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 돌격대'로 활동하며 '보수의 여전사' 행세를 해온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방통위가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가 출범하면서 자동 면직된 지 하루만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일 오후 4시쯤 강남구 대치동 이 전 위원장의 자택 지하 주차장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경찰서로 압송했다. 경찰은 "피의자에 대해 8월 12일부터 9월 19일까지 6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며 "그럼에도 출석에 불응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택과 사무실 등으로 전화를 걸고 관련 서류를 보냈지만 이 전 위원장이 응하지 않았고, 9월 27일 오후 2시로 예정했던 소환 조사 요구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전 위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9~10월 각종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좌파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도 하는 집단이다" "다수의 독재로 가게 되면 민주주의가 아닌 최악의 정치 형태가 된다" "보수의 여전사는 참 감사한 말씀으로, 가짜 좌파들하고 싸우는 전사가 필요하다" 등의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경찰은 이 같은 발언들이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대목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의 사전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전 위원장이 올해 3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도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미 감사원은 지난 7월 8일 현직에 있던 이 전 위원장을 향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 전 위원장의 유튜브 출연 발언 등에 대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당시 결정문을 통해 "이 위원장은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과 품위 유지가 요구되는 기관장"이라며 "파급력이 큰 유튜브 방송 등에 출연해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 혹은 반대해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하거나 공직사회의 신뢰를 실추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정당을 거명하며 이를 반대하거나 정치적 편향성을 나타내는 발언을 한 것은 방통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라며 "종합적으로 (이 위원장의 발언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사원은 "방통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국가공무원법 등에 징계 규정이 없어 징계 요구가 불가능하다. 이에 방통위원장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가장 높은 수위의 조치인 '주의' 처분을 했다"며 고발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이 이 전 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는 공무원이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65조 4항은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전 위원장은 지난해 9~10월 보수·극우 성향 유튜브에 세 차례 출연해 위법적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해 11월 이 전 위원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재석 289명 중 191명 찬성, 98명 반대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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