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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인디언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

 

박근혜, 인디언 인형처럼 웃고 있지만
 
[뉴스와 분석] 박 캠프 “200만표 승리, 인수위 구성”... 샴페인 준비?
 
정운현 기자 | 등록:2012-12-02 03:02:59 | 최종:2012-12-02 04:29:1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올 대선 본선의 초반 판세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조금 앞서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 수치로는 대략 3% 정도. 무시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유의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권투경기로 치자면 10라운드 게임에서 1라운드는 박근혜가 이긴 셈인데 문제는 남은 9라운드 경기를 누가 잘 마무리 하느냐 하는 점이다. 지혜로운 체력 안배와 무엇보다도 ‘한 방’의 결정타도 꼭 필요하다. 전략 가운데는 티 안나게 재주껏 하는 ‘반칙’도 전략이라면 전략이랄 수 있다.

비록 1라운드이긴 하나 자기편 후보가 이기고 있으니 박 캠프로선 기분이 좋지 않을 리 없다. 그런데 박 캠프에서는 벌써부터 판정승도 아닌 ‘KO승’을 장담하며 경기 후 시상식과 그 때 쓸 샴페인을 준비하고 있다는 식의 얘기가 들린다. 기뻐서 들뜬 나머지 성급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 왜 없을까 마는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르지 않은가 싶다. 기껏 1라운드에서 가벼운 훅 몇 방 날렸다고 벌써부터 챔피언 벨트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니 말이다.
 

지난달 30일 부산지역 유세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박근혜 후보

지난달 30일자 <경향신문> 보도(29일 밤부터 인터넷판 게재)에 따르면, 새누리당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29일 “문재인은 안철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프레임도 이상하게 잡고 있다”면서 “어떤 식으로 표 계산을 해도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15% 이상 지지 않는 이상 지역별로 표 계산을 해보면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를 하고 있다”며 “최소한 200만표 이상으로는 이길 것 같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어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마지막 변수는 안철수의 지원 강도다. 안철수가 적극 지원하면 3~4%포인트는 올라갈 수 있다”면서도 “투표율이 야당이 원하는 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표율이 80% 정도 나오지 않으면 우리가 질 수 없는 선거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최대변수였던 야권 후보단일화가 ‘감동’을 주지 못한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가 앞서고 있으니 이같은 희망 섞인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 보도가 나가자 트위터 등 SNS에서는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반드시 뒤집자”는 등 야권 결속을 주장하는 야당 지지자들의 글이 잇따랐다. 급기야 새누리당 김무성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이날 밤 의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내 ‘입조심’을 시키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는 “벌써부터 선거분위기를 해치는 당내 인사의 언론 인터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인터뷰는 절대 해선 안된다”며 함구령을 내렸다. 일종의 ‘표정관리’인 셈이다.

1일자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내 모 재벌그룹에서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는 박근혜가 이기는 걸로 나와 있다고 한다. 선거에 민감한 집단 가운데 하나는 재벌이다. 결과에 따라 회사의 명운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여야 후보들이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 같이 경제민주화, 즉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있어 더욱더 민감할 것이다. 어떤 그룹에서는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모르긴 해도 앞에서 언급한 ‘모 재벌그룹’은 국내 1위의 삼성그룹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 역시 선거에 관심이 있으니 선이 닿는 대로 안테나를 풀로 가동해 정보를 모으고 또 분석을 할 것임이 분명하다. 국내 재벌그룹의 경우 계열사 가운데 보험회사를 갖고 있는 곳이 많은데 이곳이 주요 정보수집 창구로 알려져 있다. 실핏줄 같은 전국의 지점망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날 것’으로 수집하고 있는데 이는 전국조직인 경찰 정보와 버금갈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

따라서 새누리당 자체 분석이나 모 재벌그룹의 내부 보고서는 현 시점에서는 나름으로는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이미 ‘박근혜 대세론’이 엎치락뒤치락 한 적도 있고, 여론조사 역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런저런 변수로 인해 ‘지속성’이 담보될 수 없다면 그런 정보는 일시적으로 유용할 뿐이다. 따라서 본선 초반에 박근혜가 승기를 잡은 것은 흔히 화투판에서 하는 말로 ‘초장 끗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새누리당이 대선 승리의 관건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안철수의 지원 여부와 그 강도, 그리고 다른 하나는 ‘투표율’이다. 우선 안철수의 문재인 지지 여부와 그 방식, 강도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치 않다. 3일(월) 안 캠프 해단식 때 참석해 이와 관련해 무슨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고 하니 미리부터 왈가왈부할 것은 없다. 그 때 들어보면 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문재인을 돕지 않겠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다음은 투표율. 이건 문재인에게 불리한 편이다. 문재인에게 우호적인 20~30대 젊은층은 박근혜에게 우호적인 50~60대보다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다. 이번 선거에서 이런 ‘경험칙’이 깨질 것이라는 기대는 갖기 어렵다. 게다가 안철수와의 후보 단일화 역시 매끄럽게 마무리되지 않아 안철수 지지자 가운데 예상보다 ‘이탈자’가 많을거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럿 있었다. 결국 객관적으로 볼 때 이변이 없는 한 문재인이 불리한 형국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위의 둘만이 대선의 변수는 아니다. 변수는 얼마든지 있다. 우선 상상해볼 수 있는 것으로 투표일에 임박해서 터질 수도 있는 ‘돌발사건’을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대형 금전비리사건이나 사생활 관련인데 이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자칫 한순간에 선거 판도를 뒤엎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점은 여야 유력후보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박근혜, 문재인 두 사람 모두 오래전부터 대통령을 준비해온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4일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허리숙여 인사하는 박근혜 후보

다음 변수로는 박근혜의 지지율(혹은 지지기반)이다. 혹자는 박근혜는 40% 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정수장학회, 5.16쿠데다, 유신 등 잇따른 과거사 논란은 물론 측근들의 잦은 ‘말썽’에도 불구하고 끄떡없는 걸 보면 이는 ‘객관적 사실’로 인정할 만하다. 혹자는 박근혜가 설사 사생아 열을 낳았다고 해도 이 ‘콘크리트 지지율’은 깨지지 않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는 박근혜가 이 ‘콘크리트 지지율’ 안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박근혜 지지율은 ‘취약점’이 적지 않다. 우선 전국적인 판세로 한번 따져보자면, 제일 덩치가 큰 서울/수도권은 여전히 야권 강세다. 과거에도 그랬고 이번 대선에서도 별다른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은 여전히 ‘텃밭’ 그대로다. 반면, 또 하나의 텃밭이었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지금은 사정이 좀 다르다. 여전히 우세이긴 하나 지금은 ‘공동농장’ 비슷하게 돼버렸다. 참고로 문재인과 안철수가 부산 출신이다.

호남(광주/전남북)은 여전히 민주당의 ‘문전옥답’이다. 다만 밭고랑에 ‘금’이 좀 갔다. 밭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탓이다. 강원도는 현재로선 새누리당이 절대 우세지역이다. 다만 문재인이 대북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비집고 들어갈 여지는 있어 보인다. 대전/충청은 현재로선 ‘무주공산(無主空山)’에 가깝다. 옛 주인(자민련, 자유선진당 등)이 주인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누가 잘하느냐에 따라 아무나 새 주인이 될 수 있다.

결국 박근혜가 공략할 포인트는 두 지점으로 판단된다. 우선 과거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다가 지금은 ‘공동농장’으로 변해버린 ‘부울경’이다. 그래서 요즘 박근혜의 부산/경남 방문이 부쩍 잦다. 일단은 ‘집토끼’부터 챙기는 게 상책이다. (반대로 문재인은 요즘 광주/전남행이 잦다) 그다음은 ‘무주공산’을 상대로 ‘땅따먹기’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가 27일 공식 선거유세 첫날 대전과 충남 공주를 찾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식 선거유세 첫날인 지난달 27일 대전역 유세에서 이회창 전 대표와 만나는 박근혜 후보

 

이 두 지역 공략을 위해 박근혜 캠프는 이곳에 정치적 기반을 둔 외부인사를 잇달아 영입했다. 호남 공략 차원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인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와 한화갑 전 의원을, 충청 공략을 위해서는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와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잇달아 영입했다. 다만 이들이 호남-충청 지역에서 얼마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 그래서 표를 얼마나 모아올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표 계산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는 취약지역인 광주/전남북을 공략하고 있으나 텃밭인 ‘부울경’에서는 문재인에게 제법 잠식당했다. 그런데 ‘부울경’은 전체 유권자의 15.8%(부산-7.2, 울산-2.2, 경남-6.4%)를 차지하는 데 비해 광주/전남북의 유권자는 10.3%(광주-2.8, 전남-3.8, 전북-3.7%)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부울경’의 10%와 광주/전남북의 10%는 비율은 같지만 표차는 5.5%(대략 200만표)나 된다. 박근혜로서는 득보다 실이 커 보인다.

게다가 ‘아성’으로 믿고 있던 ‘TK’도 흔들리고 있다. 8대 지역 언론사들이 지난 11월 27~28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19세 이상 TK지역 주민 194명을 대상으로 한 4차 여론조사에서(유선전화 80%·휴대전화 20%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7%포인트)에서 문재인이 25.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7대 대선 때 정동영이 얻은 득표율 6%와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이 조사에서 문재인은 20대에서 50.8%의 지지율로 박근혜(29.3%)보다 21.5% 포인트 앞선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하겠다.

박근혜는 1일 김무성 총괄본부장 등 당 핵심인사들을 대거 대동하고서 부산 범어사를 찾았다. 두 가지 목적에서다. 하나는 ‘집토끼’ 단속 차원, 또 하나는 불심(佛心) 잡기. 전통적으로 부산/경남은 전국에서 불심이 가장 깊은 곳이다. 이날 범어사 부(副)주지인 범산스님은 김 본부장 등에게 ‘아픈 얘기’를 했다. 범산 스님은 “지금 가장 새누리당에서 문제가 되는 게 네거티브”라며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또 소통 문제도 지적했다고 한다.

본선 초반에 여야 할 것 없이 ‘네거티브’에 매몰된 형국이다.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며 여야 후보 진영 모두 경계해야할 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네거티브 전략이 누구에게 불리할까 하는 점인데, 문재인보다는 박근혜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왜냐하면 문재인보다는 박근혜의 지난 삶이 더 ‘복잡다단’하기 때문이다.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고 해도 ‘과거사’는 털면 또 나오는 법이다. 또 포장하기 나름으로 ‘얘기’가 되기도 한다. 요즘, 마치 인디언 인형처럼 웃고 있는 박근혜는 과연 막판까지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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