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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KN-08)’ 그 불편한 진실

북한 이동식 ICBM 이미 실전 초기 배치… 킬체인 효과 있을까?
 
김원식 | 2014-01-31 14:34:20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지난해 7월 정전협정 60주년 열병식에 다시 등장한 KN-08

미국의 국가 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지난 29일(아래 현지시각) 북한의 군사력과 관련한 중대한 발언을 했다. 그는 "아직 (발사) 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북한이 이미 이동식(road-mobile)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의 (실전) 배치가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We assess that North Korea has already taken initial steps towards fielding this system, although it remains untested,)

클래퍼 국장의 이러한 발언은 그가 이날 미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에 서면으로 제출한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그는 이날 증언에서 북한이 영변에 있는 핵 관련 시설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 규모를 확충하고 있으며 플루토늄 원자로도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확인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들은 '북한 원자로 재가동'을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확인했다는데 방점을 두어 보도했다.

하지만 관련 보도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은 북한도 이미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우리나라 정보기관도 재가동을 확인했고 관련 전문가들도 여러 위성 사진을 통하여 재가동 사실을 확인한 사례이다. 물론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이를 공식 확인했다는 의미는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북한 전문 누리집인 '38노스(38north)'에 올라온 북한 군사시설 관련 평가서에도 이 KN-08이 언급되었다. 이 평가서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확장 공사를 거듭하고 있다는데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북한이 지난해 초에 이어 12월에서 올 1월 사이에도 이 KN-08의 엔진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날 클래퍼 국장이 공식적으로 실전 초기 배치를 확인한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KN-08, 일명: 화성 13호)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그동안 각국의 정보기관은 물론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모조품(mock-up)' 혹은 '가짜(fake)'논란을 빚어온 북한의 KN-08의 실전 배치가 가지는 불편한 진실의 의미를 살펴보자.


'도발 원점 타격' 그러나 원점이 이동한다면... '킬체인' 유명무실 가능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KN-08의 등장은 타격 사거리(6천km에서 1만km 이상까지 분석이 다양하다)가 넓어졌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도 바로 대륙 간을 횡단할 수 있는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고정된 미사일 기지가 아니라 이동식 장착 차량에 의해서 이동이 가능해 어느 때이든 알 수도 없는 곳에서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ICBM 등 이른바 '비대칭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도입하겠다는 것이 '킬체인(Kill Chain, 일명: 타격순환체계)'이다. 전문 용어로 표현하면 이른바 '시한성 (긴급) 표적(Time Sensitive Target)에 대한 표적화 과정(Targeting steps)'을 '킬체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동식 미사일의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해당 표적을 탐지하고 대응 공격 여부 등을 결정한 후 공격 후에는 제대로 목표물에 적중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우리 국방부가 2015년까지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이러한 '한국형 킬체인'은 북한의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탐지한 후 최소 30분 내에 선제 타격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미의 정찰위성과 정찰기 등 감시 및 정찰자산으로 1분 내에 위협을 탐지' '1분 내에 위협 식별' '식별된 정보를 바탕으로 3분 내에 타격을 명령' ' 25분 내에 목표물을 타격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이른바 '한국형 킬체인'이 실행 과정의 여러 기술적인 문제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과연 도발 원점을 파괴할 수 있는 선제공격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방부 출신 인사들도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윤연 전 해군 작전사령관은 지난해 10월 8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 ('킬체인-한국형MD'의 허와 실)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계 완비로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대응능력을 조기에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킬체인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식별-결심-타격이 가능한 선제공격을 말한다. 얼핏 보면 자신감 넘치는 계획으로 보인다. 그러나 킬체인에는 허점이 있다. 우리 조기경보체제가 북한 미사일을 공격 전에 탐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탐지했다 해도, 결심해서 적을 타격하는 것은 많은 정치•군사적 어려움이 있다)


미국, 가장 우려하는 사항이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이동식 ICBM

우리 국방부가 미국의 정찰 위성 등 미국 정보•군사력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듯이 그렇다면 미국은 이러한 이동식 탄도미사일 특히, 지금 가장 우려가 되고 있는 KN-08의 등장에 관해 '킬체인' 등을 통하여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안심하고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월 17일, 미 중앙정보국(CIA) 소식통을 인용하여 "미국은 이전에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체(KN-08)가 실전에는 배치되지 않았다고 보았지만, 최근 정보는 이미 이 발사체가 전국 각지에 분산 배치되었으며 쉽게 은폐가 가능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안보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는 것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특종 보도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정보기관은 이미 일 년 전에 이러한 KN-08의 실전 배치와 이에 따른 위협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난 2012년 4월 15, 평양 김일성 광장에 처음 등장한 KN-08 이동식 탄도미사일을 일부는 종이 수준의 모조품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미 정보 당국은 실제로 미국을 위협할 수도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더욱 북한의 지난 (2013년) 동계 군사 훈련 중에 이 이동식 미사일이 북한 전역에서 기동하는 장면이 미 CIA 첩보 위성을 통해 관측됨에 따라 미국 정보기관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함으로써 사안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는 기존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기지 등은 얼마든지 선제 타격이나 대응 공격으로 정밀 파괴할 수는 있지만, 이동과 은닉이 가능한 새로운 미사일 발사체가 북한 전역에서 등장하자 미국이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않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새로운 이동식 탄도미사일이 남한이나 미국 기지가 있는 괌 정도가 아니라 바로 미국 본토를 핵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차마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 은하 3호 계열 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설명하는 CNN

하지만 지난해 3월 16일, 미 국방부의 제임스 윈네펠드 장성은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열린 열병식에서 관측된 북한의 KN-08 이동식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며"이 KN-08은 이동과 은닉이 쉬워 발사 지점에 대한 파악을 어렵게 하며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미국 정보 당국이나 국방부가 이 사항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잘 나타났다.

지난해 북한이 이 KN-08 탄도미사일보다 한 단계 아래 급인 이른바 이동식 '무수단 미사일'을 마치 한•미 정보 당국의 위치 탐지 능력을 테스트라도 하듯이 이리저리로 이동해 다니면서 시험 발사 위협을 시도함으로써 긴장을 몰고 왔던 사례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이동식 탄도미사일의 탐지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반증하고 있다.

따라서 종합해 보자면 이렇게 미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을 일 년이 훨씬 지나 이번에 클래퍼 국장이 의회 보고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가 이 보고서에서 쓴 "'이미(벌써, already)' 실전 초기 배치되었다"에서 '벌써'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북한 미사일 기술 향상은 '전략적 인내' 정책의 결과물"... 협상 나서라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에 주는 위협은 간단하다. 아무리 완벽한 '킬체인'이 구축되어 있더라도 (이도 100% 완벽할 가능성도 없지만) 단 한 대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핵무기가 발사되어 미 본토를 타격한다면 이는 아무리 선제 혹은 대응 공격으로 북한을 전멸시켜도 그와 똑같은 타격 효과를 미국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이 핵무기와 이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대량 파괴 능력이 어쩌면 상호 간의 이른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유지하며 전쟁 억지력을 가지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북한의 핵 능력의 고도화는 특히, 동북아 정세의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 북한은 이만큼 핵 자위력과 군사력을 보유했다고 선전할지 모르나, 국제사회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루기 힘든 또 하나의 강력한 핵무장 국가가 등장한 것은 굳이 일본 핵무장론이나 한국의 핵무장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이러한 핵무장이 바로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대북 정책으로 견지하고 있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의 결과물이라는 비판에서 미국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는 현실적으로는 대화와 협상도 거부하는 이른바 '전략적 무시(strategic negligence)' 정책으로 일관되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는 아무런 평화 체제 구축도 이루지 못한 채 오히려 북한은 더욱 강력하게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치중하였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은 오히려 핵무기를 고도화할 시간만 벌어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협상을 하지 않는 것도 시간을 벌어주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우세한 '킬체인'과 초정밀 고도의 선제 맹폭을 감행한다 해도 북한 전역에 이미 최소 6대에서 20대까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이 KN-08 미사일 중 살아남은 한 대가 혹은 두 대가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누가 할 것인가.

이런 의미에서 이번 미국 국가정보국 클래퍼 국장의 북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KN-08)의 실전 초기 배치 확인은 군사적 의미에서도 즉, 군사적 긴장 해소와 대량살상무기(WMD) 감축 협상을 위해서라도 미국과 북한 간 그리고 한국과 북한 간 더 나아가 동북아 관련국을 대표하는 '6자 회담'이 조속히 개최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1&table=newyork&uid=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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