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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유엔 연설 “강대국 탐욕 강력 비판... ‘약자 보호’에 나서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뉴시스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현지 시각) 제70차 유엔총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기적이고 물질적 이득만을 추구하는 강대국의 형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약자 보호'와 '환경 정의' 추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오전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 약 50분여 분간 행한 연설을 통해 평화와 개발, 성평등, 교육, 환경, 군축 등 유엔이 다루는 민감한 이슈들을 광범위하게 언급하면서 쓴소리를 이어갔다.

특히,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유엔이 세계 평화와 인권 신장에 기여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국제 분쟁과 불평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중동 문제 등 국제 분쟁의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모든 정치 활동은 인간 선(good)을 추구하고 이를 증진해야 하며 인간 존엄성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며 "(이렇게) 인간(human beings)이 분파적 이해관계보다도 우선해야 하는데, 후자가 더 정당성을 갖는 것 같다"고 최근 국제 분쟁에 관한 강대국들의 이익 추구를 비판했다.

또 환경 문제를 언급하며 강대국들을 향해 "끊임없이 이기적인 권력과 물질적 번영에만 목말라 있다"며 "이는 이용 가능한 천연자원을 잘못 사용하게 하고, 약하고 빈곤한 계층을 더욱 배제(exclusion)시키는 중대한 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지구는 창조주한테서 온 '사랑의 과실'이며 인류에게는 환경을 파괴하거나 남용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태의 위기와 생물학적 다양성에 대한 대규모 파괴가 인류의 존재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어떠한 행위도 (결국) 인간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교황은 "국제 금융기구들은 개별 국가가 발전과는 거리가 먼 억압적인 대출시스템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들 국가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현 국제 금융 시스템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성토했다.

교황은 "이 같은 시스템은 사람들을 더욱 심각한 가난과 소외 그리고 종속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몰아넣는다"면서 "모든 종류의 남용과 고리대금업(usury)은 제한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빈곤층도 교육의 권리와 더불어 '3L(주거(lodging), 노동(labor), 토지(land)'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역설했다.

이 밖에도 교황은 낙태 문제에 관해 "(생명은) 모든 단계에서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한다"면서 가톨릭 교리에 충실한 원칙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또 "남성과 여성에게는 타고난 차이(natural difference)가 존재한다"면서 "서구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다른 지역 사람에게는 변형된 형태의 삶의 방식을 강요함으로써 '사상적 식민지화(ideological colonization)'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해 동성결혼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탄압받는 기독교도의 보호와 핵무기의 전면 금지, 인신매매 금지, 소녀들에 대한 교육 등에 대해서도 각국 정부 지도자들이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유엔 연설에 앞서 유엔본부에 도착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의 영접을 받고 방명록에 서명했다. 교황은 이어 400여 명의 유엔 직원의 환영을 받은 자리에서 "서로 존중하라"고 당부하고, 이들의 노고로 각 분야의 유엔 활동이 가능하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유엔 연설이 끝난 후 교황은 9·11테러 추모박물관으로 이동해 미사를 집전하고,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후 할렘 지역 학교를 방문한 데 이어 오후 5시께부터 포프모빌을 타고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를 통과하는 도심 퍼레이드를 벌였다. 미리 공원에 입장해 교황의 행렬을 기다리고 있던 수만 명의 시민이 일제히 환호하면서 교황의 뉴욕 방문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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