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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 유병언 죽음과 함께 묻히나

 
여론조작 전면에 나섰던 박근혜, 유병언을 ‘꼬리’ 삼을 것
 
육근성 | 2014-07-24 12:25:20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박근혜 정부와 언론의 시각이 문제다. 심각하게 비뚤어져 있다. 진상규명보다는 정권 안위를 최우선 강령으로 내세운다.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건 물론 책임을 전가해 정치적 손실을 줄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세월호 여론조작 전면에 선 박근혜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고 무능한 정권을 규탄하는 유족들의 분노가 폭발하자 정부와 추종 언론들은 ‘세월호 사고’를 ‘유병언 사고’로 치환시키며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을 유병언에게 떠넘기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정부 책임이 아니라 유병언 책임이라는 여론 조작이 시작된 것이다.

 

편향 언론들만 세월호 여론조작에 나선 게 아니다. 박 대통령도 직접 전면에 나섰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마다 빠짐없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는 유병언’이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사고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사과했지만 결코 진심은 아니었다는 것을 방증해 주는 대목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속히 검거하라”고 지시할 때마다 ‘유병언 책임론’을 제기하며 유병언을 ‘300여명의 국민을 희생시킨 원흉’으로 규정했다. 사고의 책임을 유병언에게 덤터기 씌우려는 의도를 드러내 보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 원인은 유병언” “유병언이 참사의 피의자”

 

5월 27일에는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은 유병언 일가”라고 주장했다. 재난구조시스템의 마비와 정부의 무능에서 비롯된 대형참사라고 보는 국민들을 비웃는 발언이다. “유병언이 이익을 추구하다가 많은 국민이 희생당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낙하산과 해피아 등이 저지른 각종 비리가 참사를 키웠다는 세간의 지적을 무색케 하는 주장이다.

 

더 과감한 발언도 있다. “세월호 사고의 피의자는 유병언”(6월 2일)이라고 못박았고 6월 30일에는 “유병언을 잡지 못하면 이런 희생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모든 책임을 ‘피의자이자 살인마’인 유병언에게 떠넘기고 자신은 책임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중이 깔린 발언이다.

 

책임은 떠넘기고 약속은 지키려 하지 않는다. 지난 5월 유족들과의 면담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그 법(유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갖고 토론 있을 텐데 유족 마음 잘 반영되도록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유족들의 마음’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된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다. 이를 위해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여당은 사법체계가 흔들리게 된다며 완강히 반대하고 “유족 마음 잘 반영하겠다”던 대통령은 일언반구도 없다. 유족들이 단식투쟁을 벌이는데도 고개를 돌리고 있다.

 

유족 외침 외면, 이미 ‘자가발전 진상조사’ 끝낸 대통령

 

유족들의 외침을 철저히 외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병언과 관련된 발언에 이미 나와 있다. “유병언이 피의자”이고 “참사의 원인은 유병언”이라고 단정했다는 건 박 대통령 스스로 세월호 진상조사를 마쳤다는 얘기다. ‘자가발전 진상조사’가 이미 마무리됐는데 유족들의 외침 따위가 귀에 들리겠는가.

 

세월호 사건을 ‘유병언 사건’으로, 정부 책임을 유병언 책임으로 둔갑시키더니 유병언으로 추정되는 사체 발견 소식이 전해지자 또 다시 엄청난 언론플레이가 전개되고 있다. ‘유병언 종말’을 ‘세월호 종말’로 바꿔치기 하려고 안달이다. 유병언 죽음에 세월호 진상을 함께 묻어버리겠다는 수작이다.

 

유족들의 피울음과 안타까운 외침은 사라지고 유병언의 사체만 언급된다. 보수언론들은 유병언과 관련된 온갖 추측성 기사를 쏟아낸다. 이중에는 검찰발 기사도 눈에 띤다. 유병언 죽음을 최대한 부풀려 또 다시 여론을 조작하려 든다. 유병언을 ‘꼬리’로 삼으려나 보다. 유병언의 종말에 세월호 정부책임과 진상규명의 끝을 오버랩시키려는 수작이다. 유병언 죽음에 모든 걸 묻어버리고 튀겠다는 속내가 읽히는 대목이다.

 

‘유병언 사체’로 도배된 언론보도, 정부책임론 꼬리 자르기’

 

KBS, MBC, 종편 4사는 유병언 사체 관련 보도에 낮시간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종편과 보수신문들은 자극적인 제목을 뽑느라 경쟁이 한창이다. 팩트는 찾아볼 수 없고 추측이 또 다른 추측을 생산해 뻥튀기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이런 식이다. 지난 5월초 유병언이 아무개를 만나 땅을 사며 현금으로 지불했는데 그때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었으며 크기가 사과상자 2개 정도 였으니 현금 20억이 들어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가방이 사체 옆에 없다. 누군가 20억원을 가로챘을 거다. 누굴까. 돈을 탐낸 누군가에 의해 타살된 건 아닐까. 여태까지 잡히지 않은 유병언 조력자 중 한명일 것이다. 그럼 수배 중인 김 엄마? 아니면 운전기사 양회정?

 

유병언 옆에 있던 술병. 구원파 대변인은 “유 회장이 술을 입에도 안 댄다”고 밝혔지만 모를 일이다. 금주를 교리로 하고 있는 집단의 교주가 술 마시는 모습을 교인들에게 보였을 리 만무다. 도피가 주는 스트레스로 인해 술을 입에 댈 수도 있었을 거다. 술에 독약을 탓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럼 자살이다. 자살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1000만원짜리 로로피아나 점퍼를 입었고, 신발 브랜드는 ‘와시바’(‘세탁 가능’이라는 독일말을 ‘상표’로 잘못 이해한 것)다. 이 또한 최고가 제품이란다. 돈 많은 사람들은 저런 브랜드 입는다. 탈옥수 신창원도, 학력 사기 신정아도, 유병언도 그랬다. 사회적 문제 일으킨 사람들의 패션이 유행한다. 이른바 ‘블래임룩’이 화제다.

 

유병언 사체 모습과 평소 그가 신도들에게 했단 말이 일치한다. 평소 그는 “내가 죽으면 입던 옷 그대로 입혀 기념비나 무덤 만들지 말고 장례도 치르지 말고 큰 나무 밑에 입은 옷 그대로 묻어달라”고 말했단다. 유병언의 마지막 모습은 그의 말 그대로였다. 교주의 죽음을 미화시키기 위해 누군가 사체를 그렇게 해 놓은 건가. 사체를 옮긴 사람이 누굴까.

 

세월호 진상, 유병언과 함께 땅에 묻히나

 

이런 보도와 대담이 판 치고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사명감을 가져야 할 언론들이 이 모양이다. 진실을 묻고 조작과 거짓을 은폐하려는 권력의 심부름꾼 역할에 익숙해진 언론의 눈에는 유병언 사체만 보이고 진상규명을 외치는 유족과 시민은 보이지 않나 보다.

 

언론까지 이러니 더더욱 필요한 게 세월호 특별법이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흐지부지될 게 분명하다.

 

유병언의 무덤에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론을 함께 묻으려 하는 ‘나쁜 기득권’과 ‘나쁜 권력’을 무릎 꿇릴 방법은 없을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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