장집행 공무원들이 관저 정문을 밀어내 진입을 시도하자, 윤 전 대통령은 박종준 전 처장에게 ‘시그널’로 전화해 ‘철문이 왜 그렇게 쉽게 개방되느냐’, ‘공수처 사람들이 관저 안으로 들어온 게 맞나’라고 물었다 .
1월 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에는 ‘철통같이 막아내겠다’는 김성훈 전 차장의 시그널 메시지를 받은 뒤 “경호처가 흔들림 없이 단결 경호처는 정치 진영 상관없이 전현직 대통령 국군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과 경호구역에 대한 완벽한 통제, 우리는 정치를 모른다, 일관된 임무 하나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했다.
특히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은 김성훈 전 차장 등이 참석한 오찬에서 “언론에서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특공대와 기동대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걔들 총 쏠 실력도 없다.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경찰은 니들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통령 경호처는 전술복, 방탄헬멧 등을 착용하고 소총 등 총기를 휴대한 상태에서 대통령 관저 구역 내부를 도보로 순찰했고, 관저부 직원들은 관저 데스크 무기고에 있던 기관단총 2정과 실탄 80여발을 가족경호부에서 관리하는 가족데스크에 배치했다는 내용도 구속영장청구서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는 9일 오후 2시 15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재구속 여부는 9일 늦은 밤이나 10일 오전께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9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됐지만,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3월 8일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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