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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공천 배제가 새정치인가?

[복지국가SOCIETY] 새정치연합, 구태정치 반복하나?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7.07 10:58:34

 

 

 

 

 

 

오는 7월 30일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의 공천을 놓고 여야 정당들이 시끄럽고 분주하다. 전국 15곳에서 선거가 치러지니 가히 '미니 총선'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공식 선거 운동은 7월 17일부터 개시된다. 이를 위해 7월 10일과 11일 양일 동안 후보자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후보자 등록 4일 전인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지금 여러 편의 구태정치 드라마가 여야 정당에서 펼쳐지고 있고, 이 때문에 후보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구태 정치를 반복하는 잘못된 공천 과정
 
새정치연합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상황 전개인데, 이는 대다수의 전문가들과 상식을 갖춘 보통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 공천 신청한 천정배 전 장관을 원천적으로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한 결정이 그것이다. 천정배 전 장관이 자신의 전략 공천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그는 처음부터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정한 경선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천정배 전 장관을 경선에서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서 천정배 전 장관과 경합하고 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빼서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전략 공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서 경선을 준비하고 있던 예비 후보들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 새정치연합은 그러면서 광주 광산을 지역구를 전략 공천 지역구로 결정해 버렸다. (☞ 관련 기사 : 천정배 "광주 전략공천 반대, 즉각 경선해야" 반발)
 
이는 전형적인 구태 정치다. 서울 동작을 선거구에서 전략 공천을 받은 기동민 전 부시장은 아예 이곳에 예비 후보로 등록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는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고 선거 운동을 위한 사무실 개소식까지 마친 상태였다. 광산을 지역구의 경우, 전략 공천 이야기는 처음부터 없었다. 당연히 경선할 것이란 전제 하에 천정배 전 장관과 기동민 전 부시장 등의 후보자들이 예비 후보로 활동을 개시했었다. 그리고 이들은 중앙당에 와서 공천 면접 심사까지 마쳤고, 이 장면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었다.
 
이번 공천 파동을 보면 새정치연합에는 아무런 원칙도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국가와 정당의 발전이라는 공익적 기준과 판단보다는 어떤 공학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기 사람을 심겠다는 정치적 욕심만 넘쳐난다. 적어도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정당이라면 선거를 둘러싼 절차와 과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생략되고, 어느 날 갑자기 전략 공천을 결정하여 힘으로 내리누른다. 납득할 만한 이유도 설명도 없다. '선당후사'라고 강변할 뿐이다. 이러한 패권적 행태가 백주에 버젓이 자행되는 정당이 어떻게 민주적 수권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 7.30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비를 맞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천정배 블로그

▲ 7.30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비를 맞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천정배 블로그

 
천정배 공천 배제 결정은 잘못된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천정배 전 장관을 광주 광산을 지역구 공천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언론에 발표했다. 이로 인해 천정배 전 장관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부당하다. 공천에서 누구를 배제하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후보자가 국가와 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든지, 당의 가치와 노선에 부합하지 않는다든지, 직간접적으로 범죄나 부패에 연루되었다든지, 무능하다든지, 이러한 종류의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당 지도부가 공천하고 싶은 새 인물이 탁월하게 우수하고 정치적으로도 필요한 인물이라는 설명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광산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천정배 전 장관을 배제하는 일련의 정치적 과정은 이와는 전혀 무관했다. 천정배 전 장관은 호남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에 수석합격했을 정도로 유능한 사람이다. 졸업 후에도 인권 변호사로 사회 발전에 기여했으며, 4선의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흠집 없는 유능한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왔다. 또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법무부 장관도 지냈다. 그런데 그는 지금 그가 사랑하고 지켜왔던 정당으로부터 원천적 공천 배제라는 부당한 모욕을 당하고 있다. 
 
천정배 전 장관에게 경선 참여 기회를 주는 게 옳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래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일부 당 지도부의 정치적 욕심이 개입된 그릇된 판단 때문에 경륜과 비전을 갖춘 한 유능한 정치인의 정치 생명에 심각하게 모욕과 타격을 가하는 파렴치한 구태정치이기 때문이다. 만약,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천정배 전 장관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면서까지 전략적으로 공천하고 싶은 유능하고 새로운 인물이 있다면 사전에 천정배 전 장관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경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런데 지난 과정에서 합당하게 이해될 만한 그 어떤 절차도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현재까지 광주 광산을 전략 공천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천정배 전 장관을 희생시켜야 할 만큼 그렇게 탁월해 보이지도 않는다. 
 
나는 지금이라도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서 전략공천 방침을 철회하고 '민주적인 경선'을 실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공천 후보자로 천정배 전 장관을 선택하든 배제하든, 이에 대한 결정은 광산을 지역구의 주민 또는 당원들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만약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끝까지 민주적인 경선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천정배 전 장관은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는 원천적 배제 방침을 수용하든지, 새정치연합을 탈당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든지, 이 둘 중의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정배의 <정의로운 복지국가> 꿈은?
 
지금도 새정치연합의 당헌에는 '복지국가'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박혀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대선 시기, 야권의 문재인 대선 후보는 '보편적 복지국가' 노선과 정책으로 대선을 치렀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정당 정치뿐만 아니라 제1야당에서도 사실상 '복지국가' 논의가 실종되어 버렸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던 '한국형 복지국가'가 집권 이후 사실상 철회되면서 제1야당의 '복지국가' 노선도 함께 사라져가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 사회의 기대와 열망으로 떠올랐던 복지국가 논의, 즉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양대 축으로 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가 지난 대선 이후 서서히 정치 의제에서 사라진 데는 국민의 기대를 배반하고 복지국가 공약을 폐기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런데 야당에게도 상당한 정도의 책임이 있다. 김한길 지도부의 중도 우파 성향과 리더십 부족, 이에 더해 친노 세력의 연이은 정치 공학적 실책이 겹치면서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국가' 공약 철회와 <줄·푸·세> 노선의 부활을 공세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우리사회의 '복지국가'를 향한 꿈도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만 것이다.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연합뉴스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연합뉴스

 
결국, 대선 이후 지금까지 시민사회의 줄기찬 공론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한길 대표의 민주당은 '복지국가' 논의를 정치의 전면으로 부상시켜 내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새정치연합으로 바뀌면서 복지국가와 관련하여 상황은 더 나빠졌다. 새누리당의 노선에 근접한 중도우파 성향의 안철수 세력이 합류하면서 제1야당의 정치적 성향이 전반적으로 우 클릭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안철수 공동 대표가 복지 공약을 파기한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방안(기초연금 지급금액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연계하는 방안)을 그대로 수용했던 데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새정치연합이 내세운 '복지국가' 노선이 정치적으로 구현되길 바란다면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천정배 전 장관에게 이래서는 안 된다. 알다시피, 천정배 전 장관은 경기도 안산에서 내리 4선을 했다. 2012년 4월 총선 때는 '사지'에 출마해달라는 당의 요구를 수용하여 강남구에 출마한 정동영 전 장관과 함께 서울의 '강남 3구'에 해당하는 송파구에 출마했다. 기적에 가까운 높은 득표에도 불구하고 결국 낙선했다. 고심 끝에, 그는 광주로 내려갔다.
 
광주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는 호남 출신이지만 호남에서 정치적 자산을 축적하지 못했고, 호남인들로부터 정치적 이방인 취급을 받는 상황을 돌파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제1야당의 '혁신과 변화' 바람을 호남에서부터 일으키길 희망했다. 그 바람이 향하는 곳은 바로 '복지국가'였다. 2010년 9월, 천정배 전 장관은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합의제 민주주의, 민주적 시장경제,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 그리고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위한 9개 개혁 과제까지 제시했다.
 
천정배 전 장관의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의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는 경기도 안산에서 4선 의원을 지냈음에도 호남에 대한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호남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기 위해 광주로 갔다. 결국 어떤 경우든, 새정치연합을 떠나는 일은 그에게는 엄청난 고통일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그에게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꿈에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게 옳다. 그가 광주에서부터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 야권을 더 강하게 만들 기회를 주는 것이 덧셈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는 호남과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의 꿈을 위해 고독한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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