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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03/20 14:58
  • 수정일
    2014/03/20 14: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교황 선출 1주년 평가를 위한 지금여기 좌담회 - 1]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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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20  12: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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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 이후 지난 1년간, 교황 프란치스코가 보여준 행보는 전세계인을 매료시켰으며,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을 비롯한 메시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우리에게 왜 기쁨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삶에서 기쁨으로 승화시켜야 하는지 명징하게 되짚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메시지와 행보는 많은 이들에게 세상의 문제를 성찰하고, 가난의 영성을 되찾는데 영감을 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황에 대한 환호가 단순한 이미지 소비에 머무르거나 신화화로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황 선출 1주년과 방한 결정에 즈음해 좌담회를 마련하고 한국 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태도로 그의 방한을 준비해야 할지 묻고 답했다. 우리는 교황에게서 무엇을 얻고 배웠으며 그것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서 어떤 성찰을 해야 할까. 또 교황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좌담회는 18일 서울 동교동 쿱미디어 사무실에서 열렸으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상봉 편집국장의 진행으로,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씨,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실행위원 이원영 씨, 그리고 예수회 조현철 신부가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먼저 교황 프란치스코의 지난 1년 행적이 세계 교회와 시민들에게 미친 영향과 많은 이들이 교황에 환호하고 있는 현실이 무엇을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성찰했다.

 

   
▲ 왼쪽부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상봉 편집국장, 조현철 신부,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씨, 이원영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실행위원 ⓒ정현진 기자

한상봉(이하 한) : 교황 프란치스코가 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세계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인물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어떤 행동과 말이 매력으로 다가오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조현철(이하 조) : 교황 방한에 대한 일반 시민들과 각계의 반응도 그렇고, 관심을 갖는 것 자체는 교황에 대한 기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긍정적이다.

그러나 우려하는 것은 “교황이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물리적인 거리를 떠나서, 그분과 가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의 메시지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교황은 이미 우리에게 충분히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고,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해야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을 듣고, 알아야 할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살아내면서 바꾸는 것이 남았다. 교황이 상징적으로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분에게 너무 의지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우리의 주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 평신도 신학자 김근수 씨

김근수(이하 김) : 교황의 인기에는 그분의 소박한 성품이 큰 영향을 미쳤다. 남미 특유의 유머, 평소에 살던 가난에 대한 품성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전임 교황과의 대조점이 부각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학자의 통역이 필요 없는,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를 쓴다는 것이다. 칼 라너 신부와 비교하자면, 칼 라너는 전통적 교리에서 새로운 의미를 캐낸 분이고, 교황은 성서에서 새로운 의미를 캐낸 분이다. 가난한 사람을 확실히 편들고 비인간적 경제체제에 대해 뚜렷하게 비판한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다.

 : 교황의 지난 1년 여정이 한국 교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이원영(이하 이) : 무엇보다 한국 교회 평신도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이번 추기경 서임에서 보였듯이, 그 전에는 평신도들이 추기경 서임과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신도들이 스스로 나서서 바티칸에 의견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교황 프란치스코가 소통할 수 있는 분이라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평신도들이 교황 선출 이후, 지속적으로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시국기도회를 비롯해 많은 평신도들이 신앙과 삶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 국제적으로 교황을 따라하는 모방 붐이 일고 있다. 이미지 소비라는 우려도 있지만 다른 맥락에서 보면 긍정적 효과를 갖기도 한다.

 : 교황을 의식하고 따라하려는 움직임은 각 나라의 정치에서도 보인다. 공공의료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오바마 케어’ 정책을 진행하는 과정이 한 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의료 혜택을 주장하는 정책에 공화당은 반대하고 나서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물론 지지율에 대한 의식도 한 몫 했겠지만.

그리고 최근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이 교황의 메시지다. 이것은 통계 자료로도 나와 있다. 이런 것도 긍정적인 ‘프란치스코 현상’인 셈이다.

대중들은 엄숙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존재가 탈권위적이고 소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열광하고, 각 나라의 정치인들은 이를 의식하고 따라가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교황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삶과 말씀,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일치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도자에게 어떤 사람이 환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정치 지도자들이 흉내만 낼 것이 아니라 삶과 말, 비전이 일치되는 삶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민중이 어떤 지도자를 원하는가 보여주는 것이 ‘프란치스코 현상’이며, 그것의 본질은 교황의 삶 자체에 있다.

 : 교황의 개인적 성품에 열광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런 분위기가 제도 개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교회 내적으로 보면 평신도들이 똑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전을 보여줬다면, 그 비전에 비춰 가톨릭교회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고 갈 길이 멀다. 즉 교황의 개인플레이가 아니라 전체 교회의 팀플레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조현철 신부

 : 앞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프란치스코 현상이 교회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대외적으로 가톨릭교회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교회가 정말로 바뀌기 위해서는 교황의 행동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교회 구조의 변화를 이뤄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교황의 메시지를 통해서 확인하고 받아들인 것을 살아내면서 아래로부터의 쇄신이 일어나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황의 메시지와 아래로부터의 변화가 어느 순간 만나면 큰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이다. 교황은 교황의 삶을 사는 것이고, 그 가르침을 받아 사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 현재까지의 ‘프란치스코 효과’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갖는다. 그렇다면 이것이 단순히 ‘이미지 소비’, ‘브랜드 효과’로만 남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 교황의 메시지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평신도들은 평신도 운동 활성화 계기를 만들고, 사제들 또한 자기 개혁을 해야 한다. 교황은 성직자 중심주의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가난한 교회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 교황이 다녀간 후에는 헌금도 덜 걷고, 교회의 수입과 지출을 줄이고, 개발 사업을 줄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속화된 사제들은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겪기 마련이다. 부유한 신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개혁적인 신자들에게 무시당하면서 사제로서의 정체성은 흔들릴 수 있고 자괴감이 생길 수도 있다.

   
▲ 이원영 가톨릭행동 실행위원

 : 평신도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이 운동이 활성화될 것인가를 고민한다. 지금 생각하는 것은 <복음의 기쁨> 독서 모임을 지역별로 구성하고, 자체 세미나나 강좌를 아주 작은 지역에도 만들어 활성화하는 것이다. 교황의 메시지 하나에서부터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려는 것이다.

교황 방한이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 교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각성하고 성찰하는 평신도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과 그들이 더 큰 공동체를 이뤄서 교회와 사회 자체가 성찰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 교황의 영향 중 하나는 언어의 변화다. 이를테면 ‘가난’을 강조하면서 ‘부자’, ‘부유함’을 내세우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IMF 이후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가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런 말이 저어된다는 느낌이다. 교회 안에서도 사라진 ‘가난의 영성’, ‘가난’이라는 단어에 생기를 불어넣고, 복음의 본질이 가난과 닿아 있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 주는 것은 특별한 은총이다. 강론, 담화문에서도 가난한 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고, 그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메시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 그동안 예수의 복음이 가난한 사람에게는 기쁜 소식이고, 부자들에게는 불편한 소식이라는 것을 간과해왔다. 이제 이것을 부각시켜야 하고, 정착시켜야 한다.

 : 한국 교회가 이 시점에서 어떤 고민과 준비를 하는 것이 교황의 뜻을 잇고, 기쁨 안에서 복음을 전하는 주체가 되는 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 교황과 함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성찰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결심해야 한다. 특히 평신도 교육과 같은 것. 그렇지 않으면 교황의 좋은 말과 행동이 상품으로만 소비되고 말 것이다.

말씀을 한 번 듣고 넘길 것이 아니라 뜻 맞는 이들끼리 깊이 성찰하고 어떻게 삶으로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풀뿌리 활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우리 삶 안에서 자체적으로 그분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소비하지 않고 새기고 살아내고 자양분으로 만드는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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