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쌀 파동’이 주는 교훈을 잘 들여다봐야
일본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쌀 부족과 쌀값 폭등으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일본 정부가 쌀 수급과 가격 안정 역할을 시장경제 논리에 맡겨 놓은 채 쌀 개방과 감산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에 따른 것으로, 구조적 문제와 정책 실패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일본은 농업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심각한 고령화 속에 농민들은 적자 경영에 시달리고 후계농은 단절되고 식량자급률도 계속 감소해 왔다. 이런 가운데 쌀 생산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 데는 1995년부터 지속된 쌀 의무 수입 조치로 매년 77만 톤의 WTO(세계무역기구) 쌀을 수입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본의 쌀 파동이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일본과 한국 농업이 처한 구조적 문제는 물론이고 정부 정책 방향과 대응 방식도 많이 닮아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저가 정책으로 인한 쌀값 폭락을 쌀 생산 과잉 현상과 연결시키고, 이것을 빌미로 쌀 생산 기반을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쌀값과 농가소득 안정을 내세워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해 전국적으로 벼 재배면적 8만ha를 감축하고자 지자체별로 할당량을 정하고, 실적이 낮은 지자체는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다. 식량 생산 기반인 농지에 대한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일본처럼 우리도 WTO 쌀을 의무 수입하고 있다. 매년 40만 8700톤의 쌀 수입은 우리의 주식인 쌀의 생산 기반을 무너뜨려 식량 자급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것을 고정 상수로 취급하면서 전향적 접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신자유주의 자유무역 체제에서 벗어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도 국익 차원에서 쌀 의무 수입 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의 농업 정책은 과연 얼마나 달라질까?
식량 자급과 식량주권 확보는 농민들의 소득 보전 차원을 넘어서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이자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과제다. 그만큼 농업과 먹거리를 국가 전체 차원에서 주요하게 다룰 수 있도록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역 선거 유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만약에 농업기반이 허물어졌는데, 기후 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흉작이 발생했다. 그래서 각국이 곡물수출을 통제한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겠어요.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나라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은 농업을 보호 하는 것이고, 바보라서 지원하는 게 아니죠. 제 말이 맞습니까?”
6월 4일 21대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농정 대전환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민의 삶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그 뿌리에는 농업인의 땀과 눈물·헌신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국가가 책임 있는 농정으로 응답하겠다”고 했다.
국가 지도자로서 농업에 대한 전향적 인식을 엿볼 수 있어 매우 반갑고 농업계의 기대감 또한 크다. 하지만 정권 초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우려가 되는 지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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